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크리스마스 ‘한정판’의 실체

아기 장난감 10만 원 훌쩍 꼼수 마케팅

2013-12-23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크리스마스 대목을 노린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추운 겨울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취지로 시작된 크리스마스 선물의 의미는 퇴색되고 화려한 상술과 한탕벌이만 남았다. 숙박업소들은 일제히 가격을 2배 이상 올렸고 아이들의 단골 선물인 장난감 가격 역시 상승했다. 또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들은 신년다이어리를 미끼로 소비를 부추기고 있으며 업종을 불문하고 크리스마스 특별 메뉴, 한정판 등의 이름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상 이들 제품이 판매량과 판매 시한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소비자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반응이다.

당일 특수 노리고 일부러 예약 안받기도
기간·판매량 미지정 사실 대부분 몰라

#사례1.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간 A씨(38·주부)는 장난감 가격에 깜짝 놀랐다. 아이가 갖고 싶다고 말한 장난감의 가격이 10만 원대를 훌쩍 넘기고 있었기 때문. 스마트폰이나 게임기보다 비교적 저렴한 것이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마저도 큰 부담이 됐다. 장난감뿐만이 아니었다. 케이크를 예약하려 들른 유명브랜드의 제과점 케이크도 대부분 3만 원대였다. ‘특별’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중에서는 4만 원에 이르는 것들도 있었다. A씨는 “장난감 대부분이 거의 10만 원대였고 40만 원대 제품도 보여 너무 부담이 크다”면서 “산타를 믿는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은데 평소보다도 더 비싼 제품만 진열돼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사례2. B씨(28·회사원)는 최근 여자친구가 생겼지만 기쁨도 잠시, 크리스마스 데이트 부담으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여행을 가자니 이미 대부분의 펜션 업체들은 예약이 끝났고 그 가격도 20만 원을 훌쩍 넘었다. 첫 크리스마스 데이트라는 생각에 분위기가 좋다는 식당과 선물을 알아본 뒤로는 더욱 부담만 커졌다. B씨는 “평소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선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제품과 같은 것인데도 디자인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가격이 올랐더라”면서 “음식점들 메뉴도 크리스마스이브와 당일만큼은 할인되지 않는 곳도 많았고, 특별세트 메뉴라고 나온 것들도 가격대가 부담스러워 하루 데이트 비용으로 50만 원 이상이 들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일부 숙박업소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이미 예약이 가득 찼다. 평소 5만~10만 원의 숙박 비용의 두 배가 훌쩍 넘는 가격을 지불해야 함에도 제대로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리는 모습이었다. 숙박업소의 경우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면 가격은 더욱 폭등한다. 일반 객실은 20만 원을 넘고 무려 50만 원을 호가하는 VIP 객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숙박업소뿐만이 아니다. 유명 제과업체들은 대목을 맞아 케이크 가격을 올리고 저마다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상품을 내놨다. 장식 몇 가지만 달라졌을 뿐인데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을 달고 2000~3000원씩 가격이 오르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다.

화장품업계 역시 일정 기간만 판매하는 한정판매를 통한 판촉 경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주요 화장품 업체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크리스마스 당일까지를 판매 대목으로 잡고, 화려한 디자인으로 구성한 한정판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일례로 아모레퍼시픽은 각종 계열 브랜드를 통해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지난 18일 산타를 모티브로 한 양초 등을 포함한 10종 세트를 선보였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미샤, 어퓨 등 국내 화장품 브랜드 대부분이 한정판을 선보이고 있다. 해외 브랜드인 안나수이는 한정판 디즈니 미니마우스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공개하자마자 이틀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판매량과 시한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대목 기간 목표치를 정해놓고 그것을 달성할 때까지 계속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품의 용량과 패키지는 그대로 둔 채 포장 디자인만 바꿔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물량 공개는 힘들지만 제품의 판매 기한이나 판매량을 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한정판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이 기간 판매량이 평소 대비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당시 한정제품 판매 매출이 10억 원을 넘어섰으며 올해는 이보다 6배 많은 60억 원의 판매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소비자들이 접하면서 만족도가 상승하고 호응도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소비자단체들은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도록 유혹하는 꼼수 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업체 대부분은 한정판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논란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호응도도 높고 매출 증가를 이룰 수 있는 마케팅으로 한정판이 이용될 수밖에 없다”면서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8만 원 써야 다이어리 1개 증정

이뿐만 아니라 커피전문점에서도 크리스마스 한정 커피 잔과 텀블러 혹은 신년 다이어리를 내건 마케팅으로 매출 상승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매년 다이어리 완판 행진을 이어온 스타벅스는 지난달부터 연말까지 크리스마스 시즌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의 음료를 주문하면 2014년 스타벅스 플래너를 증정하고 있다. 카페베네와 이디야커피, 할리스커피, 투썸플레이스 등도 이 같은 행사를 진행 중이다. 스타벅스를 기준으로 다이어리를 받으려면 누적 구매 액수가 8만 원이 넘어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년 다이어리가 출시되는 때부터 온라인 사이트에는 암암리에 쿠폰 거래가 성행하기도 한다.

다이어리 외의 한정 제품도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 디자인만 달라졌음에도 가격은 기존 제품과 차이가 났다.

이 같은 상술이 매년 기승을 부리자 녹색소비자연대는 “화려한 포장과 한정판매라는 단어에 현혹돼 불필요한 구매를 지양해야 한다”면서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