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사고치는’ 여기는 해운대…
2007-08-23 서준 프리랜서
올 여름 피서지는 여느해 휴가철에 비해 썰렁했다. 장마 끝나기가 무섭게 찾아온 ‘우기’ 때문에 피서지 상인들은 ‘죽을 맛’의 휴가 시즌을 보냈다. 그렇다고 청소년 등 젊은이들의 휴가 열기까지 풀이 죽은 것은 아니다. 날씨가 받쳐주지 않으면 ‘일을 만들어서라도’ 휴가를 만끽하는 요즘 젊은이들이다. 올 여름 역시 전국의 주요 해수욕장은 청소년들에게 탈선 해방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휴가객들로 인해 밤이면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은 아예 탈선하려고 작정한 듯 덤비는 청소년들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해운대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여름밤의 불법 성매매를 추억 삼아 즐기는 청소년들이 전국 해수욕장에 쫙 깔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들과 해수욕장 상인들, 그리고 해수욕장 피서를 다녀온 다수 사람들에 따르면, 휴가철 해수욕장 인근 민박에선 성매매를 알선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밤 해변가에서 청소년들이 즉석에서 만나 술 취한 상태로 무분별한 성행위를 벌이는 일도 예삿일이었다. 이들이 밝힌 청소년들의 한여름 탈선 현장을 알아봤다.
“저×은 왜 돌아가면서 하냐고”
지난 8월2일 새벽 2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H콘도 앞 해변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8명 가량이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들이 눈에 띈 것은 남학생으로 보이는 2명이 서로 고성을 지르면서 싸움을 벌였기 때문. 모래사장 위에서 만취한 탓에 몸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상태로 상대를 붙잡고 욕설을 하며 비틀거렸다. 주변에서 이들을 뜯어말렸지만 몇 차례 주먹이 오갔고 이내 둘은 넘어졌다. 한 눈에 봐도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기껏해야 열일곱이나 열여덟살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었다.
무리 중 한 남학생이 싸움을 벌인 남학생 한 명을 끌고 도로가로 걸어나왔다. 그 만취한 남학생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아이 ××, 어제 나랑 했던 ×을 저 ××가 건드렸는데, 가만히 있어야 되는 게 말이 돼? 그리고 저×은 또 뭐냐고, 왜 돌아가면서 하냐고….”
말투가 표준어인 것을 보아하니, 수도권 쪽에서 온 학생들 같았다. 그 목소리가 하도 커서 주변 피서객들이 또렷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상황을 두고 혀를 차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저 재미있게 쳐다보거나 대수롭지 않게 보는 이들이 더 많았다. 무리 쪽에선 걸어나가는 두 남학생을 향해 계속 욕설이 흘러나왔다.
상황을 짐작컨대, 남녀 고등학생들이 4 대 4로 해운대로 피서를 왔는데, 한 남학생과 전날 밤 성관계를 맺은 여학생이 다른 남학생과 또 잠자리를 하려 하자, 이에 격분해 남학생 둘이 싸움을 벌인 것 같았다.
새벽 3시30분경 G호텔 앞 신호등.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두 명이 각각 술 취해 몸을 가누지 못 하는 여자 청소년을 업고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흔치 않은 ‘풍경’이어서 이들이 어디까지 가는 지 지켜봤다.
이들 4명은 건널목을 건넌 뒤, 호텔 뒤편으로 갔다. 그리곤 인근 S모텔로 들어갔다. 4명 모두 분명 고등학생으로 보였지만 이들의 숙소는 모텔이었다. 모텔 카운터에 있는 3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봤다.
“방금 술 취해서 들어간 학생들, 아무래도 고등학생 같은데 여기 투숙객 맞아요?”
“휴가철에 누가 누군지 우째압니꺼, 구청에서 나온 건 아니지예?”
대수롭지 않게 보는 시선
또래 학생들끼리 짝을 맞춰 피서를 온 것은 그나마 건전해(?) 보였다.
해변가를 순찰하는 경찰에게 물어봤다. ‘청소년들의 폭행 사건이 빈번하냐’고 물었지만, 경찰은 질문이 어이없다는 듯 짧게 대답하곤 가버렸다.
“그걸 어떻게 말로 다 합니까. 너무 많고 손도 다 못 씁니다. 여기저기 지금 안 보입니까.”
그 시간,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구의 남자 청소년 3명은 분명히 ‘성매매’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609쪽에 가면 여관바리 요새 죽이는 애들 나온단다.”
“아줌마 아이가.”
“아이다, 서울말 쓰는 아들도 있다 카던데 현찰 주믄 7만원까지 해준단다.”
“××, 너무 비싸네, 쫌 싸게 안되나?”
“완월동 가쓰나들이 이쪽으로 바캉스 원정 나와있다 아이가, 그 아들 A급인 거 너거들 모르나….”
단번에 들어도 성매매를 하기 위해 어슬렁거리는 청소년들이었다.
나중에 인근 상인들에게 물어봤더니, ‘해운대 609’는 예전 해운대에 나름 번성했던 집장촌 번지수였고, 아직 그 지역 일대에선 일명 ‘여관바리’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상인들에 따르면, 구청 단속이 삼엄해 예전처럼의 단계는 아니지만, 여름철엔 ‘혼란한 틈’을 타 ‘휴가철 특별 성매매’가 알게 모르게 판을 치고 있다.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대로 부산의 대표적인 윤락가인 완월동 아가씨들이 해운대로 원정을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심지어 민박집에서도 성매매를 알선해주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에서 성매매 할 수 있는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미리 입수해 오는 경우도 있다.
10대들이 즐겨 찾는 한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선 ▲부산지역 해수욕장에서 마음놓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술집 ▲청소년에게도 담배를 파는 가게 ▲남녀 혼숙을 할 수 있는 여관 ▲즉석 성매매를 할 수 있는 장소까지 상세히 소개돼 있었다.
다른 채팅사이트에서도 해수욕장 이름과 성매매를 의미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수십 개의 대화방이 뜨고, 이 곳에선 탈선과 관련한 잡다한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완월동에서 해운대로 원정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해수욕장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여름철 피서 명소로 인식되지만, 일부 청소년들에겐 불법 성매매의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남학생들이 윤락여성들을 상대로 벌이는 성매매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10대 여성 가출청소년들이 성매매에 연루되는 현실이다.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휴가철만 되면 인터넷 공간에선 ‘해수욕장 구경, 숙식제공’이란 문구로 여학생들을 꼬드겨 공짜로 피서를 즐길 수 있도록 유혹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진다. 주로 해수욕장 인근에 사는 남성들 ‘짓’이다.
또 휴가철 해운대 해수욕장엔 특히 가출 청소년들이 많이 모인다. 이들 역시 여름 휴가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해운대로 모여든다는 것이다. 이런 여학생들을 겨냥한 ‘마수’가 있다.
실제로 가출을 한 뒤 해변을 돌아다니는 청소년들은 숙식을 제공해주겠다는 성인들의 유혹이 인터넷 곳곳에 숨어 있다. 가출한 여학생들도 자신의 몸을 담보로 공짜로 숙식과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것쯤은 익히 잘 알고 있다. PC방에서 단 몇분만 채팅을 하면 ‘물주’를 꿰찰 수가 있다.
심각한 문제는 이들 가출 여학생들이 심한 성폭행을 당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성들을 상대로 강제 성매매까지 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출 여학생들도 해운대 피서
실제로 지난 7월 한 40대 남성은 해변을 돌아다니는 여중생에게 접근해 ‘성’을 사겠다고 제의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인근 모텔에서 여중생과 성관계를 가진 후 약속했던 화대를 주지 않았다. 여학생은 반발했다. 그러자 남성은 여학생을 마구 때렸고, ‘다행히’ 경찰에 붙들렸다.
이 남성은 새벽녘 바닷가에 나와 어린 여학생들만을 상대로 취미 삼아(?) 성관계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산에 거주하는 한 30대 남성은 인터넷 채팅방에 ‘해수욕장 구경, 숙식제공’이라는 말로 여중생을 꼬드겨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 남성은 성폭행 사실을 감추기 위해 여중생을 섬에 팔아넘기겠다고 위협까지 했다.
성폭력 상담을 받고 있는 원스톱 상담센터에 따르면, 평소 월 평균 50여 건에 머물던 상담건수가 피서철인 8월 중순 현재 3배인 150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접수되지 않은 것까지 감안하자면, 최소 5배 이상은 된다는 추측이다.
#절정 피서철 해운대 나이트클럽에서 벌어진 일
일탈을 꿈꾸는 욕정의 청춘남녀 ‘묻지마 룸섹스’
피서철 해운대 나이트클럽에서 벌어지는 부킹은 여느 곳과 분명히 다르다. 국내 최고 피서지의 나이트클럽답게 청춘 고객 남녀들의 복장은 극도의 노출 그 자체다. 여성들의 경우 핫팬티는 기본이고 비키니 브래지어 정도만 살짝 걸친 게 보통이다. ‘노 브래지어’의 민소매 차림도 흔하다. 이런 차림으로 여성들이 화끈하면서도 ‘새끈한’ 춤으로 피서지 남성들의 오감을 유혹한다. 몸을 흔들어댈 때마다 따라 움직이는 여성들의 가슴에 남성들의 눈이 꽂혀 있다.
8월 3일 금요일밤, 해운대 해변에 위치한 모 호텔 지하 나이트클럽 대형 스테이지에선 이런 차림의 여성들과 반바지에 민소매 패션의 남성들이 뒤엉켜 음악 속으로 녹아 들어갔다.
초만원의 젊은 남녀들이 열기를 뿜어낸다. 말 그대로 가관이다. 본격적인 휴가 시즌인데다 금요일 밤까지 겹친 터라 휴가 손님들이 꽉 들어찼다. 여기에다 노는 물이 보통 때와는 다른, 휴가철 피서객들과의 부킹을 위해 부산 토박이들까지 가세했다.
초저녁이 지나면서 나이트클럽의 그 많은 룸은 어느 새 다 차버렸다. 필자 일행은 모두 3명. 일찌감치 룸을 예약해둔 터라 룸에서 편안하게(?) 부킹을 할 수 있었다. 일행이 나이트클럽에 들어간 시간은 오후 8시30분쯤.
술자리 세팅이 된 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았지만 ‘화끈한 노출’의 아가씨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룸싸롱 아가씨들도 이런 노출을 하기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역시 휴가철 피서지 분위기에 아가씨들의 긴장은 한껏 풀린 듯 했다.
대구에서 왔다는 이 3인조 아가씨들은 거푸 양주를 두세 잔씩 마셨다. 여학생들이라고 소개했다. ‘꺄르르’ 몇 차례 웃고 떠들더니만 어느새 ‘휘리릭’ 나가버렸다. 이 여성들은 마치 각 룸의 양주 맛을 탐닉이라도 할 듯 보였다.
이후부터 룸으로 들어오는 여성들 대부분 짜맞춘 듯 핫팬티에 민소매 내지는 탱크탑 차림이었다. 배꼽 정도 드러내는 건 예삿일이고, 엉덩이가 반이나 드러나는 외국 영화에서나 봄직한 반바지도 적잖았다.
네 번째로 룸으로 들어온 여성 2명은 포항에서 왔다고 했다. ‘포항 인근에도 좋은 바닷가가 있는데 해운대까지 왜 왔냐’는 질문에 “해운대에서만 즐길 수 있는 신나는 밤문화가 좋아서”라고 답했다. 양껏 노출한 상태로 거리를 활보하고 밤엔 대규모 나이트클럽에서 밤새 실컷 부킹도 하려는 목적이었다. 2명 중 한 명은 유부녀였다. 남편은 해외 유학 중이라고 했다. 이 여성 둘은 연락처를 주고받자는 우리 일행의 제의에 흔쾌히 승낙까지 했다. 의외였다. 확실히 여성들의 마음이 느슨해져있다는 게 느껴졌다.
웨이터에게 물어봤다. 피서철 룸 안에서 벌어지는 일 중에 재미있는 에피소드 몇 가지를 알려달라고 팁을 주며 물어봤다. 별별 사건이 다 일어나지만, 가장 으뜸은 ‘묻지마 룸 섹스’라고 했다.
이 웨이터에 따르면, 새벽 2~3시가 되면, 어지간하면 다들 얼큰하게 취해있게 마련. 이쯤 되면 일탈을 꿈꾸려는 욕정의 청춘남녀들이 ‘짝을 찾을’ 시간대다. 급한 나머지 룸에서 성관계를 맺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테이블 구석에 분비물이 묻은 팬티가 구겨져 박혀있기도 하고, 간혹 철저한(?) 여성들이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콘돔이 발견되기도 한다. 룸 섹스를 작정하고 나이트클럽에 들어온 게 아니고서야 룸에 콘돔이 있을 리 만무한 일.
어떤 룸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남자들이 계속 부킹을 재촉해서 한 여성을 데리고 그 룸에 들어섰는데, 이게 웬걸. 불과 몇 분전까지 함께 있었던 일행들은 자리에 없고 한 남성이 한 여성과 선 채로 일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여성은 만취 상태로 테이블 위에 팔을 얹고 엎어져 있고, 남자는 그 뒤에서 열심히 일을 치르고 있는 장면이 목격된 것이다. 황당했던 것은, 성관계 중이던 남녀가 누군가 자신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하던 일을 계속 하더라는 것. 더욱 놀라운 것은 웨이터에 이끌려 따라 들어온 여성이 어지간하면 놀라 돌아설 법도 한데, 그러지 않고 한동안 그 자리에서 흥미진진하다는 듯 그 장면을 감상(?)하더라는 것이다.
웨이터는 “긴장의 끈을 놓아버린 피서지의 새벽녘 나이트클럽에나 볼 수 있는 광경”이라고 자랑하듯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