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복잡해지는 LS그룹 지분 구도

후계 경영 본격화 조짐 내다파는 2세, 사들이는 3세

2014-03-03     강휘호 기자

 

태풍의 눈은? 구자철·본규·본혁 등 주목
태·평·두 3형제 사촌경영, 대변화 맞이하나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이번달 주요계열사들의 주주총회를 줄줄이 앞두고 있는 LS그룹의 경영권 구도가 극명한 변화를 맞이할 것이란 분석이 파다하다. 더욱이 LS그룹은 사촌 경영의 대표적인 그룹인 만큼 태풍의 눈으로 지목되는 인사도 즐비하다. 우선 창업자 2세 경영인들은 줄줄이 지배회사 LS의 지분을 처분하고 반대로 3세 경영인은 잇달아 이를 사들이고 있어 후계 경영이 본격화되지 않겠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주총을 기점으로 새로운 이사회가 선임될 예정이어서 최고경영진에도 변화가 있을지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LS그룹이 후계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LS그룹 일가 2세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 LS의 주식 5만여 주를 장내 매각한 동시에 일가 3세들은 그대로 매수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등은 지난달 24일 “구자홍 LS미래원 회장 등 LS그룹 2세 6인이 지난 19일 LS주식 5만 1800주를 장내 매각했다. 19일 종가 7만 4700원으로 환산하면 39억 원 정도의 규모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구자홍 회장의 장남인 구본웅씨 등 3세들은 이를 모두 사들였다.

눈여겨 볼 임원인사·주주총회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구자홍 LS미래원 회장은 LS 주식 1만5400주를 매도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도 2만2700주, 구자명 LS니꼬동 회장과 구자철 예스코 회장은 각각 9400주와 2500주를 내놨다. 또 구태회 회장 딸인 구근희씨가 1600주, 사위 이인정 씨는 200주를 매도했다.

반대로 가장 많은 양의 LS 주식을 사들인 사람은 구자엽 회장의 아들 구본규 LS산전 이사다. 구 이사는 LS 주식 1만8300주를 13억9629만 원에 사들였다. 구자명 회장 아들인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상무도 3600주의 LS 주식을 매수했다.

아울러 구자홍 회장의 딸 구진희 씨와 아들 구본웅 씨는 각각 3300주, 1만2100주를 가져갔고. 구자엽 회장의 딸 구은희 씨는 4400주, 구자명 회장의 딸 구윤희 씨는 5800주를 손에 쥐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JS전선 사업 정리를 배경으로 하는 매도와 매수이긴 했지만 최근 임원 인사와 맞물려 경영권 승계가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3세 경영인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후계경영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린 것이다.

이러한 3세 임원 가운데 구 이사는 2007년 LS전선에 입사한 후 2010년부터 LS산전에 근무했고, 지난해 말 LS산전 이사로 승진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구자명 회장 아들인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상무도 임원에 등재돼 있다.

특히 구 이사의 임원 승진은 지난 연말인사에서 LS그룹이 임원 승진을 최소화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 눈에 띄었다. 더구나 형제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LS그룹에서 구 이사가 차기 오너 중 대표적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도 경영권 승계 과정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했다.

이 외에는 구자열 회장의 외아들인 구동휘씨도 LS산전 차장으로 입사한 뒤 본격적인 3세 경영수업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구동휘씨는 2012년 미국 유학 후 우리투자증권에서 일하다 LS산전 경영전략실로 배치됐고, 당분간은 LS산전 생산 공장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실질적인 경영 수업에 앞서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3세들이 경영권에 한 발 다가간 상태에서 지분 매입도 곁들여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아울러 오는 21일 예정돼 있는 예스콤의 주총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으로 손꼽힌다. 그 중심인물로는 구자철 예스코 회장이 거론된다.

LS그룹 계열의 국내 5위 도시가스 업체 예스코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구자철 현 회장을 등기임원으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즉, LS그룹의 방계기업 한성을 이끌었던 구 회장이 이사회에 등재되면 그만큼 그룹 내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어 최고 경영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또 이는 LS그룹의 원전 납품 비리로 발생한 JS전선 정리 과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오너 일가 사재 출연과 공개매수에서 ‘태·평·두’ 아래 아들 8형제 중 구 회장이 유일하게 빠져있던 것을 감안하면 분명한 변화다. 구 회장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4남 2녀 중 막내아들이다.

그러나 LS그룹들이 경영권 변화와 관련된 모든 사항들에 대해 부정하고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JS전선 사업 정리에 따른 오너 일가의 지분율 변동을 피하기 위해 3세들이 지분을 사들인 것”이라며 “LS오너 2세들 역시 JS전선 공개매수에 참여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매도한 게 전부다. 후계 경영 구도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구자철 회장의 이사회 선임과 관련해선 “그동안 이사회에만 속하지 않았을 뿐, 지속적으로 경영해 참여해 왔다”며 “최고 경영진의 변화를 얘기하기엔 상황이 맞지 않고 사재 출연에서 빠졌던 부분도 개인적인 결정이기 때문에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LS그룹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동생인 구태회, 고 구평회, 고 구두회 명예회장 등 이른바 태·평·두 3형제가 지난 2003년 LG그룹에서 독립해 만들어졌다. 현재는 이들 자녀인 8명의 사촌형제가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으며 그룹 출범 때부터 지난해까지는 구태회 회장 장남인 구자홍 회장이 그룹 회장을 맡았고, 지난해 구평회 회장 장남인 구자열 회장이 바통을 넘겨 받았다.

현재는 구자열 회장을 중심으로 구자엽 LS전선 회장 등 4촌 형제들이 주력 사업부문을 4개(전선-동제련-E1-산전)로 나눠 각각 경영하고 있다. 예스코의 경우 그의 바로 윗형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과 전문경영인 노중석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