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공기업 방만 경영의 실태를 말하다 ⑪- 한국마사회
현명관 회장 경영혁신 선언 굴레에서 벗어날까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공기업(公企業).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소유권을 갖거나 통제권을 행사하는 기업을 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첫 번째 의무로서 공익성을 요구받고, 두 번째로 관료주의와 비능률을 회피해야 한다는 책임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막상 공기업들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공공의 목적을 잊은 채 방만경영 일로를 걷는 모습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공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공기업을 찾는 것이 오히려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와 같은 현실에 [일요서울]은 각 공기업이 어떻게 공익을 해치고 있는지 그 천태만상을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그 열한 번째 대상은 한국마사회(회장 현명관(사진)·이하 마사회)다.
로고 교체 예산낭비·용산 장외발매소 논란
영업 이익 감소…회장 연봉은 40% 인상 ‘잡음’
마사회는 새로운 수장의 등장과 함께 방만 경영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 5일 취임한 현명관 마사회장이 취임 이후 줄곧 방만 경영 철폐를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과도한 복리후생 논란에 대해 “노조와 타협이 방만 경영의 원인이라 보고 직원 가족 대상 건강검진 지원이나 대학 학자금 지급 등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지난 1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목표를 달성한 사람은 그에 상응한 보상을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도태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내년 1~2월께 전 직원이 모여 향후 과제를 발표하는 자리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내세운 상황이다.
현 회장이 이처럼 방만 경영에 분명한 선을 긋는 이유는 마사회가 그동안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복리후생, 효율적이지 못한 예산 사용, 용산 장외발매소(경마장) 이전 개장 논란 등이 끊임없이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방만 경영 공기업들의 문제점을 논하는 자리에선 빠지지 않고 언급되기 일쑤였다.
그 중에서도 첫 번째로 한국마사회의 영업이익은 매년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마사회장의 연봉은 올해 무려 40%나 인상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서 확인한 마사회 자료에 따르면 마사회의 매출액은 2010년 7조5777억 원에서 2011년 7조7882억 원, 2012년 7조8598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2010년 3093억 원, 2011년 2857억 원, 2012년 2511억 원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런데 이 같은 추세와는 어울리지 않게 마사회는 회장 연봉을 2011년 2억2416만 원에서 2012년 2억3431만 원으로 4.5% 높게 책정했다. 더욱이 올해엔 3억2880만 원으로 2012년을 기준으로 40%나 인상됐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이사의 연봉도 2억1806만 원으로 2012년 1억6981만 원보다 28.4%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또 감사는 2012년 1억2037만 원에서 46% 상승한 1억7619만 원으로 책정됐고, 마사회 직원 1인당 올해 평균 연봉도 지난해(8496만 원) 대비 11.2% 상승한 9453만 원이 주어졌다.
마사회 측이 “사실과 다르다. 해당 자료는 지난해까진 실제 집행된 결산예산을, 올해는 편성예산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차이가 발생했다”고 밝히긴 했지만 마사회가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로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연평균 1311만 원을 써온 것을 감안하면 마사회의 넉넉한 살림살이가 방만 경영이라는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또 마사회가 용역비 3억9800만 원을 들여 새로운 로고를 만드는 등 사업장별 로고 교체 비용으로 19억 원을 쓴 점 역시 방만 경영의 일환으로 지적됐다. 앞서 마사회는 지난달 새 브랜드를 선포하는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장태평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보류된 바 있다.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했던 김재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매출 하락을 이유로 올해부터 공휴일에도 추가경마를 진행하는 마사회가 10년도 안 된 로고 교체에 수십억 원을 쓰는 것은 예산 낭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마사회는 아직까지 불법 사설 경마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과 30조 원이 넘는 불법 사설 경마 시장, 장외발매소의 반경 1500m 안에 모두 학교가 있어 유해환경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용산 장외발매소다. 용산 장외발매소 인근 주민 사이에선 “불과 200m 남짓한 거리에 학교가 있다.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는 목소리가 높아 아직까지 이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외에는 “국내 30개 장외발매소의 경우 매출액은 연간 5조6000억 원에 이르지만 이를 환원하는 지역사회 기부액은 매출액의 0.05%(29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거나 “불법 사설 경마의 단속강화를 위한 신고포상금의 대폭 상향조정에도 마사회의 홍보 부족으로 신고 실적이 오히려 전년보다 감소했다”는 지적도 더해지고 있다. 방만 경영과 더불어 공기업 신분을 망각한 듯 보이는 도덕적 해이의 문제점이 드러났던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마사회 관계자는 “현 회장이 취임한 지 3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은 업무 파악을 하는 단계다. 하지만 분명하게 방만 경영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복리후생 문제는 노조와, 용산 장외발매소 문제는 용산 주민들과 충분한 대화를 거쳐 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1월께 좀 더 정확한 개선 사항이 나올 예정이다. 관련 사항에 대한 협의회가 만들어지는 동시에 로고 교체 논란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논의된다”며 “현 회장 독단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지난 24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방만 경영 털어내기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 자리에선 마사회를 비롯해 주요 개혁 대상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부채가 과다한 기관 18곳과 한국거래소 등 방만 경영으로 질타를 받은 20곳 등 중점관리대상 공공기관 38곳의 기관장들이 참석해 공공기관의 고질병으로 불리는 부채 문제와 방만 경영의 자구책을 내놨다.
아울러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협의회를 신설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공기관을 선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들은 방만 경영 개선의 세부 방안을 오는 1월 말까지 제출하게 된다.
hwihols@ilyoseoul.co.kr
<연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