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서실장 사의표명설의 진실
아들 사고로 심신 지친 김기춘 “쉬고 싶다”
청와대 “사실 아니다”에도 후임 현경대·안병훈 거론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자는 누가 될까. 김 실장의 사의설이 나돌면서 하마평이 무성하다. 우선 김 실장의 사의설 진위 여부가 최대 관심사. 정치권 안팎에선 ‘사의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들의 사고와 건강이상설 때문이다. 이 가운데 최근 김 실장 후임으로 현경대 전 의원이 내정됐다는 말이 나온다.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개인적인 이유로 지난해 말부터 두 차례 이상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여권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김기춘 사의설이 나돌았다.
교체 가능성 대두
실제 청와대에선 김 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전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한 뒤 ‘귀국 후 독대하자’고 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김 실장 후임 인사가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물론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김 실장의 사의 표명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사의를 표명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가운데 김 실장의 사의 표명 여부에 대한 각종 설이 무성하다. 김 실장의 건강이상설이 그 중 하나. 75세라는 나이 때문인지 이는 줄곧 제기돼 왔는데 급기야 중병에 걸렸다는 말이 돌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 실장은 최근 외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는 아픔을 겪었다. 김 실장과 인연이 있는 여권 한 인사는 “아들 곁을 지키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부선 사망설까지 나돌았다. 이 외에도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박 대통령의 측근 비서들과의 불화도 작용했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정황상 김 실장의 사의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사표 수리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아들과 본인의 건강 이상으로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 실장 사의설에 대해 알아본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김 실장의 건강악화설은 와전됐다. 외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것에 대한 슬픔이 컸고, 심신이 지쳐있는 것은 맞다. 75세의 나이에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수개월 동안 생활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라며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후임, 인사검증 끝났다
그렇다면 김 실장의 후임으로 누가 거론되고 있을까. 후보군으로는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오명 전 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외에도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이 강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최 부총장은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 기획조정특보를 맡아 ‘그림자 실세’로 불렸다. ‘박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기 때문.
그러나 청와대에서 활동하기보다는 바깥에서 ‘제2의 새마을운동’을 성공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이유로 제외됐다는 후문이다. 7인회 멤버인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도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강력히 거론되고 있다.
각종 후보군이 거론되는 가운데 여권과 청와대 중심으로 ‘비서실장 내정설’이 나돌고 있다. 인사검증이 끝났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바로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주인공이다.
1939년 제주 출생인 현 부의장은 오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1ㆍ12ㆍ14ㆍ15ㆍ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후 18대 총선에서 제주시갑 선거구에 출마한 후 낙선한 뒤 민주평통 부의장을 맡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의 외곽조직인 ‘한강포럼’을 주도했다. 지난 대선 당시 ‘정수장학회 강탈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현 부의장은 적극적인 방어활동에 나서면서 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그 역시 정수장학회 수혜자 모임인 상청회 회장 출신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전후로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게다가 김 실장과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아는 7인회 멤버 중 한명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정부의 기강을 잡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란 평이다. 즉, 김 실장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 부의장이 김 실장 후임으로 거론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경대 내정설이 나돌자 새누리당 내부에선 “청와대 공백을 없애는 데 적임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이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나아가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여전히 당에 대해 불신이 강한 것 같다는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여권이 비박-친박간의 갈등으로 분화 위기에 놓인 시점에서 당을 관리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반면 현 부의장이 비서실장으로 내정되면 여권 내부의 불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권 반발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거부 정서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여야간 대치전선을 격화시키고, 여권 내에서 강온파 간의 대립마저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 점은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 입장에서는 청와대와 당 사이에서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보조가 아닌 대통령의 뜻을 핑계로 ‘일방적 지시’ 내리는 원로급 인사인 현 부의장을 내정하면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인의 실체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사문제 또 논란 일 듯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벌써 부터 당내에서 박 대통령의 인사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홍원 총리, 남재준 국정원장 등 자신이 인연이 있는 인사들을 대거 발탁한 만큼 이번에도 ‘나 홀로 인사’를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적잖이 논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기존의 인사풀을 바꾸지 않는다면, 인사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실장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개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벤트성 개각은 안 된다. 개각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실장을 계기로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 경질, AI 확산을 두고 농림축산식품의 늑장 대응 사태에 책임론이 불면서 교체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 관계자들도 지방선거 출마를 노리고 있어 청와대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게 여권의 인식이다.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민심은 더욱 악화돼 집권 2년차에 도약하려는 청와대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