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6년근 홍삼의 비밀

등급 따른 효능차 거의 없어…충격

2013-12-09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좋은 홍삼은 곧 6년근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6년근의 성분이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시중에 판매 중인 홍삼제품을 무작위로 추출해 실험한 결과 6년근과 4년근 성분이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가격이 높다고 해서 홍삼의 대표 성분인 사포닌의 함량도 높지 않았다. 홍삼제품은 사탕, 젤리 등 다양한 제품으로 출시될 만큼 국내 건강기능식품 선호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해 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그동안 괜히 비싼 가격의 6년근만 고집해 왔다”며 허탈해하는 반응이다. 반면 인삼농가에서는 “우수한 품질로 재배하고 있는 농민들을 죽이려는 것”이라며 실험 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사포닌 함량 가격 상관없이 제각각
품질 상태 고려 안한 실험에 반발도

“6년근일수록 사포닌 함량이 더 높아서 효과가 좋고 효능이 뛰어나요”

[일요서울]이 방문한 홍삼 판매점원들은 이처럼 ‘6년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홍삼에 함유된 영양분의 효능이 더 뛰어남을 설명했다.

시중에 판매 중인 홍삼제품 중 90%는 6년근이다. 홍삼은 인삼을 발효시킨 식품으로 면역력 개선, 피로해소, 혈액순환 등에 좋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

효능과 함량 정도는 인삼의 사포닌 함량을 기준으로 나누고 있다. 사포닌은 홍삼액을 달일 때 나오는 거품으로 우리 몸속 혈관에 있는 각종 기름때를 씻어주고 항암효과에도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연구 결과도 사포닌 성분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이 홍삼에도 등급이 존재해 천삼(天蔘)과 지삼(地蔘), 양삼(良蔘)으로 나뉜다. 그 중 천삼은 재배 방법이 워낙 까다로워 홍삼 전체량의 0.5~1% 정도만 생산이 가능하다.

등급은 몸통에 균열과 흠집이 없고 다리는 1개 이상이며 내부 조직에 흰색 테와 구멍 등이 없는지를 살핀 뒤 나눠진다. 그 중에서도 1등급 제품 중 천삼인 경우 그 가격이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천삼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홍삼을 토대로 만든 홍삼농축액, 음료, 술, 사탕까지 출시될 만큼 수년간 국내 건강기능식품 선호도 1위를 차지해 왔다. 이런 인기를 입증하듯 지난달부터 대형마트에서는 ‘반값 홍삼’이 출시되기도 했다.

그런데 국민 보약이 된 홍삼이 지난달 한 매체에서의 실험을 통해 6년근과 4년근 성분이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6년근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해 다른 홍삼보다 질이 좋은 것처럼 홍보함과 동시에 높은 가격을 책정해 온 업체들의 모습과 달리 4년근 제품도 6년근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이다.

6년근 홍삼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 요소는 ‘사포닌 함량의 차이’다.

실험에 따르면 사포닌은(진세노사이드) Rg1과 Rb1, Rg3의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이 Rg1과 Rb1, Rg3의 합을 구하는 방법으로 실험한 결과 4년 근 제품이 8.72으로 가장 높은 함량 순위를 차지했다. 2위 6.54의 함량도 마찬가지로 4년 근 제품이었다.

4년근과 6년근을 두 그룹으로 나눠 평균을 구한 결과에서도 6년근은 5.20m/g, 4년근은 6.38m/g이 나왔다.

등급별로 사포닌 함량 순위를 매겨봤을 때도 1위인 9.86 함량 제품은 3등급이었고, 2위 8.17 함량 제품은 2등급, 3위 6.33 함량 제품은 2등급, 4위 5.98 함량 제품은 등급 외에 속했다.

또 가격순과 함량 정도도 일치하지 않았다. 32만 원대의 제품은 사포닌 함량 수준이 6.33(Rg1+Rb1+Rg3의 합, 단위 mg/g, 150g 가격 기준)이었으나 10만 원대의 제품은 8.17, 5만 원대는 9.86, 3만 원 대는 5.98로 드러났다.

우수한 항암효과를 내는 사포닌 성분인 Rg3만 따로 측정한 함량 조사에서 가장 높은 함량을 가진 것은 0.59(m/g 100g당 가격)로 5만 원대의 제품이었다. 가장 높은 가격인 8만 원대는 0.24 함량으로 나타났다.

기준은 효능 아닌 외형 상태

이 같은 결과로 논란이 일자 인삼농가에서는 “6년근의 경우 농민과 업체와의 계약 재배 시작부터 꼼꼼하고 깐깐한 관리가 이뤄지지만 대부분의 4년근은 인삼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삼을 구매한다”며 “품질 면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또 “홍삼에서 밝혀지지 않은 기타 성분이 아직 많은데 사포닌으로만 이 같은 결론을 내리는 것은 농가를 죽이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시중에 등급이 나눠져 있는 기준은 효능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외형에 따라 상품 가치로 결정된 것이다”면서 “연구 결과 3~4년쯤에 인삼에 사포닌이 많이 생겨나고 6년근과의 유의적 통계 차는 없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효능과 외형 등급을 가르는 기준은 별개라는 설명이다.

이어 “과거부터 지금까지 소비자에게 주로 6년근 홍삼이 공급돼 왔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6년근 홍삼이 좋다고 각인돼 있다”며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6년근 홍삼을 전매해 소비자에게 공급해 온 것이 잘못된 인식을 고착화시킨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 한의사 역시 “동의보감을 비롯한 어떤 문헌에도 6년근 인삼이 좋다고 기록된 곳은 없다”고 전했다.

2006년 한국식품연구원 조사 결과에서도 4~5년근의 사포닌 함량은 6년근과 통계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그보다 앞선 2004년 발표된 고려인삼학회 학술대회논문집에서도 4년근 인삼이 오히려 6년근 인삼보다 사포닌은 물론 이외의 성분에서도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에 소비자 A씨는 “이왕이면 6년근을 선호해 왔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겠다”면서 “홍삼의 효능은 비슷비슷한데 몇 년이라는 숫자 차이로 비싼 가격을 수긍했던 것이 허무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판매점원들이 당당하게 오래된 홍삼일수록 더 좋은 효능을 발휘한다는 잘못된 사실을 알리는 것을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