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북 생산지 시마네현 … 네티즌 大怒

2005-04-04     이석 
“후지쓰 라이프북은 ‘전량’ 시마네현에서 생산됩니다.” 한국후지쓰가 자사 광고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국후지쓰는 그동안 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타사 제품과 차별화를 기하기 위해 후지쓰 라이프북을 전량 시마네현에서 생산한다고 광고해 왔다. 그러나 이 광고는 오히려 ‘독’이 됐다. 독도 사태가 발발하면서 네티즌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후지쓰 제품도 불매운동에 포함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은근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일본 후지쓰는 얼마전 PDP 특허문제를 놓고 국내 기업인 삼성SDI와 특허 분쟁을 치른곳. 후소야 역사 교과서 제작에도 깊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민단체들이 전국적인 ‘후지쓰 불매운동’을 준비하는 등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실 ‘독도 사태’로 긴장하는 곳은 한국후지쓰 뿐만이 아니다. 파나소닉코리아, 소니코리아, 올림푸스한국, JVC, 후지제록스 등 상당수 일본 전자업체들이 불똥이 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반일 정서를 의식한 듯 마케팅도 자제하고 있다. 올림푸스한국은 최근 한일 양국 대학생이 참여하는 사진촬영 이벤트를 전면 보류시켰다. 파나소닉코리아도 모기업인 마쓰시타전기가 LG전자와 특허분쟁을 겪고 있는 터라 상당히 예민해져 있다. 그러나 한국 후지쓰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간판 제품’인 후지쓰 라이프북의 생산공장이 다름아닌 시마네현에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통과시켜 한반도를 발칵 뒤집어놓은 진원지. 때문에 소비자들의 반발이 특히 더하다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모(32)씨는 “한국 후지쓰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감은 이미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 문제의 사진을 게시판마다 돌아다니면서 올리는 등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면서 “후지쓰 라이프북이 시마네현에서 생산됐다는 사실이 기폭제로 작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www.danawa.co.kr)에는 비슷한 문구를 담은 사진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문제의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후지쓰 제품도 불매운동에 포함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은근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다시는 사지 말라는 소리로 듣겠다”는 글도 눈에 띈다. 한 네티즌은 “얼마전 라이프북 L440 모델을 비싸게 구입한 적이 있다”면서 “그 돈이 독도 사태를 야기한 시마네현 세금으로 고스란히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다”는 글을 올려놓았다. 일부의 경우 PDP 특허 문제를 놓고 벌인 삼성SDI와의 특허 전쟁까지 거론하는 등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시민단체까지 ‘후지쓰 불매운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일본 후지쓰가 후소야 역사 교과서 제작에 깊숙이 개입해왔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흥사단 관계자는 “후지쓰를 비롯해, 미쓰비시, 후지쓰, 가와사키, 이스스 등 일본 주요 기업들이 후소야 역사 교과서 제작에 암암리에 지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독도 향우회 등 관련 시민단체와 연계해 전국적인 불매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후지쓰 노트북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한국 후지쓰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광고 사진이 유포될 경우 매출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후지쓰측은 아직까지 매출은 큰 변화가 없다고 말한다. 한국후지쓰 관계자는 “독도 사태 이후에도 매출이 줄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다”면서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닌 만큼 향후에도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제품과 차별화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시마네현을 강조했는데 오히려 역풍이 불고 있다”면서 “전시회 참가나 세미나 개최를 통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응책이 없는 게 사실이다. 현재로서는 상황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후소야 교과서와 관련해서는 “일본 본사의 임원이 개인 자격으로 후소야 교과서 제작에 참여했을 뿐 회사측의 입장은 아니다”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봐서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