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내실 다지기…실상은?

포스코 인수ㆍ합병(M&A) 딜레마

2014-02-24     김나영 기자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정준양 전 회장 시절 무리한 인수ㆍ합병(M&A)으로 세월을 보낸 포스코가 ‘잃어버린 5년’을 되찾을 수 있을까.
 재계에서는 다음 달 취임을 앞둔 권오준 신임 포스코 회장 내정자(사진)가 어떤 수를 둘 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권 내정자는 취임 전부터 “M&A를 통한 외형 확장을 지양하고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겠다”는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포스코는 동부메탈ㆍ동부제철 공장 매각에서 인수후보 명단의 맨 앞에 올라 있다. 포스코로서는 ‘사도 문제, 안 사도 문제’인 상태라 자의와 상관없이 타의에 의해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아이러니다. 게다가 인수 때부터 의혹에 휩싸였던 포스코플랜텍(옛 성진지오텍)이 선박 건조에 발을 들이면서 ‘포스코의 조선업 확장’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동부제철 공장ㆍ동부메탈 단골 인수후보로 거론돼
의혹 휩싸였던 포스코플랜텍…조선업 확장 무리수?

포스코가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움직임에 엮여 계속 인수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동부그룹의 자산 매각은 2015년까지로 포스코와 관계되는 쪽은 동부메탈ㆍ동부제철 인천공장 등이다.

사실상 동부메탈의 2대주주인 포스코는 지분 10%를 보유 중이다. 2010년 981억 원을 들여 샀지만 현재는 제 값을 받지 못할 정도로 주식가격이 떨어졌다. 만약 포스코의 사정이 나쁘지 않다면 인수도 생각해 볼만한 입지다.

하지만 포스코는 동부메탈ㆍ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이 발표된 지난해 11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달에 와서는 기업설명회를 통해 “아직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5조원 쏟아부은
문어발식 M&A의 폐해

이처럼 포스코가 동부메탈ㆍ동부제철 공장 매각에서 한 발 빼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은 포스코가 그동안 행한 문어발식 M&A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포스코의 계열사 수는 정준양 전 회장이 취임한 2009년 36개였지만 2010년 48개, 2011년 61개, 2012년 71개로 2배 가까이 늘어난 바 있다.

지난해에 와서야 계열사 정리에 들어간 포스코는 30%에 해당하는 22개 계열사를 통폐합하거나 매각했다. 이러한 난리를 겪는 와중에 잘하던 철강 부문의 수익성이 하락해 영업이익은 30%가량 깎여나갔다.

부채비율도 두 배 가까이 올라갔다 떨어진 것은 물론 신용등급마저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정 전 회장과 포스코가 적극적인 M&A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원외교를 지원했다”는 쓰라린 일침마저 날아왔다.

특히 포스코플랜텍의 경우에는 “자원외교도 아닌 단순한 정치적 외압에 못 이겨 돈을 퍼주고 인수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 포스코는 5년간 M&A에 그토록 치중했어도 대우조선해양, 대한통운 등 굵직한 매물은 대부분 인수에 실패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에는 인수에 성공했지만 3조7000억 원이라는 거액이 들어가 포스코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제대로 건진 것도 없으면서 계열사를 늘리느라 총 5조 원을 쏟아붓고는 욕만 배불리 먹은 셈이다.

또한 포스코는 매물에 대한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매기는 탓에 한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포스코의 돈 지르기’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실패한 이유도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GS가 본입찰 마감날에 와서 “포스코가 너무 높은 인수 가격을 제시했다”며 떠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가 동부메탈ㆍ동부제철 공장 매각에 선뜻 출사표를 던질 리가 만무하다. 그렇다고 경쟁사에 넘어간다면 이미 들고 있는 주식도 팔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가격이 여의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철강업계에서는 “맏형인 포스코가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며 사정을 알면서도 등을 떠미는 형국이다.

난데없는 선박 건조
조선업계 ‘화들짝’ 경계

더불어 인수 때부터 곤혹을 치렀던 포스코플랜텍은 최근 선박 건조에 나서면서 포스코의 사업행보에 구설수를 더하고 있다. 철강이 본업인 포스코가 포스코플랜텍을 통해 조선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는 의혹이다.

본래 포스코플랜텍은 해양플랜트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데 근래에 와서는 해양작업지원선, 여객수송선 등을 차례차례 만들어 납품하고 있다. 이에 조선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아직 조선업에 대한 꿈을 접지 않은 것으로 보고 경계를 쌓고 있다는 후문이다.

물론 포스코는 이와 같은 시선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계열사에서 추진하는 일로 그룹이 조선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것이라던 권 내정자의 향후 방침에도 어긋난다는 항변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토록 탄탄하던 포스코가 현재와 같은 딜레마에 처한 것이 내심 안타깝다”면서 “정준양 전 회장의 ‘잃어버린 5년’을 권오준 회장 내정자가 ‘내실 다지기’만으로 메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