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대표, 잇따른 위기 맞나

아마존 국내 진출 본격화 업계 재편될까

2014-02-10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Ⅰ박시은 기자]허정도 교보문고 대표이사(사진)가 대형 악재를 만났다. 글로벌 공룡기업 아마존이 국내진출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이 감소한데 이어 그간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거대 기업이 등장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아마존의 진출로 출판시장이 완전히 재편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교보문고 측은 전자책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며 아마존 진출에 따른 위기설을 외면하는 모습이다.

매출감소 이은 글로벌 기업 등장
출판업계는 아마존 환영 분위기

지난 2일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이 올 상반기 국내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밝히면서 교보문고가 올 한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교보문고를 비롯해 국내 대형 서점가의 현황은 그리 밝지 않다. 전자책 시장 확대, 인터넷과 정보 기술의 발전으로 독서 양상이 바뀌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또 국민 독서력 저하, 가구당 책 구입비 감소, 출판산업 퇴조 등 시장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다.
매출 역시 감소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매출이 오프라인 서점에서 3.7% 감소했다. 전체적으로는 2012년에 비해 0.8% 줄어든 수치다.

2012년 출판산업의 총 매출액도 21조973억 원으로 전년대비 0.7%가 감소했다. 관련 종사자도 0.2%가 줄었다.
대형 서점으로 손꼽히는 교보문고가 이런 정도니 동네서점은 더 말할 것도 없다. 1995년 5449개였던 동네서점은 2011년 1723개로 68.4%나 줄어들었다. 1990년대 후반까지는 감소가 미미했지만 2000년 이후 전년대비 20%가량 이상 줄어들면서 급격히 추락했다. 현재도 동네서점 폐업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같은 양상은 외국계대형서적들이 국내진출을 모색하면서 더욱 짙어졌다. 아마존의 한국 진출설도 지난 2005년부터 불거져 나왔다. 2005년 아마존 관계자가 국내에서 시장 조사를 시작하면서 부터다. 이후 2006년엔 아마존이 예스24에 투자한다는 설이 돌았지만 뚜렷한 결과물은 없었다. 2009년 아마존이 한국 진출에 다시 나서는 듯했지만 미국과 유럽, 남미시장에 보다 집중했다. 그러다 2010년 일본에 ‘아마존 재팬’이 먼저 설립됐고, 국내 주요 온라인 서점들과도 만남을 가졌지만 시장조사 차원에서 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지난해 급증한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직접구매)족이 증가하면서 시장규모가 2조 원을 넘어선 것이 계기가 돼, 아마존은 지난 2일 상반기 안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 영화, 유통까지 아우르는 ‘원클릭’ 서비스로 유명하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너무 쉬운 결제에 클릭 하기가 떨릴 정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존은 신규계정을 만들 때 이메일 주소와 이름, 비밀번호만 등록하면 돼 본인인증, 주민등록번호 등은 묻지 않는다. 결제를 할 때도 단 한번만 사용할 카드와 관련된 사항을 입력해두면 다음부터는 이런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이처럼 소비자 구매이력 정보가 담긴 ‘빅데이터’ 마케팅으로 미국과 프랑스, 일본, 중국에서까지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교보문고 측은 아마존 진출이 악재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발등에 떨어진 불’로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새다.

전자책 시장 집중 포부

아직까지 아마존의 국내 진출에 대한 대비책이 미비할 뿐만 아니라 아마존이 ‘서점’사업만을 중점으로 두고 있지 않은 것이 이유다. 교보문고 측은 전자책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고 밝히며 아마존 진출에 따른 위기설에 개의치 않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아마존이 전자책 시장에서도 이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전자책 시장에 집중한다는 계획만으로 위기가 아니라고 보기는 힘들다.
아마존의 한국 진출 방식과 취급 품목을 두고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비교적 빠르게 진출할 수 있는 ‘전자책’시장을 우선으로 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전자책의 경우 콘텐츠 수급 인력 채용, 한글 폰트 재정비 등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시장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마존 ‘킨들’의 일부 모델은 이미 한글을 지원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국내 출판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마존 관계자가 진출할 시장이 한국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아마존의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 아마존은 개별 국가 도서 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해당 국가의 베스트셀러 1위부터 100위까지 도서 중 90%를 전자책으로 확보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 한국 베스트셀러의 전자책 변환율은 30%에 불과하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체 도서 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교보문고가 전자책 시장에 집중한다는 것만으로 아마존의 역풍을 막아내기는 힘겨울 수도 있다.

일례로 미국 최대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은 아마존과 경쟁에 밀려 전자책 단말기 ‘누크' 사업을 접는 수순을 밟고 있다. 아마존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면 그 파급력은 이와 유사한 시나리오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한편, 서점업계와는 달리 출판업계에서는 아마존 진출로 인한 전자책 등 온라인 시장 성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출판업계로서는 아마존이 콘텐츠를 잘 팔아 수익을 낼 수 있게 해줄 유통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출판업계는 아마존이 국내 진출할 경우 구글과 마찬가지로 출판사와 직접 계약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온라인 서점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국내 업체들과 아마존이 만난 자리를 가졌다”며 “이날 아마존은 유통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관계가 아닌 직접 진출을 고려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들었다”고 전하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전자책 시장은 오는 2017년까지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며 급격히 국내 독서시장을 개편하고 있다. 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유통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기에 아마존이 국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교보문고가 전자책 시장에서 어떻게 자리 잡을지에 대한 이목도 자연스럽게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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