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필요하신 분~ ‘남편 대행서비스’ 등장
“키 183cm 꽃미남, 모든 일 다합니다^^”
가사도우미·민원·아빠·짐나르기 해주는 역할
“남편처럼 잠자리도 가능…원하는 서비스 제공”
“사소한 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느 남편 대행 사이트의 홍보문구다. 가사도우미, 민원대행, 동행·귀가 서비스, 역할대행, 기사, 데이트메이트 등의 일을 한다는 시급남편은 시간당 2만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혼자 사는 여성들의 경우 형광등 달기부터 가구 옮기기까지 남성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많은데 이럴 때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미혼모는 시급 아빠로도 이용한다. 또한 결혼이 늦은 30~40대 직장 여성들은 업무와 관계있는 부부 동반 모임에 참석할 때 사생활 노출을 꺼려 시급 남편을 찾는다.
“부부 동반 모임 갑니다”
서울 신림동에 살고 있는 32세의 김모양. 혼자 독립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그녀는 요즘 들어 왜 집에 남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지 이해가 된다고 했다. 음식, 청소는 그녀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화장실 배수구 청소나 형광등 교체, 가구 조립 같은 일은 번번이 실패하는 것이다. 매번 아버지나 남동생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곤란하다고 느낄 때 쯤 그녀는 ‘시급 남편’을 알게 됐다고 한다.
김씨가 자주 접속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시급 남편에 대한 글이 올라온 것이다. 한 시간에 2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혼자서는 하기 힘들었던 일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낯선 남자를 혼자 있는 집에 들인다는 것이 불안했지만 신원이 확실한 사람들만을 보낸다는 시급남편 사이트의 후기들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남편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김씨는 만족을 표시했다. 김씨는 “사이트에서 신원이 보장된 사람들만 보내서 믿을 수 있었다”라며 “2시간에 4만 원을 지불하고 가구 조립과 배치부터 배수구, 환풍기 청소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장모(34·여)씨의 딸(4)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부쩍 ‘아빠’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혼모인 장씨는 딸의 질문에 “아빠는 해외 출장을 가서 볼 수 없는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장씨는 딸에게 아빠가 없다는 대답을 차마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남편 대행 서비스를 알게 됐다. 오랜 고민 끝에 장씨는 시급 남편을 고용해 딸에게 아빠라고 속였다. 무려 10만 원이 넘는 거금이 나갔지만 딸의 웃는 모습을 본 장씨는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남편 대행 서비스는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웹사이트를 이용하면 신원이 확실한 남성들에게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해당 업체는 비밀 보장을 위해 관련 자료도 폐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남편 대행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친절과 감사의 글이 가득 올라와 있다.
성관계는 횟수로 2만 원?
그러나 애인 대행 서비스처럼 남편 대행 서비스도 모두 건전하게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시급 남편을 전문 업체에서 구하는 경우가 아닌 일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구할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정해진 가격 없이 두 사람이 합의한 가격으로 시급 남편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이와 키, 사는 지역 등을 명시해 놓고 있어 여성들이 고르기도 쉽다. 그러나 신원이 확실치 않다는 단점도 있다.
대형 포털사이트 남편 대행 커뮤니티에는 하루에 5~10건의 남편 구직 글이 올라온다. ‘남편대행자 39세’, ‘인천 27남 대행해드려요’, ‘내 부인 어디 있어’, ‘20대 초반 남성 키 183 모든 일 다합니다’ 심지어는 출장 남편이 가능하다는 글도 올라온다.
남편 대행을 구하던 A씨는 해당 카페에서 ‘뭐든지 100% 만족시켜드리겠다. 연락 달라’고 글을 올린 김OO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시간이 언제 되는지, 시급은 얼마인지 묻자 바로 답변이 날아왔다. 저녁부터 새벽까지 가능하며 원한다면 잠도 같이 잘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A씨도 밤에 함께 있어 줄 남편을 구하던 중이었다. 밤마다 옆집 남자가 술에 취해 문을 두드리는 통에 두려움에 떨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씨가 말한 잠은 A씨가 생각하는 잠과는 다른 것이었다. 시급을 묻는 A씨의 질문에 김씨가 “잠자리 한 번에 2만 원을 달라”고 대답한 것이다. 그는 이어 “원하는 잠자리 서비스를 말한다면 100% 만족시켜 주겠다. 남편처럼 다정하게 관계를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놀란 A씨는 연락을 끊었지만 김씨는 계속해서 “다 알고 있다. 이래봬도 시급 남편 베테랑이다”라며 A씨를 괴롭혔다.
김씨처럼 남편 대행이 성매매로 이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다른 남편 대행 사이트에는 “남편 구합니다. 한 달 동안 일주일에 3번 정도 만날 남편 분 연락주세요”라는 여성들의 글도 적지 않다. 닉네임 ‘선녀님’은 “30대 후반의 골드미스예요. 외로움을 달래줄 남편을 찾습니다. 외적인 조건보다는 다정한 사람을 원해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녀는 인터넷을 통해 만나는 낯선 남자와 성관계가 가능하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조건 믿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나쁜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서 괜찮다”라며 “시급 남편은 내 사생활을 오픈하지 않으면서도 남편의 자상함과 배려심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한 “시급 남편은 파트너가 아니기 때문에 나에게 돈을 받기 위해서라면 내 위주로 진행된다. 나는 그들(시급 남편)에게 직장상사나 다름없다”며 “이것이 바로 시급 남편을 이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애인 대행, 조건 만남처럼 성매매를 목적으로 진행된 만남에서 여성이 피해를 본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성폭행뿐만 아니라 강도, 협박, 폭행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애인 대행, 조건 만남과 시급 남편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화대를 지급하는 것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것이다. 남자들이 돈을 받는 입장이고, 잘만 하면 꾸준히 즐기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와 다름없기 때문에 여성 피해 사례는 없다는 것이 시급 남편과 성관계를 즐기는 여성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시급 남편은) 밀폐된 공간에 단 둘이 있기 때문에 성폭행 위험이 높다”면서 “남편 대행을 이용하는 여성들은 믿을 수 있는 업체에서 서비스를 이용해야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