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 돌아온 박연차
경영 복귀·해외 이민?
[일요서울Ⅰ 강휘호]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사건의 장본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사진)이 돌아왔다. 박연차 게이트 사건은 참여정부 시절, 박 전 회장이 수많은 정·관계 인사들에게 수십억 원의 금품을 건네고 수백억 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가 있음이 드러난 비리 사건이다. 이 일로 박 전 회장은 2008년 처음 구속됐고 재판과 형집행정지가 반복되기를 여러 차례, 결국 6년여가 흐른 지난 5일 만기 출소했다. 동시에 세간의 이목은 박 전 회장의 향후 행보를 향하고 있다. 경영 복귀설, 해외 이민설 등 소문이 난무하는 가운데 [일요서울]이 그 진실을 파헤쳐봤다.
6년 만에 만기 출소…향후 행보 관심 증폭
봉하마을 갈까? 노 전 대통령과 관계 재조명
박 전 회장은 한때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때문에 그의 출소 후 행보에 대한 갖가지 소문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대부분은 “당분간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베트남으로 이주해 살 계획”이라는 설을 퍼다 나르기 바빴다.
가장 먼저 경영 복귀는 기정사실화 됐고, 특히 한 언론에선 베트남 교민 사회에서 가장 먼저 박 전 회장이 한국을 떠나 베트남에 정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전 회장은 옥중에서도 임원진들이 오가는 가운데 옥중 경영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영 일선에 뛰어들지는 못했지만 경영 복귀는 쉽게 점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후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던 중 박 전 회장은 지난 6일 다수의 예상대로 기업 활동을 시작했다.
간단한 건강상태 체크를 받자마자 기업경영에 나선 것이다. 박 전 회장은 이날 오후 태광실업 본사와 사저가 있는 김해로 이동해 지난 5일 오후 별세한 박영석 전 김해상의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두 사람은 친했던 사이로 알려진다.
다음날인 7일에는 김해 안동공단의 태광실업 본사와 정산CC, 인조피혁 제조업체인 부산 정산인터내셔널 등을 찾아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후로는 김해 장유에 있는 사저에서 일주일을 머문 뒤 베트남으로 출국하는 계획을 잡고 있다.
또 대규모 공장이 있는 베트남과 중국, 인도네시아 휴켐스와 MOU를 체결한 말레이시아 등지도 둘러보는 경영 일정을 앞두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08년 설립한 태광파워홀딩스의 베트남 중북부 남딘 성 2400㎿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은 50억 달러(약 5조 원)의 사업비가 드는 대규모 사업이지만 지지부진해 박 전 회장이 적극 손을 볼 것으로 보인다.
풍문은 풍문일 뿐
이처럼 경영 복귀는 가시화된 상태지만 대외활동이 없을 것이라거나 베트남에 이민을 갈 것이라는 소문은 [일요서울] 취재 결과 사실과 다소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회장의 베트남 이민설이 처음 나온 것으로 알려진 베트남 교민사회의 주민 10여명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이민은 과장된 수준이라는 말이 대다수였다. 한 교민은 “박 전 회장이 베트남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과 그의 사업장들이 평소보다 분주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맞다”면서 “회장이 출소를 했으니 당연히 활기차 보이는 것 아니겠나. 이민보다는 경영 활동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 이곳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태광실업의 한 직원 역시 “태광실업은 현재 베트남 호치민과 목바이에서 신발제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그래서 아마 이민설이 나온 것 같다”며 “형량도 다 채운 사람이 왜 떠나겠나. 중국 칭다오와 인도네시아 수방 신발 생산 공장에도 신경 쓰는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삶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언론과 인터뷰를 한 간부 역시 이와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조금 와전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대외활동이 없을 것이라는 말에도 정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박 회장의 비리 사건은 끊어내고 싶지만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부분”이라면서 “박 전 회장이 대외적인 사회 공헌활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도의적 책임을 지고 남은 죄를 씻는 첫 번째 방법으로 경제활동을 꼽는다면 두 번째 활동은 사회공헌 활동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한국과 베트남의 수교 직후인 1994년 호치민시 인근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베트남 최고 신발수출 공장을 탄생시킨 주역이 박 전 회장인 만큼 베트남을 재기의 기반으로 삼을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도 유명했던 박 전 회장은 2003년부터 2007년 사이 홍콩 APC법인 등을 통해 세금 242억여 원을 포탈하고 2005년 세종증권과 휴켐스 주식 양도소득세 47억여 원을 포탈한 혐의로 2008년 12월 처음 구속 기소됐다. 또한 2005~2006년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하며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20억 원을 건넨 혐의도 받았다.
당시 박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6월과 벌금 300억 원, 2심에서 징역 2년6월과 벌금 300억 원을 선고받아 복역을 시작했다. 그리고 대법원의 파기환송이 오가기를 두 차례, 서울고법은 2011년 6월 징역 2년6월과 벌금 291억 원이 선고했다.
또 형기의 80%를 채운 지난해 7월 박 전 회장은 가석방 대상에 오르기도 했으나 법무부가 사회지도층 인사 등에 대한 가석방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워 무산됐다. 박 전 회장은 결국 2년6개월 형기를 모두 마치고 나서야 사회에 복귀를 할 수 있게 됐다.
때문에 정치적인 관점에서는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의 진술로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이 검찰에 소환됐던 과거가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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