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의류업계 베끼기
新 등골브레이커 ‘캐몽’의 위세 노스페이스는 어쩌나…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신(新) 등골브레이커 ‘캐몽’의 위세가 대단하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업계 부동의 1위 노스페이스(영원무역)를 위협하고 있다. 캐몽이란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캐나다구스’와 ‘몽클레르’의 첫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두 브랜드의 겨울철 패딩 점퍼 가격은 100만 원에서 200만 원을 호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 정도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야말로 부모들의 등골을 빼먹는 ‘등골브레이커’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등골브레이커 캐몽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어디까지일까.
캐나다구스, 몽클레르 등 명품패딩 수요 폭발
국내 제품들 매출 하락…짝퉁으로 극복하나?
제2의 교복으로 불리던 노스페이스가 체면을 구기는 모양새를 보인다. 당초 일부 부유층을 타깃으로 국내에 등장해 초기에는 ‘어른 노스페이스’로 불리기도 했던 캐몽이 십대들 사이에서의 인기가 확산돼 노스페이스의 인기는 옛말이 됐다는 것이다. 일명 ‘패딩 계급’의 1위를 고수하던 노스페이스는 청소년들이 만든 이 계급에서 3단계나 밀려났고 매달 30~40%를 넘던 매출 신장률도 올해 들어서는 주춤하고 있다.
그 때문에 업계에선 “노스페이스는 청소년들에게 최고급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돼 인기가 많았던 것인데 최고급이라는 타이틀이 없어진 이상 다시 인기를 회복하긴 힘들 것”이라며 “노스페이스가 일찌감치 고가 패딩 전략을 버리고 중저가 패딩으로 주력 상품을 변경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스페이스가 제2의 교복이 된 것은 오래전 일”이라며 “새로운 패딩의 등장이 놀랍지는 않다. 베끼기 논란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만하다”고 전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노스페이스는 정통 아웃도어를 표방하는 업체다. 교복이라는 이미지가 처음부터 달갑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그 때문에 노스페이스는 이번 우려를 전문 아웃도어 입지를 확고히 하는 기회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중저가 패딩을 주력으로 내세울 리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후발업체의 추격도 노스페이스로서는 버겁다. 몽클레르에서 최고 인기 점퍼인 프라곤과 난테스퍼라는 제품은 가격이 백화점 판매가를 기준으로 각각 247만 원, 219만 원에 이른다. 캐나다구스의 인기모델 익스페디션 패딩과 시타델 패딩의 가격도 백화점 판매가 기준 125만 원 수준으로 몽클레르에 뒤지지 않는다. 가격만 보면 ‘저런 제품을 살 수 있을까’ 싶지만 실상은 떴다 하면 완판이다.
많은 인기…더 많은 문제
지마켓은 지난 2일부터 1주일간 캐나다구스의 패딩 200벌을 한정 판매하겠다고 밝혔지만, 준비한 물량 중 90%가 특가 판매 행사가 시작된 당일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 캐나다구스의 1차 할인 행사를 진행했을 때도 150개 물량을 2시간 만에 해치운 바 있다.
이마트의 저가 제품 판매점 트레이더스도 준비한 물량을 3일 만에 전량 판매했으며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도 지난달 22일부터 7일간 캐나다구스 할인 행사를 열어 61개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
이러한 인기는 병행수입(국내 공식 수입사 외의 다른 수입업자가 제3국이나 홍콩, 마카오 등지의 자유무역항의 판매업자를 경유해 상품을 수입해오는 방식)이나 해외 직구매(해외 현지의 글로벌 셀러가 물건을 직접 사들여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를 통해 할인 판매되는 상품뿐 아니라 국내 공식 수입사를 거쳐 수입되는 제품까지 가리지 않는다.
이와 같은 캐몽의 폭발적인 인기 속에 국내에선 웃지 못 할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국내 대형 의류업체들이 나서서 디자인은 기본이고 상표까지 비슷하게 부착한 상품을 쏟아내며 캐몽의 인기에 편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바로 이른바 코리아구스로, 캐나다구스의 대표적 모방상품으로 꼽히는 엠폴햄과 클라이드를 포함해 한국산 모방제품을 총칭한다.
특히 엠폴햄의 오리털 패딩에 부착된 와펜에는 독도 지도가 그려져 있다. 북극해를 형상화한 지도를 와펜으로 하는 캐나다구스와 거의 흡사한 모습이다. 붉은색 띠를 두른 원 안에 파란색과 흰색으로 지도를 표현한 것도 캐나다구스를 떠올리게 한다.
엠폴햄에 이은 여타 제품도 상황은 대부분 같다. 영국을 그려 넣은 지도가 등장했고 상하 주머니 4개, 털이 달린 모자를 부착하는 디자인 등 명품 패딩의 형상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더불어 이들은 캐나다구스 가격에 비해 1/5 수준인 20만 원대 전후의 가격으로 가격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 일부에선 도를 넘어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과도한 베끼기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며 “누가 봐도 그냥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인데 ‘미투제품’이라는 말로 미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코리아구스를 판매하는 한 의류업체의 판매직원 역시 “명품 제품이 인기가 많은 것도 이해하고 모방품이 나오는 것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들이 브랜드 자체의 자부심은 생각도 안 하는 것 같다. 베끼기 제품을 내놓으면 어쨌든 짝퉁회사로 남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면서 “소비자들도 마냥 인기에 휩쓸리지 않고 현명한 소비를 해주면 좋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현재 캐나다구스 측은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캐나다구스의 국내 공식 수입사 코넥스솔루션은 캐나다구스 본사를 통해 법적인 소송을 검토 중이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