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떠나 시골로 가는 사람들 “난 시골이 좋아”

귀농·귀촌 선호도 톱 10 공개 '경북과 경남 1위·2위'

2014-01-27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도시에서 시골로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귀농·귀촌을 택하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과거에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귀농을 선택했다면 지금은 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귀농과 귀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귀농과 귀촌을 선택하는 연령층도 다양해 졌다. 귀농귀촌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2000년대 초기에는 은퇴를 앞둔 노년층이 중심을 이뤘다면 지금은 30대 초반의 신혼부부들까지 귀농귀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귀농과 귀촌은 의미가 다르다. 귀농은 시골로 내려와 농사를 지으면서 사는 것이지만 귀촌은 단순히 고향이나 시골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통계청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매년 3월에 귀농귀촌인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귀농가구는 11,220가구 19,657명이다. 2011년 10,075가구 17,464명보다 11.4% 증가했다. 시도별로는 경북이 2,080가구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전남, 경남, 전북, 충남, 경기순이다.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52.8세로 남·여 모두 40대, 50대가 다수였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4,298명으로 38.3%, 40대가 24.7%로 40~50대가 63%를 차지했다. 전년에 비해 30대 이하와 40대, 60대는 줄어들고 50대, 70대 이상은 증가해 50대 이상의 비율이 63.9%로 전년 62.7%보다 1.2% 포인트 높아졌다.

장년층 귀농인 증가는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과 과거 농업경력자들이 노후생활을 위해 농촌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가구당 전입가구원수별 가구구성을 보면, 1인 전입가구가 57%, 2인 전입가구가 23.4%를 차지했다.

그 결과 1~2인 전입가구가 80.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30대 이하는 1인 전입 가구 비율이 53.6%이나 70대 이상은 68.2%로 장년층들이 주로 부부 또는 홀로 귀농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인 이상 전입가구비율은 30대가 30.1%로 가장 높다. 30대 귀농인의 경우 부부와 함께 아이들이 귀농을 하고 있다.

인기지역 1위 경북

교육·문화 등인프라 우수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귀농귀촌지로 가장 인기를 끄는 지역은 경상북도다. 경상북도는 찬란한 신라 천년의 불교문화와 신비한 가야문화를 간직한 고장이다. 또 선비정신의 유교문화 등 민족 문화의 본산지로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이밖에 호국충절의 고장으로 국난극복의 보루였으며 새마을운동과 자연보호운동 등 국민정신운동의 발상지이기도 하다.경북 사람들은 흔히 의리와 뚝심이 있고 정의감이 높다는 평을 받는다. 다른 지역의 경우 외지인들을 배척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북 주민들은 그렇지 않다.

경북은 지리적으로도 귀농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죽령, 조령, 추풍령 등 큰 령이 이남에 위치해 예로부터 영남으로 불려왔다. 동쪽은 청정 동해안, 북쪽은 강원, 서쪽은 충북·전북, 남쪽은 경남·울산과 연접해 있으며, 대구를 둘러싸고 있다.

대체로 산지가 많고 고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북부와 서부의 높고 험준한 소백산맥이 낙동강 유역의 광활한 평야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남쪽으로는 운문산, 비슬산 등이 있어 전체적으로 거대한 분지의 지형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335km에 달하는 긴 해안선과 청정 동해 등 다양한 잠재력과 개발수요를 간직하고 있다. 또 세계적인 철강 섬유산업의 중심지로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수도권 다음으로 많은 대학(38개)이 소재해 풍부한 연구인력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서울에서 반경 170~430㎞ 내에 위치하고 있어 항공, 고속철도, 고속도로 등의 교통망도 잘 갖춰져 있다. 이 교통수단들로 이동하면 서울까지 50분에서 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점도 귀농지로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상주시 작년 536가구 유치

입주자 주도 전원마을 인기

경북지역 중에서 귀농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지역은 상주, 봉화, 청송, 양양 등이다. 이중 상주는 지난해 귀농귀촌인 536가구를 유치해 최고 실적을 거뒀다. 2012년에는 520가구를 유치했었다. 상주시는 귀농귀촌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귀농귀촌특별지원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귀농인현장실습, 농가주택수리비, 귀농인 정착지원, 귀농인 설계비 감면, 귀농귀촌 주민초청 행사, 농업창업(융자), 농가주택(융자), 농업진흥기금, 귀농인 소득지원 등 총 10개 분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전국 대도시권을 찾아다니면서 총 1만 여명에 가까운 예비 귀농귀촌인들을 대상으로 유치홍보 활동도 펼쳐왔다. 다양한 입주자 주도형 소규모 전원마을도 눈길을 끈다. 상주시는 귀농귀촌인 스스로 주도해 전원 마을을 꾸밀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태봉마을, 농골귀농마을, 갈령귀촌마을, 선교사귀농마을, 공동체귀농학교 등이다.봉화군은 ‘귀농인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예비 귀농귀촌인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농지 및 주택구입 등 귀농귀촌 준비를 손쉽게 할 수 있다. 군 직영으로 3개동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대 15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귀농준비와 영농기술 습득, 농촌문화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민간이 운영하는 ‘봉화 귀농인의 집’도 있다. 이 곳에서는 사용 후 운영 마을로 정착할 경우 사용료의 50%를 반환해 준다. 9개동으로 6개월~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청송군은 다양한 귀농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다. 귀농인 정착지원금(400만원 이내)을 비롯해 농지구입 세제지원(200만원 이내), 농지구입 이자 지원, 농가주택 수리비, 귀농교육 수강료 등을 지원해 준다.

귀농과 귀촌은 다르다

가족 합의는 기본

성공적이고 행복한 귀농과 귀촌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10년 경북 상주시로 귀농해 오이농사를 짓고 있는 서모씨는 “귀농의 색깔을 분명히 해야 해요. 귀농을 하겠다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귀농과 귀촌을 혼동하고 있죠. 귀농은 농업을 직업으로 삼는 것인데, 막연히 농사나 짓지 하는 마음가짐으로는 실패할 확률이 큽니다”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귀농을 전원생활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귀농은 단순한 전원생활이 아니다. 농사를 통해 생계를 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서씨는 “자신이 귀농을 하려는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고민하고, 뚜렷한 목표와 계획을 세워 절박한 심정으로 도전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농업에 대한 확실한 직업의식과 가치관이 없다면 귀촌지에서도 실패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귀농귀촌도 확실한 정보와 함께 철저한 준비를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서씨는 가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오히려 가족이 귀농을 권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족들을 설득할 필요는 없었어요. 하지만 가족이 만족할만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제 몫이었죠. 귀농을 하는데 있어 가족이 분리되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족구성원이 모두 찬성해 온 가족이 귀농귀촌을 한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아직도 도시에 비해 부족한 문화·쇼핑시설 등은 귀농귀촌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친구도 친인척도 없는데 도시에서와 같은 문화적 혜택마저 못 받는다면 귀농귀촌을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서씨는 귀농 첫해에 오이 재배를 통해 총 1억500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중 순수익은 5500만 원이었다. 마을 이장님은 물론 관련 교육강좌를 열심히 듣고 노력한 결과였다.

변화하는 귀농 트렌드

생계형에서 즐기는 귀농으로

최근에는 귀농귀촌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다양한 정보력으로 무장한 엘리트들의 귀농귀촌이 늘고 있다. 귀농 시작 단계부터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지자체 지원을 받아 마을을 조성하고 정착하는 식이다. 전

북 장수의 ‘하늘소마을’, 경북 봉화 ‘비나리마을’, 전북 진안 ‘새울터마을’은 대표적인 고학력 귀농자 마을이다. 고학력 전문가 귀농자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생활패턴도 눈길을 끈다. 농촌에 살면 농사를 짓는 것이 기본이지만 자신들의 능력에 맞게 방과후 교사, 농촌체험 프로그램 개발자, 마을 간사 등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귀농을 한 것이 아니라 시골에 살기 위해 귀농을 했다. 자연스럽게 시골에 변화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귀농이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 상에서도 관련 정보가 넘쳐난다. 국내 대형 포털 검색창에 ‘귀농’이라는 단어만 입력해도 200개가 넘는 사이트가 검색될 정도다.

정부에서는 귀농을 장려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귀농귀촌종합센터(www.returnfarm.com)를 운영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운영하는 이 사이트에는 귀농준비절차, 귀농교육, 귀촌정보, 우수사례, 상담 등의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특히 홈페이지 ‘지원정책’ 카테고리 안에는 ‘귀농준비 필수 팁 코너’를 마련해 귀농귀촌자가진단, 정책/금융 관련 팁, 농지관련 팁, 주택관련 팁, 교육/기타 팁 등을 마련해뒀다. 귀농귀촌자가진단 목차 안에는 귀농단계별 체크리스트, 귀농귀촌 준비도 테스트, 전원생활 적합도 테스트 등을 할 수 있어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직접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