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복 난항 겪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나트륨 이어 인산염 갑론을박…진실은?

2013-12-23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갑의 횡포 폭탄을 터뜨렸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이 여전히 명예회복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엔 ‘인산염’이 남양유업의 발목을 잡았다. 남양유업은 소속 직원이 욕설을 쏟아내는 녹음 파일 공개로 큰 파장을 일으킨 후에도 노이즈 마케팅 논란 등으로 연이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업계 내에서는 “남양유업이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명예회복에는 발목이 잡혔지만 노이즈 마케팅 논란으로 그간의 불미스러웠던 사건들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노이즈 마케팅으로 꼼수 부린다” 주장
‘갑의 횡포’ 떨쳐내기 쉽지 않아 곤혹

남양유업이 갑을논란 역풍에서 벗어나는 듯하다 또다시 주춤거리는 모양새다. 신제품 ‘프렌치카페 커피믹스 누보’에서 빠진 인산염 성분으로 각종 논란이 양산되고 있는 것.

지난달 29일 김웅 남양유업 대표는 커피생산 전용공장을 완공한 기념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최초로 인산염을 뺀 커피믹스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권장섭취량을 위해 가공식품에 포함된 인산염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를 계기로 2016년까지 국내 커피믹스 점유율 50%를 달성해 동서식품을 넘어서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남양유업 측의 이러한 주장이 2010년 프렌치카페에 카제인나트륨을 제외했다고 발표했을 때와 같은 논리라는 점에서 커피믹스 첨가물 논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시 남양유업은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천연물질인 농축우유단백분말을 넣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내용의 홍보는 소비자에게 카제인나트륨이 인체에 유해한 첨가물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후 신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남양유업 제품에는 카제인나트륨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일으켰고, 카제인나트륨이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밝혀져 비난을 받았다. 남양유업이 넣었다는 농축우유단백분말의 80%는 카제인으로 카제인나트륨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최초 인산염 제거’라는 발언이 남양유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보인다는 분위기다.

이미 남양유업은 카제인나트륨 논란으로 커피믹스 1위 업체인 동서식품 제품 가격 하락을 유인하며 빠르게 성장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욕설 파문이 일어나기 전까지 남양유업의 시장점유율은 16.3%까지 올라갔으나 현재에는 11%대로 떨어진 상태다.

동서식품은 이런 상황에서 2000억 원을 들여 만든 커피전용공장은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해야만 공장 풀가동이 가능해 목표 달성을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선택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인산염은 실제로 남양유업에서 만든 분유와 우유, 치즈 등 제품에 다량 함유돼 있는 성분이며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안전하다고 인정한 물질이다. 그 때문에 이를 제거 했다는 홍보는 마치 인산염이 유해한 물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을 수 있는 발언이라 주장한다.

인산염은 ‘인’ 성분에 나트륨, 칼륨이 결합된 물질로 현재 국내에서 인산염 섭취량의 기준은 없고 권장섭취량만이 존재한다. 하루 권장 섭취량은 700㎎이다.

남양유업은 우리나라 성인 평균 섭취량이 700㎎을 넘어선 1215㎎이기 때문에 과잉섭취를 하고 있다는 논리로 인산염 제거 제품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눈 가리고 아웅 vs 오해 살 발언 없어

그러나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커피믹스 1개에 포함돼 있는 인산염은 30~40㎎이므로 인산염 제거에 대한 논리가 들어맞지 않는다. 또한 남양유업이 판매하고 있는 분유에는 인산염이 첨가돼 있다는 점에서 남양유업의 주장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설명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면서 “반드시 그 성분이 ‘나쁘다’고 표현하지 않았더라도 소비자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해 마치 다른 제품보다 더 건강에 좋은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산염은 몸에 해롭지 않다”며 “남양유업은 1인당 칼슘 권장 섭취량을 마치 최대 섭취량처럼 말한다”고 주장했다. 일일권장량은 최소한의 섭취량을 의미해 그 수준을 넘는다고 해서 인체에 해롭지도 않으며 과잉섭취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인산염 섭취 상한선으로 정한 기준이 일일 4200㎎이다”며 “한국인의 섭취량이 1200㎎이기 때문에 과잉섭취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1년 조사한 국민영양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이 하루 섭취하는 인산염은 총 1191.5㎎인데 커피를 통한 섭취량은 18.6㎎, 비율로 따지면 1.5%에 해당한다.

또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의 노이즈 마케팅이 시장 확대의 계기이자 욕설파문 등 불미스러운 일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5월 남양유업 본사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을 하는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남양유업은 갑의 횡포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수많은 갑을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남양유업 사건이 함께 거론돼 왔다. 또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던 매출에도 영향을 미쳐 무리한 광고를 통해서라도 부정적인 이미지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내에서 이 같은 주장이 거세게 나오자 남양유업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인산염이 나쁜 물질이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면서 “대한민국 성인이 인산염을 불균형하게 섭취하고 있으므로 커피에서만이라도 불균형함을 줄이는 데 힘써 보자는 내용이지 ‘나쁘다’고 표현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광고에서도 소비자에게 오해하게끔 한 적이 없는데 오히려 업계 내에서 제품에 대한 왜곡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대한민국 성인은 불균형하게 인산염을 과다 섭취하고 있지만 아기들은 그렇지 않다”며 “분유에 들어간 인산염으로 걸고넘어지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 “식품업체는 첨가물이 몸에 해롭든 해롭지 않든 자연물질로 바꿔 가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를 노이즈 마케팅으로 몰아 가는 것은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