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 몰아치기 주총에 뿔난 소액주주들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3월 14일. 연인들에겐 화이트데이, 소액주주에겐 짓밟힌 날로 기억될 것이란 재미난 글이 읽히고 있다.
10대 재벌 계열사 대다수가 올해도 한날한시에 정기 주주총회를 열기 때문이다.
24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기 주주총회일을 공시한 상장사 35개 중 31개사(88.6%)가 오는 3월 14일 오전에 주총을 연다.
특히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삼성그룹 계열사 12곳은 이날 오전 9시 동시에 주주총회를 한다.
현대차와 LG, GS 등 다른 그룹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현대제철, 현대비앤지스틸 등 7개사와
LG상사, LG생명과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하우시스, LG화학, 지투알 등 7개사가 이날 오전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GS그룹의 상장사 GS홈쇼핑, 코스모신소재의 주총도 몰려 있다.
그렇다면 재벌 그룹들이 '몰아치기' 주총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소액주주 참여를 제한하려는 것이란 지적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경우 1998년 주총에서 참여연대의 전신인 경제개혁연대가 부당내부거래 등을 문제 삼으면서 13시간 넘게 마라톤 주총이 빚어졌고, 1999년과 2001년에는 주총장에서 시민단체와 직원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전자투표제 등이 마련됐지만 이를 이용하는 기업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데 몰아치기 주총은 그럴 여력을 빼앗아 정당한 주권 행사를 원천봉쇄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