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국내기업⑦ - 코티코리아
잘 키운 LG생활건강 향수법인 외국 자본 먹잇감 되나
|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 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일곱번째는 LG생활건강의 합작법인 코티코리아(Coty Korea·대표 프랑수아 소렐)이다.
코티 50.5%·LG생건 49.5%, 경영은 코티…사실상 외국계
해외법인 국내진출 가시화…한국 기점으로 아시아 섭렵?
코티코리아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익히 알려진 유명브랜드다. 스킨케어 시장은 물론 수입화장품 필로소피 론칭 등으로 시장에서 많은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가 LG생활건강(부회장 차석용)의 합작회사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적다.
코티코리아 지분은 코티가 50.5%, LG생활건강이 49.5%다. 합작법인 대표는 코티의 경영진이 맡고 있다. 사실상 외국계 기업인 셈이다. 다만 LG생활건강의 자체 브랜드가 강하다보니 사실상 묻히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코티코리아의 프랑스법인 코티는 1904년 향수전문가인 프랑수아 코티(Francois Coty)가 설립한 회사다.
열정, 혁신, 그리고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다수의 브랜드들로 현재 세계 130개국에서 45억 달러 (한화 약 5조 2000억원)의 연간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Coty Prestige브랜드로는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캘빈 클라인, 체루티, 끌로에, 쇼파드, 다비도프, 제니퍼 로페즈, 질샌더, 욥! (JOOP!), 칼 라거펠드, 케네스콜, 그웬 스테파니, 랭커스터, 마크 제이콥스, 니코스, 필라소피, 로베르토 까발리, 사라 제시카 파커, 마돈나의 진실게임 (Truth or Dare), 베라왕, 비비안 웨스트우드, 볼프강 욥 등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Coty Beauty브랜드로는 아디다스, 에스터 (ASTOR), 비욘세 노울스, 셀린 디온, 데이비드 & 빅토리아 베컴, 엘리트 모델, 에스프리, 엑스클레메이션, 페이스 힐, 게스, 할리 베리, 하이디 클룸, 요반, 케이트 모스, 카일리 미노그, 레이디 가가, 맨하튼, 맨하튼 클리어페이스, 미스 스포티, 노티카, N.Y.C. 뉴욕 칼러, 니콜 바이 OPI, OPI, 피에르 가르뎅, 플레이보이, 림멜, 샐리 한센, 스테츤, 팀 맥그로, 티조이, 토니노 람보르기니 등도 있다.
또한, 북미지역에서 Puig S.L.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안토니오 반데라스, 카롤리나 헤레라, 니나 리치, 파코 라벤, 프라다, 샤키라 그리고 발렌티노 등의 향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LG그룹의 자회사로 화장품, 생활용품과 음료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로 대한민국 시장 점유율 2위의 대기업이다.
1947년 구인회 전 회장이 창립한 럭키화학공업사로 설립된 LG생활건강은 2001년 LG화학 법인 분할에 따라 현재의 (주)LG생활건강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2005년 차석용 부회장 취임 이후 공격적인 M&A를 시도하며 사업 영역을 다각화 하고 있다.
화장품 사업부는 오휘, 더후, 이자녹스, 수려한 등 연간 매출액이 1000억 원이 넘는 메가 브랜드를 4개나 보유하고 있다. 2010년에는 저가 화장품 브랜드의 더페이스샵을 인수하면서 화장품 사업부의 매출은 약 40% 증가했다. 또한 2011년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색조화장품의 확장을 위해, 대한민국의 색조브랜드 보브(VOV)를 인수했다.
2012년에는 아시아 지역의 화장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일본에서는 긴자스테파니에 이어 에버라이프를 인수하고 코티와 손을 잡고 합작법인 코티코리아를 설립했다.
이에 따라 코티는 “아시아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화장품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역시 자체 브랜드 성장과 더불어 지속적인 신사업을 전개, 추가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코티와의 파트너십을 계기로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시장 내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지속적으로 건설적 관계를 유지해나감으로써 조직문화와 같은 사업외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에게 윈-윈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다른 시각을 보인다. 해외 화장품업체들이 한국서 성공해야 아시아시장을 잡는다며 국내로 유입되는 상황이라 향후 코티의 역할도 주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용만 당하다 잠식
출범 당시 미켈레 스카나비니(Michele Scannavini) 코티 프레스티지사업 CEO는 “한국에서 성공적인 사업전개를 위해 별도 조직을 운영할 정도로 한국은 화장품 산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라며 “LG생활건강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아시아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코티의 화장품 사업이 빠르게 확장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시아 지역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로 한국을 택했고, 그 교점으로 LG생활건강을 잡았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업체와 파트너십을 두고 진출하던 해외 패션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직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도 매출 부진에 한국 시장을 떠난 ‘베르사체’는 7년 만에 다시 국내 재진출했다. 베르사체는 지현통상을 거쳐 2005년 웨어펀인터내셔날이 전개해오다 2007년 이후 국내 영업이 중단됐다.
베르사체 이탈리아 본사는 지난 1월 한국법인인 베르사체코리아를 설립하고 갤러리아 명품관에 국내 첫 매장을 오픈했다. 베르사체코리아 관계자는 “유통망을 확장하고 홍보에 힘쓰는 등 국내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화장품사들의 직진출도 크게 늘고 있다. 일본 경기 악화, 중국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유한양행을 통해 아벤느와 듀크레이, 아더마 등을 판매해 온 프랑스 ‘피에르파브르 더모코스메틱’(PFDC)이 한국법인을 직접 설립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티븐 콩키 PFDC 아시아·오세아니아 총괄 디렉터는 “역동적인 한국 시장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한국 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 직진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두 합작사의 제휴가 화장품 시장을 독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도 지난해 10월께부터 스킨케어 시장에 진출할때도 일부 언론은 “코티코리아 스킨케어 시장도 접수”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시장은 불황에도 유럽이나 미국 시장과 달리 불황에도 매출이 큰 폭으로 신장하고 있어 앞으로 다른 브랜드도 직진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