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횡령녀 K의 엽기적인 비밀

비정규직에게 ‘생선가게’를 통째 맡겼다

2014-01-27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포스코건설(부회장 정동화)에서 30억 원대 공금 횡령사건이 발생해 내부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평소 건전한 건설문화 형성을 위해 윤리경영을 강조하던 포스코건설 입장에서는 자존심에 생채기를 입게 됐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윤리규범' 10주년을 선포했다. 정동화 부회장도 "회사의 이익과 윤리가 상충하면 윤리를 택한다"는 경영철학을 공공연히 밝혀왔던터라 이번일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정 부회장이 모 기업인 포스코의 회장 경합에서 낙마한 상황에서 이같은 돌박악재를 만나 조만간 거취를 표명하지 않겠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여직원 횡령액·기간 축소 의혹…빼돌린 돈으로 호화생활
하필 이 시기에 사건 발생…정동화 부회장 거취 표명할까


이번 사건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각에서는 실제로 이 직원이 빼돌린 공금이 100억 원대인 데다 횡령기간도 2년이 아닌 7년이라는 주장도 있다. 포스코 건설이 축소 발표했다는 의혹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수사를 받고 있는 K씨(35·여)가 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입사 6개월 후인 2~3년 전으로 알려졌다. 그는 장부를 조작해 대금을 빼돌리는 방식을 주로 써왔다. K씨는 공사장 근로자 숙소로 쓰고 있는 아파트 실제 보증금이 5억 원이었으나 이를 10억 원으로 불려 남은 금액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회사 돈을 횡령했다.
또 구매물품을 허위로 부풀리는가 하면 인건비와 현장 인ㆍ허가비, 공동사업자 지급수수료 등에서 허위전표를 발생시키는 수법을 이용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더욱 황당한 이유에서였다. K씨는 비정규직이었지만 포스코건설 결제시스템 접속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지출 금액의 허가 결제를 받으려면 회사 간부의 승인이 있어야 하지만 해당 간부는 일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K씨에게 필요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이 화근이 돼 버린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K씨는 횡령한 돈으로 명품 가방이나 시계, 사채업을 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포스코건설은 연말정산을 위해 자체 내부 감사를 벌이던 중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연말 이 내용을 확인했지만 K씨가 구속되면 환수 받기가 어려울 것을 감안해 자체 조사를 벌이다 최근에 알렸다고 한다.

이같은 내용을 접한 네티즌들은 “포스코건설 여직원 횡령사건 황당하다”, “포스코건설, 저렇게 허술하다니”, “포스코건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구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소 황당했던 건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터진 것일 뿐이라며 크게 놀라지는 않거나 그나마 지금이라도 알려져서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유독 건설업계에서는 회사돈을 횡령하는 사건들이 많았다. 지난 2009년에는 동아건설의 한 자금부장이 1898억 원의 회사돈을 횡령해 도박 등에 탕진해 징역 22년6월과 벌금 100억 원이 선고되기도 했던 것.
포스코건설 측은 이번 일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지만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며 감사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결정할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내부조사가 끝나면 조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돌발악재에 정 부회장
어떤 결정내릴까

한편 정 부회장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 일이 알려지기 불과 몇일 전 경합을 벌였던 모기업 회장 자리에 권오준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이 내정됐다.
재계에서는 인선 과정에서 낙마하면 옷을 벗는 게 통상적이고, 새 회장이 들어서면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져 정 부회장의 사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임기가 내년 3월에 만료돼 부담이 적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또한 이번일이 큰 타격을 가져올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 터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권 사장을 내달 24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3월 1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단일 후보로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정 부회장은 1951년생으로 1976년 포항제철소에, 권 사장은 1950년생으로 1986년 연구원으로 포스코에 각각 입사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아직까지 어떤 사안도 확정된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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