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벼랑 끝…김석준 회장 또 사퇴 압박
10만 명 일자리·해외공사 올스톱 위기 도미노 우려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사진)이 깊은 수렁에 빠졌다. 쌍용건설이 자금난을 겪으며 벼랑 끝으로 몰린 가운데 채권단의 지원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27일 예정돼 있던 채권단의 회동이 연기되면서 쌍용건설의 회생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상장폐지가 불가피하고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 부도를 맞을 수도 있는 생사의 기로에 섰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1400여 곳에 이르는 협력업체들은 연쇄도산의 현실화를 놓고 불안에 떨고 있다. 채권단의 회의 연기로 김석준 대표이사 해임건 제안의 향방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게 됐다.
법정관리 여부 결정 연기…미래 불투명 여전
이해관계 다른 채권단 갈등…금융위 나서나
쌍용건설이 2004년 이후 8년 만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뒤 계속해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월 쌍용건설은 부동산 시장의 악화와 잇따른 매각 실패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미 한 차례 있었던 워크아웃이 끝난 2004년 이후 매년 흑자를 냈지만 세계 금융위기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2011년 1570억 원, 2012년 4000억 원 등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이 완전 잠식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 후에도 M&A 실패 등으로 채권단들의 마음이 돌아서기 시작했고, 경영성 악화와 추가로 필요해진 신규 자금은 결국 경영 부실을 부추겼다.
결국 우리은행과 서울보증보험, 산업은행, 신한은행 등 채권단에 쌍용건설은 ‘밑 빠진 독’이 됐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자인 군인공제회의 가압류 신청으로 현재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군인공제회에서 쌍용건설 공사 현장에 대한 채권가압류를 신청하면서 법정관리 가능성이 제기됐고, 자금흐름에 적신호가 생긴 게 치명타를 입힌 것이다.
쌍용건설 측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는 반응이지만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주채권 은행인 우리은행이 출자전환 2개안과 김석준 대표이사 해임건 등을 제안했고, 지난 27일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잠정적으로 미뤄진 상태다.
부도 직전으로 내몰리거나 채권단에서 워크아웃 중단을 결정하지 않고, 신규 자금 지원이 된다면 회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채권단의 지원이 끊겨버린다면 쌍용건설은 법정관리로 내몰리게 된다.
쌍용건설 출자전환 의결권 비율은 우리은행 27%, 서울보증보험 17%, 산업은행 17%, 신한은행 13%, 국민은행 9%, 하나은행 8%, 무역보험공사 3% 등이 가지고 있다.
현재 채권단은 쌍용건설 정상화를 위해 2가지 방안을 내놨다. 1안은 연말까지 5000억 원을 출자전환해 상장을 유지하는 것이고 2안은 일부 자본 잠식을 해소하고 상장폐지하는 대신 3800억 원만 출자전환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안을 두고 지원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완전 자본잠식을 막고 상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 요건인 5000억 원을 출자 지원하는 1안은 무산된 것에 가깝다.
자본 잠식을 일부 해소하는 2안이 성사될지도 불투명하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해임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신규 자금 3000억 원 가운데 쌍용건설 운영자금으로 쓰이는 18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1200억 원은 비협약채권자인 군인공제회에 대한 원리금 상환으로 쓰이기 때문에 지원을 꺼리고 있는 것.
결정 어려워
쌍용건설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설 경우 1400여 곳에 이르는 협력업체들이 결제대금 미지급으로 연쇄도산할 우려가 불거졌다.
실제로 지난 2월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후 채권단의 지원 여부 결정이 늦어지면서 B2B전자어음으로 공사대금을 받았던 쌍용건설 하도급업체 800여 곳이 금융권의 신용불량 리스트에 올라 위기를 맞은 바 있다.
B2B전자어음은 하도급 업체들이 원도급 건설기업으로부터 받을 공사대금 등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자금을 융통하는 구조의 어음이다. 원도급 업체들이 대출 만기에 은행에 갚아 하도급 업체들의 B2B전자어음을 결제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쌍용건설의 회생 여부에 따라 하도급 업체들의 도미노 부도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채권단에서 출자전환과 신규자금 지원 안건을 올려 결정해야 하는 일정이 연기된 가운데 쌍용건설뿐 아니라 하도급 업체들의 생사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채권단 내 이해관계가 다른데다 군인공제회와의 갈등으로 쌍용건설 지원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군인공제회에 쌍용건설의 남양주 화도 PF 원금 850억 원 상환을 유예하라는 입장이고, 군인공제회는 워크아웃에 참여할 의무가 없는 비협약채권자이므로 절반가량을 상환받고 나머지는 내년 말로 유예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쌍용건설 문제뿐만이 아니라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이 염려된다”면서 “이 때문에라도 긍정적인 결과를 바라고 있지만 이번 사안을 결정지을 수 있는 주체가 아닌 만큼 단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올해를 넘긴 후에야 구체적인 결정이 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다음 회의 일정이나 내용에 대해 전해들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을 둘러싼 파장이 국내 건설업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지자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당국이 쌍용건설 법정관리의 파장을 알면서도 두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군인공제회를 설득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고, 채권단의 3800억 원 출자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아직 남아 있어 채권단을 설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쌍용건설 사태에 이목과 귀추가 더욱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