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윤봉길 의사 암장지적 보존회장은 일본인이다”
2005-04-04
지난 10년간 후원회장으로 있으면서 이곳을 방문한 한국의 지도층 인사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인들은 일부러 추모단체를 만들어 윤 의사를 받드는데, 같은 민족이 그것도 지도층 인사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실제 윤 의사의 암장지적 보존회 회원은 50% 이상이 일본인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80% 이상이 일본인이었다고 한다. 보존회가 일본인들의 쌈짓돈으로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현지에서는 한국의 지도층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는다고 한다. 그는 “신문을 통해 한국의 저명인사가 방문했다는 소식은 듣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면서 “이 때문에 후원회 내에서도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곳 관리인인 박인조(78)씨를 통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암장터가 묘역으로 단장되고, 기념비가 생긴 것은 지난 92년. 그러나 아직까지 이곳을 방문한 정치인은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지난 2002년 6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한일월드컵 결승전 관람을 위해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예다. 당시 박씨는 평소 안면이 있는 김덕룡 의원(윤봉길기념사업회 회장)을 통해 김 전 대통령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요코하마는 이곳에서 차로 30분 거리도 안된다”면서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돌아간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현지인들도 이 점을 상당히 의아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장인 김덕룡 의원에게도 섭섭한 감정을 내비쳤다. 그는 “사업회의 회장으로 있으면서도 한번도 이곳을 들르지 않았다. 한국에서 여러번 방문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면서 섭섭함을 표시했다. 물론 이같은 사례는 극히 일부분에 속한다.
매년 4월29일은 윤 의사의 상해 의거일과 일왕의 생일인 ‘천정절’이 겹치는 날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일 정치인들은 윤 의사에 대한 참배는 뒷전이다. 일본 대사관에서 열리는 일왕의 생일 파티에만 참석한 뒤 돌아갔다. 심지어 윤 의사의 순국비가 있는 나가사키현의 가나자와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전직 장관이었던 J씨는 몇 년 전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가나자와의 한 대학을 방문했다. 그러나 J씨는 명예박사 학위만 받고는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박씨나 이토씨가 안타까워하는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박씨는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이 통과된 다음날인 지난 19일 한나라당이 독도에서 당 지도부 회의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독도 방문에 앞서 이곳을 먼저 방문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