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리기사 애환 - 신종 불법 성매매 ‘꽃마차’는 무엇?

2007-08-09     서준 프리랜서 
알선비와 티켓비면 만사 ‘OK’, 티켓형, 출장형 각양각색
경제불황과 취업난으로 가정주부, 여대생까지 뛰어들어


무등록 대리운전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특히 여성운전자만으로 구성된 여성대리전문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반 대리업체에서도 여성대리기사를 찾는 손님이 늘자 생활정보지 광고 등을 통해 여성 대리기사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여성 대리기사 대부분은 ‘투잡’이나 아르바이트 형태지만 일부는 노래방 도우미 생활을 했던 30~40대 여성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영업 손실액 정도를 팁으로 받고 손님과 술자리까지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성매매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도 후텁지근한 밤거리를 종횡무진 달리고 있을 여성 대리기사들의 삶과 애환을 들어봤다.

워낙 많은 대리운전 업체들이 난립하며 최근에는 제살깎기 영업경쟁까지 벌어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대리운전을 윤락과 연결시켜 영업을 감행해 신종 매춘으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 직장인들 사이에서 때아닌 ‘꽃마차’가 유행하고 있다. 꽃마차란 일명 여성 대리운전기사를 일컫는 말로 최근에는 변종 성매매의 일환으로 자리 잡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여성 대리운전기사와 고객들 사이에서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

신종 불법 성매매

소문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지난 7월 27일 밤 10시께 ‘유흥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을 찾았다. 밤이 깊어지자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내려앉은 강남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넥타이 부대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곧 이들에게 벌떼 같이 삐끼들이 몰려들었다. 이중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늘어난 여성 대리운전기사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녀들이 뿌린 명함에는 ‘섹시한 그녀’에서부터 ‘여대생과의 은밀한 만남’ 등 낯 뜨거운 문구들로 가득했다. 대리운전을 지향하는 것인지 성매매를 알선하는 것인지 혼돈될 지경. 이와 관련, 회사원 황모(28)씨는 “얼마 전 여성대리운전 기사에게 차를 맡겼는데 장난삼아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하니까 ‘미리 연락을 달라’며 명함을 건네줬다”면서 “실제로 서로 마음만 맞으면 영업비 정도만 주고 술을 같이 마시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황씨는 얼마 전 회사 회식을 마치고 대리운전을 부르던 찰나, 그날 받았던 문제의 명함이 떠올랐다고 했다. 재미삼아 그곳에 전화를 건 황씨.

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처음에는 이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이제는 단골이 되어서 자주 부르는 여성 대리운전기사가 따로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애초에 호기심 삼아 부르게 된 여성대리운전을 이제는 중독처럼 자주 이용하게 됐다는 것이 황씨의 전언이다. 일주일에 몇 번 정도 대리운전을 이용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직업상 손님을 접대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이용한다”면서 “자주 이용을 하니 금방 VIP고객이 됐다.

지금은 전화하면 업주가 농담 삼아 원하는 연령대와 스타일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기도 한다”고 전했다. 여성대리운전을 선호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여성 운전자가 훨씬 친절하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준다는 것이다. 또 농담을 잘 받아주는 여성 운전자가 많아져 심심하지 않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점도 여성 운전자를 선호하게 된 이유라고. 뿐만이 아니었다. 황씨는 “요즘은 여성 운전자들이 더 적극적”이라며 “여성 운전자가 차에 타자마자 ‘도착지가 어느냐, 중간 어디쯤에서 쉬어 갈 것이냐’고 묻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대리운전 피해 속출

주로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같은 대리운전 윤락은 밤업소 등과 연계해 취객들에게 여성 대리운전자를 소개한 뒤 은밀한 거래를 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입소문을 통해 알려졌던 대리운전 윤락은 초기에는 한물간(?) 전직 나가요 출신 아가씨들이 개별적으로 영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주로 호텔가와 유흥업소가 많은 지역에 상주하며 취객들에게 “대리운전이 필요하냐”고 접근해 은밀한 거래를 제시했다는 것.

그러나 최근에는 ‘대리운전 보도방’같은 전문 업소가 생기면서 조직적으로 윤락을 알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대리운전 보도방’은 소개비를 따로 챙기고 시간당 2~3만원의 티켓을 끊어주는 속칭 티켓다방식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게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심지어 1박2일식 출장형 대리운전 윤락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불법 매매춘 행위를 아무 거리낌 없이 행하고 있는 대리운전 윤락의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만취한 취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물론 성추행범으로 몰아 돈을 갈취하는 전문 꽃뱀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일부 여성 대리운전기사들의 불법 영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쪽은 같은 직업을 가진 대부분의 여성 기사들이다. 실제로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주부 김수현씨는 “일부에서 행하는 일 때문에 남자 손님들이 성적인 농담을 자주 한다”며 “아이들 학원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데 요즘은 너무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렇다고 모든 여성 대리운전기사들이 불법 매매춘 영업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대학생과 20대 직장 여성들이 심야 대리운전기사로 활동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취업난과 아르바이트난에 허덕이는 20대 여성들이 대리운전업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 소문은 업계를 중심으로 삽시간에 퍼졌고, 이들 여성 대리운전기사를 부르는 손님들도 부쩍 늘었다. 대리운전 경력 6개월째인 임수진(가명·29)씨는 심야 대리운전업계에서 이른바 ‘얼짱’으로 통한다.

밤이면 고정 고객들의 전화가 이어지기 때문에 유흥가 주변에서 헤매고 다닐 필요도 없다는 것이 그녀의 전언이다. 어학연수를 준비하고 있는 임씨는 “공부를 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게 됐는데 손님들이 ‘딸 같다’며 많이들 찾아준다”며 “여성 고객들의 반응도 좋아 당초 계획보다 어학연수 일정도 앞당겼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들 20대 여성 대리운전기사들은 기존 ‘아줌마 대리운전기사’에 비해 탄탄한 영업망까지 구축하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여성 운전자들이 최대 고객이다. 때문에 이들 간의 경쟁도 매우 뜨겁다. 마케팅 기법도 천차만별이다. 백화점과 스포츠센터, 아파트 주거단지를 중심으로 여성 운전자들을 직접 찾아 나서고 있는 것도 일반 대리운전기사와 다르다. 그러나 여성 대리운전기사는 취객 운전자를 상대해야 하므로 남성 운전자에 비해 어려운 점도 많다. 운전 중 술 취한 남성 고객들의 추태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 이와 관련, 수도권에서 만난 한 여성 대리운전기사는 “주로 여성 고객들만 상대하다가 가끔 남성 고객을 태우다 보면 꼴불견일 때가 대부분”이라며 “비상시를 대비해 전자충격기 등을 소지하고 다닌다”고 귀띔했다.
<글/사진=서준 프리랜서> www.heymanlife.com


# 대리운전기사에게도 ‘블랙리스트’ 있다

대리운전 업계를 중심으로 일명 ‘블랙리스트’가 떠돌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블랙리스트에는 대리운전기사들을 골탕 먹이는 고객들의 명단과 전화번호, ‘불량 형태’까지 낱낱이 소개돼 있다. 실제로 대리운전기사 인터넷 모임마다 ‘불량고객’을 신고하는 게시판이 따로 있다. 이들이 흥분하고 있는 공통적인 ‘불량고객’의 행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여러 명의 대리 운전기사를 불러 가장 빨리 도착한 차에 타면서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는 ‘얌체’ 고객이다. 두 번째로는 만취해서 폭언이나 반말을 일삼거나 토사물로 차를 더럽힌 뒤 치워 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고객을 꼽았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음주운전 단속으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가 그곳만 벗어나면 말도 안되는 이유로 ‘취소’하는 고객이다.

운전 중인 기사에게 “운전을 이렇게 밖에 못하냐”거나 “그러고도 대리운전으로 밥 먹고 사냐”는 등의 모욕으로 끝내는 운전자로 하여금 먼저 포기하게 만든다는 것. 이런 이유로 ‘불량 고객 명단’을 만드는 것에 대해 이들 모임의 대리 운전기사들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욕먹고 돈 떼여도 어떻게 대처할 방법도 없는데, 우리끼리 신세한탄 할 수 있는 공간에서 미리 정보를 나누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준>


# 20대 여성 대리운전자 김혜경(가명·27)씨
- "추태 부리는 취객 대처가 가장 난감”


- 대리운전을 하게 된 경위는.
▲ 지방에서 올라와 달리 취직도 되지 않고 마땅한 돈벌이도 없어서 이 일을 하게 됐다.

- 대리운전을 하려면 자격조건은.
▲ 서류전형도 필요 없이 운전면허 2종 이상만 소지하고 있으면 경력이 없어도 무관하다.

- 하루에 얼마나 버나.
▲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중 저녁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일을 하면 매일 7만원 정도는 벌 수 있다.

- 여성 대리운전기사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 우선 손님들이 남성 대리운전기사보다 여성을 더 선호한다. 그 이유는 운전을 더 안전하게 할 뿐만 아니라 편안하게 말동무를 해주기 때문이다.

- 여성 대리운전기사로서의 애환은.
▲ 남성 취객들 중에 극히 일부지만 진한 농담을 던지거나 추행을 시도하는 이들이 간혹 있다. 운전 중에 취객의 이런 농담이나 추행에 강력히 대응하기란 어려워 이런 취객을 만날 때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다. 게다가 나중에 경찰에 신고해도 ‘취해서 모르고 한 일’이라는 식으로 말해버리거나, 잡아떼는 경우가 많아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또 취객이 정신을 못 차려서 자기 집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1시간 이상 집 근처에서 차로 헤맨 적도 수차례 있다.

- 가장 꼴불견이었던 손님은.
▲ 언제인지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강남에서 잠실까지 운전하는 대가로 1만2000원을 받기로 하고 차를 몰았다. 자신을 ‘대기업 간부’라고 소개한 차량 주인은 이미 취기가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었다. 자신의 이름 석 자만 대면 안 통하는 곳이 없다며 그 와중에 자랑까지 늘어놓더라. 여하튼, 10분쯤 차를 몰았을까. 잠이 든 줄만 알았던 차량 주인이 갑자기 차를 세우라고 하길래 속이 거북하나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앞좌석으로 바꿔 앉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요즘 아내가 바람을 피는 것 같아 속이 상해 한잔했다. 술이나 한잔하자”면서 십만원권 수표를 여러장 꺼내 보였다. 불쾌한 감정에 뒷좌석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차를 버리고 가겠다고 했더니 “돈 없어서 일하는 거 아니냐, 돈을 주겠다는 데도 마다하는 ××같은 년”이라면서 자리를 옮겨 이내 잠이 들더라.

-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는데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 경쟁이 심하다 보니까 중간에서 손님을 가로채는 경우가 많다. 손님과 통화하고 곧바로 달려갔는데 10여분 뒤 약속장소에 손님이 없어 전화를 걸었더니 이미 다른 대리운전자와 함께 떠난 뒤였다. 이들을 속칭 ‘날치기 대리기사’라고 한다.<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