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피해 밀착취재
“내 아내는 자해 공갈단? 중매업체가 성매매 알선까지…”
스스로 옷 찢고 폭행 신고… 남편들 “억울하다”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올 1월 1일 기준 국제결혼 이민자는 28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다문화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60%가 넘는다. 국제결혼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비례해 피해자도 증가하고 있다. 국제결혼 피해자들은 중매업체와 여자로부터 몸과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혼인신고 후 1달도 안 돼서 도망간 아내 때문에 이혼남으로 전락했다. 국제결혼 중매업체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남성들을 속이는 사례도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일요서울]이 국제결혼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올해 53세의 안모씨. 그는 2007년 어느 중매업체를 통해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는 여성 A씨와 결혼을 했다. 안씨는 술·담배 안하고 착한 여자면 좋겠다고 말했고 중매업자는 그에게 A씨를 27세의 착한 처녀라고 소개했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러나 사실 A씨는 27세가 아니라 19세였고 술과 담배를 무척 좋아하는 여자였다. 그뿐만 아니라 남자관계도 복잡했다. 안씨는 “나 말고도 애인이 4명이나 있었다. 화장실에서 물 틀어놓고 한 시간 넘게 애인이랑 통화 하더라. 어머니 앞에서 담배도 피우고 심지어는 먹던 밥에 담배를 비벼 끄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돈 많은 한국남자” 소개
알고 보니 중매업자는 길가던 A씨에게 “돈 많은 한국 남자와 맞선 아르바이트를 하면 돈을 주겠다”고 접근해 맞선을 준비한 것이었다. 중매업자는 A씨를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거기에 중매업자는 맞선 장소에서 안씨의 나이를 30대 후반(당시 나이 47세)이라고 속였으며, 안씨가 돈이 많아 결혼을 하면 우즈베키스탄의 가족에게 집과 차를 사준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 혹한 A씨는 안씨와의 결혼을 승낙했고 한국으로 건너오게 된 것. 안씨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다툼은 계속됐다. 그러다 한번은 A씨가 집에서 자해를 했다. 자기 손목을 칼로 그어 온 집안을 피범벅으로 만든 것이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안씨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가 A씨가 용서를 빌자 취하했다. 현재 안씨와 A씨는 별거 중이다. 안씨는 “A씨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중매업자다.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도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의 사례처럼 중매업자에게 속아 국제결혼을 진행한 피해자는 한두 명이 아니다. 안씨는 현재 국제결혼 피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취재진과 2시간가량 인터뷰 하는 동안 무려 3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국제결혼 피해자의 도움 요청 전화였다. 그 중 한명은 울먹이고 있었다. “내일이 상견례인데 여자와 연락이 안 돼요.”
돈과 체류권을 목적으로 국제결혼을 하는 여성들은 한국에 입국한 후 집을 나간다. 빠르면 일주일 만에 집을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이주여성 쉼터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지낸다. 피해 남성들은 결국 이혼을 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결혼생활도 즐기지 못하고 이혼남이 된 남성들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피해사례를 들어보니 아내의 가출에 따라 이혼한 남성들은 그나마 행운아에 속했다.
위자료·영주권 위해
자해 후 이혼 소송
중앙아시아 여성과 국제결혼을 한 40대 남성 B씨. B씨는 현지에서 여성을 만나 한국에 들어올 때까지 행복한 꿈에 젖어 있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오순도순 살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러나 그 꿈은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하는 순간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부인이 B씨에게 어떠한 스킨십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화도 하지 않고 자신을 무시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이 B씨에게 술상을 차려줬다. B씨는 부인이 드디어 자신과 결혼생활을 이어갈 결심이 섰다고 생각하고 기뻐하며 술을 마셨다. 부인은 술병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방바닥에도 술병을 어지럽히고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얼마 후 법정에서 B씨가 알코올 중독자라는 증거자료로 제출됐다. C씨의 외국인 아내는 어느 날 갑자기 옷을 벗더니 찢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면서 머리를 벽에 박고 온 사방에 물건을 던졌다. 소리를 듣고 나온 이웃 주민에게 아내는 살려 달라고 외쳤다. C씨는 단숨에 아내를 폭행한 폭행범이 됐다.
안씨는 “자해하고 남편을 폭행으로 신고하면 외국인 여성은 바로 이주여성 쉼터로 들어간다. 쉼터는 그 여성들을 피해자로 보고 숙식 제공 및 이혼을 위한 국선 변호사를 알선해준다”며 “그 여자들은 위자료와 이혼을 위해 자해를 하는 것이다. 이혼에 성공하면 쉼터는 한국 영주권을 딸 수 있게 도와준다. 한국 남성들을 이용만 하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어 “단번에 이혼남이 돼서 위자료를 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남는 것은 빚밖에 없다”며 “국제통화를 한다고 전화비만 수백만 원이 나온다. 피해사례가 너무나도 많다”고 강조했다.
중매업자와
외국인 아내의 짝짜꿍
이런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피해자들은 중매업자가 문제라고 말한다. 결혼의사가 없고 돈이 목적인 여성들을 소개시켜주는 것이 문제라는 것. 국제결혼 피해센터에 따르면 중매업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외국 여성들의 사진부터 거짓이다. 길가는 여성의 사진을 몰래 찍어서 올리는 것으로 나중에 한국남성이 그 여자를 찾으면 “이미 결혼했다”는 식으로 회피한다고 한다.
업체는 길 가던 여성을 잡아 ‘돈 많은 한국 남성과 결혼하라’며 접근한 뒤 맞선 장소에 데려가거나 술집, 사창가에서 몸을 팔던 여성들을 소개시켜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업체에서는 외국인 여성에 대한 정보를 거짓으로 한국 남성에게 전해주는 경우가 잦다. 물론 반대로 한국 남성에 대해서도 나이를 속이고 돈이 많다며 거짓말을 한다. 애당초 맞선의 목적이 ‘결혼’이 아닌 만큼 불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가출한 외국인 아내를 중매업자가 다시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국제결혼중매업체를 통해 결혼을 진행하는 경우는 1000만~2000만 원의 거금이 필요하다. 거기에 결혼지참금으로 신부 집에 보내는 돈까지 합치면 2000만 원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 이 돈을 중매업자와 외국인 여성이 나눠 가지다 보니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사기를 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러한 피해가 지속되자 정부는 업체가 국제결혼 당사자들의 이름, 나이, 직업, 건강 등의 신상정보를 제공해야한다고 법률을 개정했다. 그러나 업체에서 거짓 정보를 제공하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해 공증을 받은 신상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재개정했다. 이번에도 업체들은 지키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 신랑에게 외국인 신부의 신상정보를 받았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작성하게 시켰다. 결국 상대방의 정보를 얻지 못하는 사실은 변한 것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를 본 한국 남성들이 사기 혐의로 업체를 신고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안씨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중매업자는 안씨를 비롯한 남성들을 자기가 운영하는 가라오케에 데려갔다. 중매업자는 “재밌게 놀고 즐기라”며 그들의 사진도 찍었다. 그 남성들은 가라오케에서 일하는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졌다. 중매업자가 성매매를 알선한 것이다. 결국 자신의 사진이 찍힌 사람들은 피해를 봐도 신고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중매업자들은 성병, 에이즈에 걸린 여성들도 국제결혼을 알선시켰다. 결혼 후 외국인 여성과 하룻밤을 보낸 남성들이 성병에 걸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전남에 사는 황모씨는 필리핀에서 외국인 아내와 관계 후 성병이 옮았다. 상대 여성은 엄마가 아프다며 100만 원을 받아낸 후 한국에 오지 않았다. 현재는 연락 두절 상태다. 서울 홍제동에 사는 박모씨도 소개받은 중국 여성과 관계를 가진 후 성병이 옮았다. 그 여성은 결혼한 지 5일 만에 중국으로 도망갔다. 전북에 사는 신모씨는 외국인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에 병원에 갔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외국인 아내가 에이즈에 걸렸던 것이다. 신씨는 검사 결과 감염이 되지 않았지만 에이즈의 잠복기가 6개월에서 1년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는 의사 소견을 들었다. 상대방 여성은 임신한 상태로 가출했다고 한다.
스스로 목숨 끊기도…
근본적인 대책 필요
2010년 8월 광주에서 52세 김모씨가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씨는 국제결혼을 하려다 사기를 당해 돈을 모두 잃었으며 그 충격으로 김씨의 어머니가 사망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9월에는 부산에서 베트남 아내의 가출로 힘들어하던 45세 이모씨가 아파트 10층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동생과 대화하던 중 ‘베란다에서 형수가 보인다’며 단숨에 뛰어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8월에는 경남 창원에서 42세 남성이 베트남 아내 가출 이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처럼 외국인 아내의 가출 이후 목숨을 끊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피해 남성들은 자살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제결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외친다. 안씨는 “아들 딸 낳고 알콩달콩 사는 것이 너무 어렵다. 중매업자들의 사기를 막아야 함은 물론이고 외국인 여성만을 약자로 보는 사회적 시선과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며 “외국인 아내가 결혼 후 1년 이내 가출하면 체류권을 정지하고, 3개월 전에 가출하면 수배를 내리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이 어린 여성과 결혼한다며 국제결혼을 안 좋은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며 “일부러 어린 여자들을 찾는 것이 아니라 중매업체에서 나이를 속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30~40대의 외국인 여성들은 국제결혼을 원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다 보니 어린 여자를 만나게 되는 것이지 일부로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