간판만 국내기업 ⑧ - BHC치킨

토종 외식업의 위기 업계 2위가 외국계에 팔렸다

2014-03-03     이범희 기자

 

통합물류센터 운영·가맹점 관리 통해 급성장
제 갈 길 가는 어제의 동지…분리 후 독자경영 본격화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 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여덟 번째는 BHC치킨(대표 박현종)이다.

BHC치킨의 전신은 별하나 치킨이다. 2004년 제너시스BBQ그룹이 조류독감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별하나 치킨을 3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제너시스BBQ가 현재의 GNS BHC로 성장시켰다. 제너시스BBQ그룹은 BHC치킨에 통합물류센터 및 중앙연구소 운영, 매장 관리자 제도 등 BBQ의 운영 시스템을 접목시키고 ‘콜팝 치킨' 등 인기 메뉴를 접목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2011년 말 기준 매출 813억 원, 영업이익 106억 원이다. 2012년 9월 중순 BHC치킨은 경기 안양 동안구에 1000호점인 관양동편로점을 열어 매장 수 기준 치킨 업계 2위로 올라섰다. 현재 1위는 매장 1800개를 운영하고 있는 BBQ치킨이고, 3위권에는 매장 수 800~900개 규모의 네네치킨, 교촌치킨, 굽네치킨, 페리카나 등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 BHC치킨이 외국계 펀드에 매각됐다.

금융투자업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너시스 BBQ그룹은 계열사인 GNS BHC를 씨티은행이 주축이 되어 만든 외국계 펀드에 지난해 7월께 매각을 완료했다. 매각대금은 1000억~1300억 원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연말까지 제너시스BBQ가 경영을 맡았지만 올해 들어선 독자경영을 하고 있다. 대표도 박현종 BBQ글로벌 대표를 선임했다. 더 이상 국내기업이 아닌 셈이다. 아울러 이제는 동지에서 대립관계로 맞닥뜨리게 됐다. 업계 판도변화가 예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겹칠까 자제하던 분야 진출

두 업체가 그동안 서로 사업침해를 자제해 왔다면 이제는 각자 사업 분야 강화에 나서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

지난 7월부터 BBQ는 그동안 중단했던 배달매장 사업을 최근 다시 시작했다. 기존에는 BHC가 배달매장을 담당했기 때문에 BBQ는 중대형 매장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하지만 BHC 매각 후 배달 중심의 소규모 BBQ 익스프레스 매장에 대한 가맹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업사원을 대거 채용하고 사업설명회도 활발하게 열고 있다.

BBQ에서 떨어져 나온 BHC 역시 최근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선포하는 등 BBQ 색깔 지우기에 나섰다.

신규 BI는 ‘BETTER & HAPPIER CHOICE’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바탕으로 고객 신뢰와 상생 발전을 우선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로서 비전을 표현했다.

특히 깨끗한 음식을 상징하는 그린컬러와 행복, 사랑을 상징하는 오렌지컬러를 사용해 밝고 활기찬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배달 중심으로 매장을 확장해 왔던 데에서 치킨·호프전문점인 BHC 비어존의 개설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가맹점 수가 1000개가 넘는 브랜드의 격돌인 만큼 만큼 향후 치킨 프랜차이즈시장의 판도 변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외국계 펀드 안에는 대기업과 대형 닭고기 업체가 포함됐다는 소문이 있는 만큼 장기적으론 치킨프랜차이즈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매각이 단순한 매각이 아닌 공정거래위원회의 출점거리 제한에 따른 것이란 지적이 일면서 토종 외식업계의 위기설마저 떠돌고 있다.

앞서 BBQ는 GNS BHC를 프랜차이즈업계 최초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려 했지만 복잡한 지배구조 등으로 인해 예비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 상장 재추진이 어렵게 되자 BBQ는 상장 대신 매각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도 2년 전 놀부NBG가 외국계 펀드에 매각될 당시에 이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 과포화로 정부의 출점제한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해외로 눈을 돌린 기업들의 성과가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자금난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치킨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가 공정거래위원회 모범거래 기준 적용으로 가맹점 출점까지 힘들어지면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BBQ해외 진출 자금 마련 및 그룹 내 현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BHC를 매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