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롯데, 내우외환 시달려

형제간 지분전쟁 이어 제2롯데월드 잡음까지

2013-12-16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그간 형제간 사업 영역이 확실히 구분됐던 행보와 달리 장남 신동주(59)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58) 롯데그룹 회장 사이의 지분전쟁 시나리오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이런 가운데 제2롯데월드가 비상 상황이 발생할 시 123층에서 지상까지 대피 시간이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것으로 밝혀져 안전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허가 당시부터 구설수에 오른 제2롯데월드는 MB 특혜와 부실공사, 항공안전 위험도, 석촌호수 이상 현상과 관련된 문제도 해결이 나지 않은 상태다.

후계 경쟁 준비 시나리오…사측 “그런 일 없다”
안전문제 지적…대피 2시간·석촌호수 이상 현상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번갈아 주식을 사들여 이목이 집중됐다. 신 부회장이 롯데제과 주식을 잇달아 매입했으며 신 회장 역시 롯데 계열사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어 형제간의 후계 경쟁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은 지난 8월부터 매달 롯데제과 주식을 매입했다. 그러다 지난 11월에는 19일과 20일 각각 자사주 313주와 263주를 장내 매수해 롯데제과 지분을 3.65%까지 늘렸다.

그동안 신 부회장은 2003년 이후로 국내 롯데 계열사 주식을 사들인 적이 없었다. 또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에 따라 형제들끼리 사업 영역을 확실하게 지켜 왔다.

게다가 롯데제과는 한국 롯데그룹의 모태가 되는 기업이란 상징성이 큰 회사다. 재계는 롯데제과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순환출자 고리로 엮인 조합의 수가 많은 곳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을 가볍게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반면 롯데제과의 순환출자 고리보다 더 많이 엮여 있는 곳이 롯데쇼핑이기 때문에 롯데제과의 지분 매입으로는 단언할 수 없다는 반응도 존재한다. 그룹의 51개 순환출자고리 중 43개가 롯데쇼핑을 거쳐가기 때문이다.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지난 6월 6500주를 시간외매매 형태로 사들여 보유 지분을 4.88%에서 5.34%까지 확보했다. 또 롯데푸드와 롯데케미칼, 롯데칠성, 롯데손해보험 보유 주식도 늘렸다.

신동주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각각 롯데제과 3.57%와 5.34%, 롯데쇼핑 13.45%, 13.46%, 롯데건설 0.37%, 0.59%의 지분을 보유해 보유 지분의 격차가 크지 않은 수준이다.

현재 수치상으로는 신동빈 회장이 형의 보유 지분보다 우세한 상황이지만 한국 롯데가 사실상 일본 롯데의 지배 아래 놓여 있는 구조란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경영은 동생이, 소유는 형이 하는 구조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과 소유권 불일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주식 매입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재 주식 매입을 두고 떠도는 얘기들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또 “개인적으로 더 관심이 있는 내부 기업에 투자를 한 것이고, 금액대도 큰 금액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이미 내부적으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해 왔던 터라 단순한 경영권 방어 차원의 주식 매입이 아닐 것이라는 의혹은 쉽게 떨쳐지지 않고 있다.

안팎으로 의혹·논란
잇달아 골머리

롯데는 그룹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2롯데월드가 또다시 안전문제로 논란이 된 것이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위원회가 롯데 측에에 문의한 결과 화재 발생 시 123층에서 지상까지 대피시간이 1시간 58분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승강기와 계단을 함께 이용할 때 1시간 3분이 걸리지만 화재 시 승강기를 이용하다 갇힐 수 있는 위험이 높다.

또 제2롯데월드가 550m인 것에 비해 국내 소방 사다리차의 최고 높이는 55m에 불과하고, 옥상에 헬기가 이착륙할 수 없어 화재 대응이 어렵다.

이에 시의회는 롯데 측에 비상 시 대피 시간을 단축시키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2롯데월드는 이미 수차례 안전문제를 지적받아 왔다. 본지 역시 [1021호-LG 헬기 추락으로 본 고층건물의 두 얼굴]을 통해 항공안전과 석촌호수 이상 현상과 관련해 보도한 바 있다.

서울공항과 제2롯데월드 간 거리는 5∼6㎞ 정도로 전투기 속도로는 1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이착륙 때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군과 항공 관련 기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일제히 반대의사를 내비쳤음에도 허가가 나자 ‘MB 특혜’를 받은 기업이라는 눈총이 따가웠다. 그 때문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롯데가 박근혜 정부의 저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무성했다.

또한 지하수를 퍼내는 공사 때문에 석촌호수의 물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현재 롯데는 송파구와 함께 호수의 물 빠짐 현상 원인을 찾을 계획이며 호수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이에 롯데그룹 관계자는 “안전 문제를 점검하고 있다”며 “비행안전과 관련된 문제도 컨설팅을 충분히 받은 후에 공사가 시작됐고, 교통대책 준비도 돼 이미 실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우려가 제기되면 반영해서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