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팩토리’를 아시나요?
늘어나는 불임… 돈으로 거래되는 아이들
대리모 … 식사·영양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단체생활
불임부부 … 9개월 뒤 대리모와 아이 찾아 입양 신청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해 발표했다.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불임’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환자가 2008년 16만2000명에서 2012년 19만1000명으로 연평균 4.2%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 불임 증가율이 11.8%로 여성 2.5%의 4배가 넘는다.
공단은 20~49세의 가임여성 나이를 고려해 최근 5년 동안 인구 10만 명당 진료환자수도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은 35~44세에서 연평균 16.2% 증가했고 그 뒤를 이어 45~49세에서 연평균 12.8% 증가했다. 여성은 35~39세에서 연평균 증가율 10.8%로 가장 높게 기록했다.
일상적인 성생활 1년
임신 안 되면 불임
‘불임’이란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일상적인 성생활을 1년 이상 지속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보통 불임의 원인은 남성적 요인, 여성적 요인, 원인불명으로 나눌 수 있다. 남성적 요인으로는 유전적 문제와 호르몬 이상이 대표적이다. 또 무고환증, 정계정맥류, 고환염 등의 고환질환도 불임의 원인이 된다.
여성적 요인은 남성적 요인보다 다양하다. 난소 기능이 저하되는 원인이 되는 터너 증후군(유전적 문제), 항암치료, 조기난소·부전과 배란 장애를 일으키는 다낭성 난포 증후군이 여성적 요인이다. 또 반복되는 골반염으로 인한 난관 손상, 자궁경관 등 면역학적 요인, 자궁근종, 자궁선근종, 감염 등도 여성적 요인에 해당된다.
이밖에 난자의 배란과 정자 기능에 이상이 없으나 수정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스트레스 등의 심리적 요인에 의한 불임이 의심된다. 대부분 검사를 해도 수치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요인들이다. 일산병원 산부인과 정재은 교수는 남성에서 불임이 크게 증가한 이유에 대해 “과거에는 불임을 모두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사회적 풍조가 있었으나 불임의 원인 제공은 남성인자도 분명히 있는 바, 근래에 남성 인자에 대한 검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불임 치료를 받는 남성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업무 스트레스, 고령화, 환경 호르몬 등으로 인한 남성인자의 증가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남성인자 검사 전 약 10일 정도 금욕 생활을 하고 금연, 금주 후 검사를 하면 과거 정자의 운동이 좋지 않았던 경우도 회복되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30대 후반, 40대 초반에서 불임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 교수는 “결혼 시기가 30대 초반 이후로 늦추어지고, 사회적 기반을 잡은 후 본격적으로 임신을 시도하는 시기가 30대 중반으로 늦춰지는 경향이 있다. 통상 결혼 후 1~2년은 자연 임신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후 병원을 찾게 되는 시기는 35세 이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불임이 확인되면 자세한 검사 후 원인에 따른 각각의 치료를 받으면 된다. 원인이 진단된 경우에는 치료가 분명하게 진행되지만, 원인 불명의 불임은 치료가 쉽지 않다. 원인 불명의 불임은 통상적으로 20%정도다. 결국 일상적인 성생활로 임신이 되지 않으면 배란일 확인, 인공 수정, 시험관 아기 시술 등의 적극적 치료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대리모·난자 불법 매매
1명 알선 비용 9천만 원
문제는 불임을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리모다. 우리나라에서 금전 재산상의 이익을 조건으로 정자와 난자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대리모 행위를 하는 것 모두 불법이다. 자궁만 빌려주는 대리모 임신은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자궁만 빌려주는 합법적인 임신은 많지 않다.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는 대리모 관련 카페와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비공개 글들이지만 ‘대리모 모집’ 문구를 버젓이 써 놓고 운영되고 있다. 보통 대리모 1명을 알선하는 데 드는 비용은 9000만 원 정도다. 2~3년 전만해도 5000만 원 선이었으나 점점 높아졌다.
가격이 올라가면서 대리모를 고르는 조건도 까다로워졌다. 건강상태는 물론 학력, 외모까지도 선택조건에 들어가고 있다. 대리모와의 만남은 대부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브로커들이 대리모를 불법적으로 주선하기도 한다. 불법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돈만 받고 사라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리모 외에 난자·정자 매매가 이뤄지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난자와 정자를 제공하는 사람들 중 다수가 카드빚, 유흥비 등 돈에 쪼들린 학생들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또 이들은 난자와 정자를 제공하기 위해 성관계까지 제안해 문제가 되고 있다. 또 불법적으로 적출된 난자가 일본으로 수출되기도 한다.
지난 2012년 강남의 한 대형 산부인과에서는 여성들의 난자를 적출해 일본 불임부부에게 판매했던 브로커가 검거되기도 했다. 난자 불법 매매가 문제가 되는 것은 난자 채취 과정에서 과배란 유도제를 투여하는데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제공자 본인들이 불임과 난소암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로 향하는 불임부부
입양시 불법 저지르기도
대리모는 물론 난자·정자 거래시 많은 문제가 발생하다보니 해외로 눈을 돌리는 불임부부가 많다. 대리모 출산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은 인도다. ‘아기공장’이라고 불리는 인도에서는 2002년부터 대리모 시술이 합법화 됐다. 전문병원도 많은 데다 가격도 국내의 절반 수준인 5000만 원 내외다.
인도의 구자라트주 아난드 지방에는 ‘아기공장’이라고 불리는 기숙사가 있다. 나이나 나탈 박사가 100명의 대리모들과 머무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각 방에 최대 10명의 대리모들이 살면서 식사와 영양제를 맞아가며 대리모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
보통 국내에서 수정란을 냉동시킨 상태에서 인도로 보낸 뒤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아이를 출산한다. 불임부부는 아이가 태어나면 대리모로부터 아이를 입양해 귀화 신청을 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이를 어기고 본인들이 아이를 낳은 것처럼 위장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불임’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2008년 182억 원에서 2012년 230억 원으로 1.3배 증가했다. 불임 부부들이 늘어남에 따라 사회적 비용 증가와 대리모를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