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계약 파문 불편한 진실…KBO 고심 중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차 드래프트로 NC로 이적한 베테랑 투수 이혜천이 전 소속팀인 두산과 이면계약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프로야구계에 공공연한 비밀로 여겼던 ‘이면계약’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라 제도 개선의 목소리도 한층 커지고 있다.
이혜천은 지난해 11월 11일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1라운드 전체 4번째로 NC의 지명을 받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두산은 이혜천을 보내주는 대신 NC로부터 이적료 3억 원을 받았다.
하지만 갈등은 여기서 시작됐다. NC가 이혜천에 대해 연봉 2억 원을 기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혜천은 합의하에 팀을 떠난 것이 아닌 만큼 두산이 남은 계약기간 1년의 잔여 연봉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두산은 이혜천이 팀을 떠났으니 연봉 보전은 힘들다고 맞섰다. 또 협상과정에서 ‘계약금 반환 요구’까지 불거져 사태는 더욱 확산됐다.
앞서 두산은 2010년 겨울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방출된 이혜천을 다시 품었다. 당시 발표된 계약조건은 계약금 6억 원, 연봉 3억5000만 원, 옵션 1억5000만 원 등 총 11억 원 이었다. 해외 진출 후 국내 복귀 선수는 다년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조항에 따라 두산과 이혜천의 계약은 당연히 1년만 유효한 듯했다.
하지만 두산과 이혜천은 1년짜리 계약과 별개로 4년간 같은 금액을 보장하는 이면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양측은 파문이 확산되자 지난달 30일 잠실구장 내 두산 구단 사무실에서 만나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두산 관계자는 “계약금을 반환하라는 말은 양측이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구단에서 선수에게 주는 계약금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전달한다. 보너스를 다시 내 놓으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일은 원만하게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결국 두산은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지만 이혜천과 NC의 연봉 계약에 따라 3억5000만 원과의 차액을 보전해 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우여곡절 끝에 합의했지만 이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을 어긴 사례여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11년 국내로 돌아온 이범호(KIA)를 비롯해 2012년 복귀한 김태균(한화), 이승엽(삼성), 김병현(넥센) 모두 다년계약의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 프로야구 최고 연봉을 받는 김태균은 2년 연속 15억 원을 받았고 이승엽도 8억 원으로 고정돼있다. 2012년 복귀 첫 해 계약금 10억 원과 연봉 5억 원을 받은 김병현은 지난 시즌 3승8패 평균자책점 5.66으로 부진했지만 오히려 연봉이 6억 원으로 올랐다. 반면 내년 연봉이 2억 원으로 대폭 깎여 2년 계약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면계약은 국내 선수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외국인선수의 경우 공공연히 이면계약을 채결하고 있다. 외국인선수 고용 규정에 따르면 첫 해 보수를 최대 30만 달러로 제한하고 있지만 형식상 발표에 그치고 있다.
올해 한화에서 활약한 대나 이브랜드는 미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9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찰리 쉬렉이 NC와 2년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두산은 이번 사태를 놓고 이면계약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두산 관계자는 “KBO 규정상 해외에서 들어오는 선수와 다년계약을 못하게 하고 있지만 선수가 1년 계약을 원하지는 않는다”면서 “대계 선수들은 3~4년의 장기계약을 원한다. 다년 계약은 선수를 붙잡기 위한 구단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를 감독해야 할 KBO는 이번 건에 대해서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 조정기관으로서 규제 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KBO 관계자는 “두산과 이혜천의 이면계약 문제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이면계약 문제의 개선방안에 대해 KBO도 여러모로 대책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해외 유턴파 단년 계약에 대해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용병 상한액이나 국내 복귀 선수의 계약기간 등 사문서화 된 규약의 개선을 고려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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