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두 거장 ‘통신 대전’ 막 올랐다

반도체 라이벌, SK 임형규 vs KT 황창규

2014-01-27     강휘호 기자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통신업계의 양대 산맥 SK와 KT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SK와 KT는 그동안 줄곧 국내 통신업계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다.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시장점유율·기술력·주파수 경쟁 등 모든  사업 부문에서 부딪쳤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각사 최고위 임원끼리의 맞대결까지 예고하고 있다. 그 중심엔 각각 새로 내정된 임형규 SK 부회장(전 삼성종합기술원장)과 황창규 KT 대표이사(전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사업부 사장) 회장이 서있다. 

동향·대학동창 등 질기고 질긴 인연에 관심 
기술력·새 먹거리 확보하는 쪽은 누가 될까

SK그룹이 임 전 삼성종합기술원장을 성장추진총괄 부회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앞으로 임 부회장은 그룹 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와 신성장 동력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SK는 지난 22일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ICT 기술·성장추진 총괄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임 전 원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임 부회장은 1976년 삼성에 입사한 이후 줄곧 반도체 분야를 선도해 온 반도체의 거장이다. 1985년에는 삼성반도체 수석연구원, 1995년엔 삼성반도체 메모리설계총괄 전무를 역임했다.

또 2001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에 올랐고 2004년 삼성전자 CTO(최고기술책임자) 사장과 2005년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거쳤다. 1990년대 후반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할 때 임 부회장이 중심인물로 거론됐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자랑했다.

이후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지난해에는 34년간 국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전자공학회로부터 대한전자공학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 임 부회장은 다음달 초부터 SK그룹의 ICT 분야 비전을 설계하는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에 신설된 ICT 총괄 부회장직은 SK그룹 내 ICT와 관련한 계열사인 SK텔레콤, SK C&C, SK하이닉스의 기술 인력과 조직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SK 역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 내에 이와 관련한 별도 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로써 SK는 기존 석유·통신과 더불어 그룹의 새로운 축으로 성장한 반도체 사업이 또 한 번 뛰어오를 발판을 마련한 셈이 됐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앞서 라이벌 KT도 황창규 전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내정했다는 점이다. 황 회장은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또 그 역시 임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출신이다. 삼성전자 16MD램 소자개발팀장(1981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이사(1992년), 반도체총괄 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2004년),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2007년),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겸 삼성종합기술원 원장(2008년)을 거쳤다.

때문에 마치 라이벌 그룹의 전쟁 축소판과도 같은 양측의 최고위 임원 자존심 싸움이 예고된다. 더욱이 이달 27일 취임을 앞둔 황 회장은 임 부회장과 동갑내기에 동향, 대학 동창 출신 이라는 공통점까지 더해진다.

두 사람은 모두 1953년생으로 부산 출신이다. 고등학교도 임 부회장은 경남고, 황 회장은 부산고를 나왔다. 두 학교는 지금까지도 경남 명문을 놓고 수위를 다투는 맞수다. 또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해 삼성전자에서도 맞닥뜨린 둘은 한때 이윤우 전 부회장과 함께 ‘반도체 삼각편대’로 통했다.

특히 당시 황 회장이 1년에 메모리 용량은 2배씩 성장한다는 ‘황의 법칙’으로 스타 경영자 반열에 올랐었고, 2009년 황 회장이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이라는 대권을 물려받은 동시에 임 부회장이 퇴직한 바 있어 이목이 더욱 집중된다. 이것이 4년 시간을 재야에서 보낸 임 부회장의 복귀가 다시 한 번 거장들의 맞대결로 관심을 받는 이유다.

이미 업계에선 “SK가 황 회장을 견제하기 위해 임 부회장을 내세운 것”이라거나 “둘의 능력은 거의 용호상박이다. 삼성전자 내 라이벌이 양 그룹을 대표하는 라이벌로 2차전을 벌일 것”이라는 등의 예상이 난무하고 있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