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목숨 앗아간 동양사태
계열사 사장 김모씨 금감원 조사 후 자살 ‘충격’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일어난 동양사태와 관련된 세 번째 자살이 발생했다. 동양그룹 수장들이 줄줄이 구속된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던 계열사 사장이 자살을 택한 것이다.
강원도 강릉경찰서는 지난 22일 “이날 오전 11시께 강릉시 강동면 심곡리의 한 주택에서 동양그룹 건재부문 전 공동대표를 지낸 김모씨가 숨져 있는 것을 김 씨의 아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의 시신이 있던 방 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과 함께 빈 소주병과 우울증 약으로 추정되는 알약 2개, A4용지 11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김 씨가 가족에게 건네는 말로 추정되는 “먼저 가서 미안하다”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씨는 금융감독원에서 동양그룹 비자금과 관련한 조사를 받았고, 심한 정신적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편 동양사태는 이미 두 명의 목숨을 빼앗은 뒤라 이번 김 씨의 자살에 더욱 무게감이 느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동양증권의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직원은 유서를 통해 “ 너무 큰 사고를 쳐서 감당할 수 없다. 어머니 부디 건강해달라”며 “내가 죽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니 나 없어도 아이들 잘 키워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제주도에서 직원 고모 씨가 목숨을 끊었다. 고 씨는 “회장님, 개인고객들에게 이럴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고객님들에게 전부 상환해주세요. 이런 일이 생겨서 정말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네요”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현재 동양그룹의 CP와 회사채를 샀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 779명은 지난 21일 동양그룹과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326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