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 ‘카페풋루스’ 말썽난 사연
정몽원 회장 딸 지연 씨 카페사업 개입 소문 일파만파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매장에서 자전거를 판매한다? 커피도 판다? 공연도 한다.” 다채로운 복합쇼핑물 광고 같다. 그런데 알고보면 건설 및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한라그룹(회장 정몽원) 계열사 만도의 자회사인 한라마이스터가 운영하는 ‘카페풋루스’다. 이곳은 자전거 직영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후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더니 이제는 카페사업까지 하고 있어 변형된 형태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정 회장의 장녀인 정지연씨가 ‘카페 풋루스’의 부지선정, 인테리어, 메뉴선정 등에 깊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불거지면서 ‘재벌 카페’ 논란까지 일고 있다.
자전거 매장 이어 커피사업 진출 논란
“카페 아닌 새로운 형태 홍보장” vs “아니다”
한남동 리첸시아 건물 1층엔 눈에 띄는 간판이 하나 있다. 자전거 이미지가 부착된 간판이다. 규모도 작고 테이블도 많지 않다. 간판만 언뜻보면 자전거 대리점 같다. 외부에도 두 대의 자전거가 비치돼 있고, 내부에도 자전거가 비치돼 있다. 이 제품들은 한라마이스터가 런칭한 전기자전거 ‘만도풋루스’다.
‘만도풋루스’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돼 페달과 바퀴를 연결시켜 주는 체인 없이도 주행이 가능한 전기자전거다. 공식 직영매장인 ‘카페 풋루스’에선 이 자전거를 체험해보고 구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곳을 검색해보면 다양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터넷 블로그 등을 찾아보면, ‘카페 풋루스’가 이 일대의 ‘맛집’이나 ‘핫플레이스’, ‘이색 카페’ 등으로 소개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압구정동에 문을 연 2호점에 대한 설명은 더 대단하다. 이미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대부분이 유럽풍 가구나 빈티지 인테리어가 어우러진 고급스럽고 세련된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소개하는 글이었다.
반면 전기자전거 ‘만도풋루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심한 경우는 해당 제품을 특이한 인테리어 소품 정도로만 기억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전거 홍보점? 설마…커피점이라 믿겠다
19일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인근 회사원들로 보이는 6명의 사람들이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여타 커피전문점과 별반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실제로 손님들은 이 곳을 자전거 판매 매장보다는 그저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A씨(31)는 “인테리어가 희한하다 생각했고, 매장 주인이 자전거 마니아여서 컨셉을 그렇게 잡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곳이 자전거 매장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만났지만 대부분은 자전거 관련 업무보다 음료를 먹는 일로 방문하는 횟수가 많았다.
이런 가운데 정몽원 한라그룹의 장녀인 정지연 씨가 ‘카페 풋루스’의 부지선정, 인테리어, 메뉴선정 등에 깊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불거지면서 ‘재벌 빵집’ 논란까지 일고 있다. 지연씨는 한라마이스터의 지분 100%를 보유한 만도의 지분 475주를 갖고 있다. 한라그룹 지분 9만7237주(0.35%)도 보유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연씨가 레스토랑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신사동이나 한남동과 같은 핫플레이스에 매장을 낼 때도 부지 선정과 인테리어, 메뉴선정 등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한라마이스터 측은 “애초에 제품만 단순히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복합적인 매장을 구상했다”며 “돈을 벌기 위해 카페 사업에 진출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지연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잘못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고 재벌빵집과 빗대어 지적되는데 전혀 무관하다. 카페풋루스 매장을 낼 때 지연씨가 관여돼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변형된 형태의 재벌카페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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