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한방 생리대, 이물질로 곤욕
청테이프 예지미인? 적극해결 안보여 논란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국내 첫 한방 생리대를 출시한 이영규 예지미인 대표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논란이 된 제품(사진)에서 청테이프가 붙어있는 채로 발견돼 소비자들의 분노를 산 것이다. 제품 특성상 여성건강에 직결되는 사안임에도 예지미인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욱이 예지미인의 생리대 이물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은 “반복되는 논란에 신뢰가 떨어졌다”며 제품 사용을 꺼리고 있다. 그동안 홈쇼핑 시장 진출 등 활발한 활동을 해온 예지미인은 이번 사건으로 기업 이미지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책임 회피 만연 원인규명 대신 교환 강요도
이번 논란은 지난 8일 ‘현지마미’라는 닉네임의 한 소비자가 유명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소비자는 “모 업체의 생리대 사진이다”라는 글과 함께 올린 제품 사진에는 면적의 반 이상이 청테이프가 붙은 상태였다. 청테이프는 공정과정에서 찍힌 듯한 박음질 처리가 돼 있었고, 예지미인이 사용하는 꽃무늬까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블랙컨슈머나 조작 의혹이 제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해당 소비자는 “제품을 뜯은 뒤에 깜짝 놀랐다”면서 “공장에서 확인을 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큰 이물질은 처음 봤다. 항상 여기 제품만 써왔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게시된 글을 본 소비자들은 저마다 “충격적이다”며 해당 제품을 찾아 나섰고, 예지미인의 ‘포그니’ 팬티라이너 제품으로 밝혀졌다.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게시된 글은 현재 삭제됐다.
예지미인은 ㈜웰크론 그룹의 자회사 웰크론헬스케어의 위생용품 브랜드다. ‘한약성분’ 함유로 타 제품과의 차별화를 두면서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 12월에는 홈쇼핑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동안 예지미인은 “여성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남다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하며 제품을 홍보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제품과 관련해 여러 차례 위생상 문제를 일으키며 논란이 돼 왔다. 생리대가 위생상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이번뿐만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예지미인은 2011년에 이번 청테이프 논란과 같은 문제 때문에 식약처로부터 제조업무정지 처분 3개월을 받은 바 있다. 2012년에는 일부 원료약품에 대해 필요한 시험검사 또는 검정을 싣지 않은 예지미인 제품에 대해 3개월간 제조업무 정지 처분도 받았다.
이외에도 벌레가 발견되거나 곰팡이가 피는 등의 사건으로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이미 반복적으로 위생 관련 문제가 논란이 돼왔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소비자들은 “제품 제조 과정을 믿을 수 없다”며 “제조 과정을 한 번 보고싶다”는 의견까지 내비추고 있다.
소비자 달래기보다 태연한 모습
직장인 여성 소비자 A(24)씨는 “임신 등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보니 필수용품인 생리대에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면 민감해진다”며 “같은 문제가 여러번 반복된다는 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또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없어 보여서 해당 제품을 아예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지만 예지미인 측은 오히려 태연한 모습이다.
논란이 불거질 당시 해명 이전에도 “피해 보상 접수가 된 사항이 아니다”며 제대로 된 확인이나 설명을 하지 않아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이 커지고 나서야 예지미인은 “기계 오작동이다”고 해명에 나섰다. 생리대에 들어가는 흡수시트가 롤 형태로 기계에 들어가야 하는데, 기존 롤과 새 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청테이프가 기계 오작동으로 말려들어갔다는 것이다.
해당 기계는 전면 교체했고, 앞으로 이런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된 위생 논란이 일어난 바 있어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
그 뿐만 아니라 해명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일요서울]은 수차례 예지미인 측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알려진 내용 외에는 할 말이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피해를 호소한 소비자의 신고 접수를 받았는지, 피해를 어떻게 보상해줬는지, 구체적인 위생 관리 사항 시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피해를 본 소비자와 어떤 방향으로 해결을 할 계획인지 등에 관한 상세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이 같은 예지미인의 태도에 “‘고객안전 최우선 원칙’이라는 경영방침을 일관성 있게 지키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얼마전 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이 포함된 제품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한 태도는 지금과 달랐기 때문이다. 유해물질이 포함된 제품이 예지미인의 제품으로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적극적인 태도로 소비자들을 안심시킨 것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물티슈 논란 당시 예지미인 측은 “자사의 모든 물티슈에는 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이 첨가돼 있지 않다”고 공지했다.
한편 예지미인의 이러한 태도를 두고 “업계 전반의 공통적인 안일한 태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예지미인 외에도 생리대 이물질 논란이 일어난 업체들 역시 비슷한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동아제약이 판매하는 체내형 생리대 ‘탐폰’에서 검정색 기름때처럼 보이는 이물질이 발견됐다. 동아제약은 “포장을 맡기고 있는 외부업체 쪽에서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며 “동일한 제품으로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겠다”고 해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다.
그 후 6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동아제약은 정확한 원인규명보다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다시 한 번 논란을 일으켰다. 소비자가 느끼는 불안 심리는 신경쓰지 않는 모양새다.
유한킴벌리의 ‘좋은 느낌’은 지난해 8월 말 제조 후 시장에 유통된 지 2달도 채 되지 않은 제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돼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유한킴벌리 역시 “곰팡이가 맞지만 제조 과정상의 문제로 볼 수 없다”면서 피해 소비자의 보관 실수로 책임을 돌렸다. 이후 항의가 계속되자 “생리대나 아기 기저귀 한 팩으로 교환해주겠으니 고르라”며 선택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처럼 업체들 대부분은 생리대 위생 관련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제조 공정상의 문제가 아니다”고 답한다. 이번 예지미인 논란처럼 공정상의 문제를 피할 수 없을 때에는 인정을 하면서도 적극적인 문제 해결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안과 문제 해결에 대한 궁금증만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