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LS그룹 회장일가 둘러싼 의혹들
JS전선 사업정리는 결자해지 혹은 구색 맞추기?
공개매수가 헐값 논란…사업 부문 승계 의혹
구자엽 회장 LS전선 회장 유지…책임론 대두
LS그룹의 JS전선 정리 과정에서 일어난 첫 번째 지적은 일부 소액주주들에 의해 제기됐다.
그룹 측이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그들 소유의 주식 전량을 주당 6200원에 공개 매수한다. 상장 폐지 후 빠른 시일 내 사업을 정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으나 금액이 문제였다.
이들은 “JS전선의 기업 가치와 과거 주가를 고려해 공개 매수가를 설정해야 한다”며 “LS그룹이 제시한 공개매수가 6200원은 터무니없는 액수”라며 반발한다.
또 “공개 매수가 설정을 위한 기준 주가가 된 5300원은 JS전선과 LS그룹의 잘못으로 크게 하락한 상태의 금액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공개 매수가를 정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소액주주들이 적정가로 내세우는 공개 매수가는 LS그룹이 제시한 공개 매수가의 1.84배에 이르는 주당 1만1428원이다. JS전선의 순자산을 발행주식 총수(1138만주)로 나누면 약 1만1428원이 된다는 게 이들의 근거다.
JS전선 주가는 지난해 초 9000원∼1만 원대에서 거래됐으나 원전 납품 비리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11월에는 3000원 대까지 떨어졌다. 2007년 상장 당시 공모가는 2만 4000원이었다.
이미지 제고 위한 꼬리 자르기인가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에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원전 비리로 발생한 피해금액을 감안하면 적은 돈으로 생색을 내는 꼴이라는 이유다. 원전 가동 지연 원가 손실 3조 원과 새케이블 교체 공사비, 전기판매 손실액 등을 따지면 한국수력원자력의 피해금액은 4조 원대에 달한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JS전선 사업정리에 대해 “더 큰 손해를 막고 JS전선과 더불어 나빠진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일종의 꼬리 자르기 수순으로 보인다”며 “JS전선의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것도 향후 모기업인 LS그룹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처사로 원전비리에 대한 반성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JS전선 임직원까지 연루된 원전비리로 수조 원대 이상 피해를 일으켰다면 국민적 책임을 져야한다”며 “JS전선의 폐업결정은 LS그룹 나아가 범 LG가 그룹 경영차원에서 선택한 결정이다.
구 회장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이렇게 반성하지 않으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발언한 것도 JS전선과의 명백한 선긋기와 이번 조치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같은 주장들은 JS전선의 사업 분야를 자회사인 LS전선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힘이 실린다. 업계에서도 JS전선이 사업을 중단해도 LS전선이 원전용 케이블 및 특수선을 생산하고 있어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공개매수 비용도 총 212억 원으로 구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8명이 사재출연을 결정해 회사 차원의 현금 부담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구자엽 JS전선 대표이사 회장의 책임론도 대두되기는 마찬가지다. 원전 비리와 같은 대규모 사태에도 최고책임자인 구자엽 회장은 LS전선의 회장직을 겸하고 있어 그룹 내 입지에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LS그룹 측은 도의적 책임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LS그룹 관계자는 “JS전선의 매매거래가 정지된 지난 6일 종가가 5300원이다. 공개매수 가격이 시가보다 약 17% 높다“며 “한수원과의 손해배상 소송 등 앞으로 생길 잠재적 부채를 감안하면 JS전선의 미래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낮아진다”고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주주들의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공개매수를 결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업 부문을 승계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아직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 전선 납품 사업은 모두 입찰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시장을 그대로 승계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같은 사업 분야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오해를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끝으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JS전선 사업을 통째로 접는데도 불구하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일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LS그룹은 지난 6일 원전 불량 부품 문제를 일으켰던 JS전선의 모든 사업을 정리하기로 발표했다. 원전에 불량 케이블을 납품해 문제를 일으킨 부품 제조 계열사인 JS전선의 선박·해양·산업용 특수 케이블 등 모든 국내 사업 부문의 영업 정지를 선언한 것이다.
JS전선은 LS그룹 주력 회사인 LS전선의 자회사로 2012년 기준 5820억 원의 매출에 13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회사다.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원전 3기는 지난해 5월 시험 서류가 위조된 JS전선의 불량 제어케이블이 설치된 것이 확인되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사업 정리 이후 JS전선 종업원 300여명은 LS그룹 차원에서 고용을 유지하기로 했다. LS그룹은 이날 원전 안전 연구개발을 위해 1000억 원을 출연한다는 방안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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