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조연 박철민 “경쟁자는 나뿐, 맞춤 연기자가 꿈”
지난 21일 서울 홍익대 근처의 카페에서 만난 박철민의 얼굴에는 여전히 장난기가 가득했다. 최근 영화 ‘또 한번의 약속’을 홍보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닌다는 그는 다소 피곤한 모습에도 환한 웃음으로 반겼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서 딸과의 약속을 위해 열연을 펼쳤던 박철민은 “그간 안 가봤고 안 만나봤던 캐릭터에 도전하게 돼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커다란 힘에 맞서서 물러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맞서서 당당하게 끊임없이 완주하는, 강철처럼 또는 바위처럼 단단해지는 캐릭터를 ‘왜 나에게 주었나’라는 의문을 가졌다”면서도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여서 결정을 고민하지 않았다. 연기 인생에서 의미 있는 역할이었고 중요한 기점이 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그간 극에서 감초역할을 도맡아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발휘하는 그에게도 웃음기를 쏙 뺀 연기는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딸이 아파하는 모습,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깊게 표현을 해야 할지, 좀 감춰야 할지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며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더욱이 속초사투리로 부성애를 표현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것.
“강릉 출신 선생님들에게 지도를 받고 실제 아버님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연습했는데 감정에 충실하면 사투리가 어색해지고 사투리에 신경을 쓰면 감정이 어색해졌다”고 그간의 고민을 쏟아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던 스무살 딸을 가슴에 묻은 속초의 평범한 택시운전 기사가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인생을 건 재판을 벌인 실화를 바탕으로 해 제작발표부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영화제작에서부터 배급, 상영까지 모든 비용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인 투자자로부터 마련하면서 제작 과정이 지연되는 등 개봉까지 순탄치 않았다.
더욱이 출연진 모두 노개런티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박철민은 “연기가 직업인 사람에게 노개런티는 돈을 안 받고 일하는 경우지만 예술분야 특성상 독립영화, 예술영화들이 탄탄해져야 상업영화도 탄탄해진다. 저 예산이었고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라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감독이나 제작 후배들의 술값을 내느라 허리가 휘었다며 “내가 개런티를 주고 하는 느낌이었다. 겁나게 술을 샀지만 정말 행복했다”고 말해 영화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딸 역할을 소화해냈던 박희정은 “촬영을 하면서 정이 너무 들었다”며 “마지막 촬영이 다가올수록 헤어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2달여 간의 촬영 기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마치 끈끈한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영화 첫 시사회에 대해 박철민은 “참 먹먹했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양이나 질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투자해주신 분들의 이름을 보면서 울었다”며 “이 사람들 때문에 만들었다는 생각뿐이었다”다고 전했다.
박희정은 “보통 촬영이 끝나면 이상하게 나온 부분들을 찾기 마련이지만 이번 작품은 그 자체 만으로도 좋았다. 촬영 당시 선배님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잘 끝나서 기분이 좋았다”고 애틋함을 전했다.
이번 작품에 대해 박철민은 영화 소재가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지만 그 안에 진정 표현하고 싶었던 끈끈한 가족애가 살아 있다며 “영화 속에서 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족이 산산조각나는 등 풍파가 일지만 가족이 다시 모여 평상에서 밥 한 그릇 나눠 먹으며 서로 화해하고 보듬어가는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들이 그 안에 녹아 있는 가족애에 큰 관심을 가져주기를 당부했다.
또 영화의 휘발성이 강해 흥행성적은 더욱 예측하기 힘들다면서도 “개인투자자분들을 생각하면 70만 명은 넘어야 한다. 딱 100만 명을 달성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욕심을 드러냈다.
곧 영화 ‘은밀한 유혹’과 드라마 ‘감격시대’로 찾아뵙겠다는 그는 “지금까지 누구 때문에 바뀌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유일한 경쟁자는 나 자신이다. 이전 작품 배역의 옷을 벗고 새 작품에 맞는 연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또 배우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고 싶다며 욕먹지 않는 아빠, 아이들에게 소외받지 않는 아빠가 목표라는 소박한 바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오는 2월 6일 스크린을 통해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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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헤이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