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빙상연맹…성추문 논란에도 버티기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파벌문제로 한때 시끄러웠던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성추문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특히 동계올림픽의 메달밭으로 불리던 한국 쇼트트랙의 경우 막바지 훈련이 최악의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 15일 서울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빙상대표선수단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들은 웃음꽃이 피던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과 달리 어두운 표정이 가득했다.
막바지 훈련에 접어든 쇼트트랙은 잇따라 악재가 터지면서 뒤숭숭한 상황이다. 최근 여자대표팀 장비 담당 코치의 성추행 파문이 일면서 뒤늦은 퇴촌 촌극이 빚어졌고 남자대표팀 맏형인 노진규(22·한국체대)가 훈련 도중 왼쪽 팔꿈치 골절상을 당해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이에 노진규를 대신해 이호석(28·고양시청)을 긴급 투입하며 위기를 넘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빙상연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성추문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는 뒷전인 채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 9일 자신이 지도하던 여제자를 성추행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던 지도자가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로 발탁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에 빙상연맹은 지난 10일 “의혹을 받고 있는 쇼트트랙 대표팀 A코치를 임시 직무 정지시키고 태릉선수촌에서 퇴촌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A코치가 성추행 당시 소속팀의 총감독이던 연맹 고위 임원으로부터 비호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또 빙상연맹은 지난 12일 첫 상벌위원회를 열었지만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추후 상벌위 소집 일정도 잡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빙상계에서는 “차일피일 미루다 올림픽 이슈가 지나가면 유야무야 넘어가려고 저러는 것 아니냐. 지금 매를 맞더라도 버티면 그만”이라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4일 장명희 아시아빙상경기연맹(ASU) 회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한 고위 임원을 ‘원흉’으로 지적하며 “추종하는 세력은 잘못도 용서해주고 눈 밖에 나면 출전 선수를 수시로 바꾸는 등 불이익을 준다”면서 “제왕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선수가 불이익을 당해도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빙상연맹은 2010년 쇼트트랙 짬짜미로 홍역을 치르며 파벌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이었던 안현수 선수는 2008년 무릎 골절 부상을 당해 선수생활의 위기를 맞았지만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소속팀이었던 성남시청 빙상팀이 2010년 해체되고 대표 선발전에도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파벌 논란이 일면서 안현수는 결국 러시아 귀화를 선택했고 이번 소치올림픽 금메달 유망주로 떠오르며 한국 빙상계에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이에 대해 안현수 아버지 안기원씨는 “아들은 한체대와 비 한체대 파벌 싸움의 희생양”이라며 “빙상연맹 고위직에 있는 한 고위 임원 때문에 안현수가 많은 피해와 고통을 당했다. 국가대표 선발전 방식도 여러 번 바뀌면서 아들이 적응을 못했고 마음고생을 한 끝에 2011년 12월 러시아로 귀화했다”고 주장했다.
짬짜미 파문 이후 빙상연맹은 “파벌은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쇼트트랙의 병폐가 사라졌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기에 최근 벌어진 성추행 의혹으로 인해 잇달아 폭로전이 이어지면서 파벌 논란이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올림픽에 나설 선수들이 볼모가 되는 상황을 막으려면 빙상 연맹의 빠르고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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