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심기일전 승부수 통할까

신용등급 강등 영업이익 하락 악재 어디까지

2014-01-06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사진)이 잇따른 악재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철강업계의 경쟁심화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밀려나면서 또 한 번의 추락을 맛 본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조직인사 단행이란 쇄신 카드를 꺼내며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업계 전반에 불어오는 불황의 바람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포스코·현대제철에 밀려 전전긍긍
조직인사 단행해 위기 극복 나서

동국제강이 잇따른 악재가 겹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장 회장은 이웃 토지 무단 점유 논란을 일으키며 2.1㎡(0.63평)의 땅을 두고 이웃과의 소송에서 승소했다.

철강업계의 경쟁심화와 조선업황의 악화, 중국산 저가제품 공세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영업이익이 하락해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원과 나이스(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원은 지난해 12월 26일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신용등급 하락은 조선업 수주 저하 등 후판부문의 수익성 저하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매출의 46.9%를 차지했던 후판 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동국제강은 봉강형과 후판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며 국내 2~3위의 과점적 시장 지위를 유지해왔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후판사업을 시작했으며 2011년 상반기만해도 안정적인 영업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제품가격이 15% 이상 하락하고, 현대제철의 후판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점유율은 40%에서 24%로 떨어졌다. 또 오래된 후판 1공장을 폐쇄하는 등 경쟁지위가 과거 대비 상당히 약화됐다.

현대제철은 이미 동국제강을 추월한 상태다. 올해 100만t 이상의 후판 생산을 예고하고 있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이 후판시장에 진출하기 전에는 동국제강과 포스코가 시장을 과점해왔다. 포스코는 삼성중공업, 현대제철은 현대중공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동국제강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요 수요산업인 조선업의 장기침체와 중국산 저가물량 공세, 당진 후판공장과 인천 철근공장 등 대규모 투자로 인한 차입금 부담 증가로 동국제강의 위기는 더욱 극대화됐다. 2009년 말 9000억 원이던 순차입금이 지난해 9월 2조8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다.

그 때문에 신용평가 3사는 향후 동국제강의 영업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원은 “후판부문은 전방산업의 부진과 지속되는 판가 하락세, 현대중공업향 매출 감소 등 부정적 요인이 계속되고 있다”며 “뚜렷한 시황 회복 없이 당분간 실적이 개선되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원 역시 “현재 업계 상황을 볼 때 단기적으로 영업실적 회복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동국제강의 경우 영업외적인 방안이 요구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강점 집중·기본 충실 봉강형 비중↑

안팎으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신용평가 3사 모두 동국제강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해 더 이상 추가적인 등급하락으로 인한 위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장 회장은 지난달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사업재편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평소 장 회장은 동생인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이 잘못한 경우에도 크게 야단을 칠 정도로 업무 성과와 관련해 엄격한 잣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국제강은 이번 임원 인사 단행으로 임원 5명을 재배치하면서 봉강형 담당인 최원찬 이사 단 한명만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봉강형 판매에 비중을 두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현재 동국제강은 후판부문의 수익성이 떨어져 등급이 강등되긴 했지만 봉강형 판매 비중은 증가 추세에 있다.

재무구조에 있어서도 유동성 위기는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차입금 액수가 증가하기는 했으나 절반 이상이 장기성 차입금이다. 현금성 자산 보유도 8300억 원에 달하며 추가로 담보 잡힐 수 있는 1조4000억 원 가량의 투자자산과 3조 원의 유형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의 투자와 관련한 자금부담은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보며 안정적이라 평가받은 등급 전망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또 동국제강은 신년 목표를 “강점에 집중하고 기본에 충실하자”로 두고 회사의 정제된 강점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윤영 동국제강 사장 역시 2014년 시무식을 통해 “물은 99도가 되어도 끓지 않는다. 마지막 1도를 더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동국제강의 도전 문화를 되새겨 올해 각오를 새롭게 하자. 파도가 오면 두려워 말고 파도타기를 즐겨야 한다”면서 “제조업은 강점에 집중하고, 기본에 충실할 때 새로운 힘이 생겨 경쟁력과 도약력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현재 우려되는 상황의 원인은 업계의 불황에서 온 침체가 크다”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신제품 개발과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등급 하락은 이미 예상돼왔던 상황이었고, 봉강형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조직 인사 단행도 봉강형 중심으로 이뤄졌다”면서 “신용등급은 하락했지만 내부적으로 유동성의 문제가 없는 것은 물론 현재의 위기를 기술로 차별화하자고 다독이고 있는 분위기다”고 밝혀 향후 동국제강의 위기 극복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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