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산련 수장 양보 못한다”

최병오·박상태·염태순·김웅기 회장 격돌

2014-01-20     강휘호 기자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섬유업계서 내로라하는 기업 오너 네 명이 섬유산업연합회(회장 노희찬·이하 섬산련)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과 박상태 성안그룹 회장,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김웅기 세아상역 회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섬산련 회장 자리를 놓고 오너 기업인이 네 명이나 후보로 나온 것 자체가 섬산련 40여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이목을 집중시킨다. 아울러 이들의 대결 구도는 업종(원사직물 vs 패션의류)·지역(대구경북 vs 타지역)별로도 압축되는 모양새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연합회 역사 40년 만의 첫 4자 구도 선거전
원사직물 vs 패션의류·대구경북 vs 타 지역 대립?

회장 후보군에 올라 있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다 만만치가 않다. 최 회장과 박 회장, 염 회장, 김 회장 모두 섬유업계 정통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우선 최 회장은 동대문시장에서 출발해 오너에 이르기까지 자수성가의 신화로 평가 받는다. 현재 의류산업협회장을 맡고 있을 만큼 대외 활동 역시 뛰어나다. 또 최 회장의 형지그룹은 총매출액이 1조 원대를 넘어서고 있다. 창립 10년만인 2008년에는 여성복으로만 매출 5000억 원을 돌파하며 업계 6위로 올라섰고, 이후 남성복, 아웃도어 등 다양한 브랜드를 런칭해 현재는 수십여 개의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전문 기업으로 성장한 상태다.

염 회장의 신성통상도 지오지아, 유니온베이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매출액에서 1조 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2012년 런칭한 SPA(제조·직매형의류) 브랜드 탑텐(TOPTEN10)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해외에 제조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마인드 측면에서 플러스 요인이라는 평가다.

이에 맞서는 박 회장은 의직물수출입조합 이사장을 맡아왔고 오랫동안 섬산련 행사 등에 적극 참석해 업계 인사들과 교류가 많았다. 성안그룹 창업주 고 박용관 회장의 맏아들로 2세 경영인의 대표주자다. 다만 박 사장의 성안그룹은 매출액이 직물전문 상장기업으로 2012년 기준 863억 원에 불과해 다소 밀린다.

마지막 김 회장도 매우 강력한 후보다. 김 회장이 보유한 세아상역의 경우 한국은 물론 세계 9개국 17개 현지법인과 31개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2011년 섬유패션업계 최초로 10억 달러(1조 600억 원)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때문에 글로벌적인 측면에서만 따지면 단연 발군이다. 세아상역이 해외 제조공장을 기반으로 하는 의류수출 전문 기업인만큼 다른 후보군들 보다 앞선다. 세아상역이 비상장 기업이라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김 회장의 세아상역 주식 규모는 업계 1~2위를 다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벌 인사 등장하나

섬산련 회장을 결정하는 권한은 회장추천위원회가 지니고 있다. 추천위원회는 노희찬 현 회장(삼일방직 회장)과 경세호 명예회장(가희 회장), 김해수 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연합회장(대한염직 회장), 박경탁 한국화섬협회장, 원대연 한국패션협회장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후보군 중 한명이 섬산련 회장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들 다섯 명의 추천을 만장일치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추천위의 결정은 오리무중이다. 지난해 12월 26일과 30일 두 차례 회의에서 회장을 선출해내지 못했다. 2차 회의에서 김 회장이 3표(경세호 섬산련 명예회장, 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를 얻었고 박 회장도 2표(김해수 한국패션칼라연합회 회장, 박경탁 한국화섬협회 회장)를 득표했지만 만장일치라는 회장 추대 원칙이 가로막은 것이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지금까지는 단일 후보자들이 자연스럽게 추려졌는데 올해만 유독 경쟁이 심한 편”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 개개인과 기업의 역량만으로 따졌을 때는 후보들 중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묘한 시각이 존재한다.

추천위원들이 자기업종, 자기지역 밀어주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다. 추천위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기 업종 챙기기에 나선다면 단연 섬유 소재 인사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또 대구경북 지역의 주력 산업 중 하나가 섬유산업이고 해당 지역 출신 인사들의 영향력이 크다는 주장이다.

현재 후보군 중 화섬, 원사, 직물, 염색 등 의류 분야 중간 공정을 처리하는 박 회장의 성안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기업은 모두 의류 수출 또는 패션브랜드 기업이다. 그리고 최 회장과 박 회장은 대구경북 출신, 김 회장과 염 회장은 서울 등 타 지역 출신으로 분류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섬유업계를 모두 아우르고 대표하는 섬산련인 만큼 회장이 배출되는 업종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며 “업종마다 돌아가며 회장을 하던 것도 같은 이유 아니겠나. 이번 경쟁으로 돌아가며 회장을 맡던 관례가 깨진 이상 자기 업종 챙기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섬산련은 과도한 확대해석 때문에 힘들다는 반응이다. 섬산련의 한 관계자는 “섬유산업 발전을 위한 회장 선출이다. 능력에 따른 결정이 될 것”이라며 “만장일치라는 추대 원칙 역시 되면 좋겠지만 의견 차가 계속 발생한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다. 공표되지 않은 말들이 나돌아 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천위원회가 논의하는 것은 일체 비밀이다. 따라서 일부에서 나오는 우려는 대개 추측이나 소문으로 보인다”며 “어느 쪽, 어떤 지역에서 선출이 되든지 정책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연합회 성격 자체에도 영향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초미의 관심을 일으키고 있는 섬산련의 차기 회장은 다음달 24일 섬유산업연합회 정기 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