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빚 갚는 여성들 늘고있다

2005-03-04      
최근 카드빚 등 개인 신용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여성들 사이에 ‘윤락으로 빚 갚기’가 성행하고 있다. 성매매를 통해 단기간에 목돈을 마련하거나 빚 독촉으로 압박을 가하는 사채업자들과 성관계를 맺음으로써 빚을 줄여 나가는 것이다.개인채무가 있는 여성들 중 액수가 적은 여성들은 주로 ‘채팅 윤락’ 을 통해 돈을 마련하고 사채업자들에게 이자를 물어야 하는 여성들은 사채업자들과 직접 성관계를 갖는다는 것.특히 사채업자들과 성관계를 갖는 여성들 중에는 강제로 성관계를 갖는 여성들은 물론 ‘자발적’ 으로 나서는 여성들도 많아 충격을 주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윤락비법 나돌아
윤락에 대한 얘기가 오가는 곳은 대부분 인터넷 채팅 사이트들. 채팅방에서는 카드빚, 신용불량 등 개인 채무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빚을 갚을 수 있는 ‘비법’ 들이 오가는데,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윤락’에 대한 얘기가 은밀히 오가고 있다.유흥비 등으로 100만원 가량 빚을 지고 있는 A양(28·무직)은 “당장 목돈이 필요한데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빚 감당이 안됐다.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과 대책을 이야기 해봤는데 채팅 윤락을 한다는 여성들이 의외로 많았다” 고 설명했다.이어 A양은 “나이트클럽 다니는 것을 좋아해 부킹비용과 유흥비 등으로 빚을 지게 됐다. 부모님께 손 벌려보려고 생각해봤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부업이나 투잡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빚을 갚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며 “카드사로부터 연체독촉이 지속적으로 들어와 대책이 필요했다. 월급마저 차압당하는 상황이라 직장 생활도 더 이상 어려웠다. 사채를 쓰자니 뒷감당이 어려울 것 같고 채팅 윤락을 하자니 선뜻 내키지 않아 고민 중이다. 한 번은 채팅에서 만난 남자와 약속시간과 장소를 잡았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나가지 않았다” 고 털어놓았다.A양은 “채팅사이트에서 윤락을 경험해 본 여성들을 상대로 개인 사정을 설명하면 남성에게 접근하는 방법 등에 대해 친절히 알려준다” 며 몇가지 알고 있는 비법을 공개하기도 했다.A양이 밝힌 비법은 ‘은어’ 를 통한 채팅. A양은 “단속에 대비해 성관계와 관련된 노골적인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 이라며 “즐거운 만남(거래), 데이트(성관계) 등의 단어를 사용한다. 접근해오는 남자들도 대부분 은어를 잘 이해하는 편이다. 즐거운 만남을 갖자는 제목으로 채팅방을 개설하면 순식간에 5~6명 정도는 접근해 온다. ‘수요’ 는 꾸준히 있는 편이라 크게 어려운 점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자 감당할 수 없어 먼저 윤락 제안
A양의 경우처럼 큰 빚을 지지 않은 여성들의 경우에는 사채를 끌어다 쓰지 않고 몇 번의 윤락만으로 금방 돈을 갚을 수 있다. 그러나 액수가 큰 경우엔 윤락 여부에 관계없이 사채를 쓸 수밖에 없다.카드 돌려막기를 하다 사채시장에 손을 뻗친 B양(24·휴학생)은 “빚을 갚을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중 사채업자에게 빚 탕감을 조건으로 성관계를 제의하면 대부분 수용해 준다는 말을 들었다” 며 자신의 사연에 대해 입을 열었다.B양이 카드빚을 지게 된 것은 ‘명품중독’ 때문. 평소 명품 핸드백과 의류 구입을 자주 해오던 B양은 신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유혹을 떨치지 못해 결국 카드빚을 지게 되었고 신용카드 빚을 갚기 위해 무심코 빌려 쓴 사채로 인

해 낭패를 보게 되었다.
B양은 “아르바이트비로는 명품을 구입하기에 턱없이 모자랐다. 그래도 유혹을 떨칠 수 없어 무리해서 카드를 사용하게 됐다” 며 “그러나 돈은 생각처럼 쉽게 마련되지 않았다. 생각 끝에 부모님과 오빠 명의로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만들어 돌려막기를 하게 됐고 빚은 점점 늘어갔다” 고 말했다.빚 문제로 고민하던 중 B양은 광고 전단지를 통해 사채를 끌어다 쓰게 되었다. 부모에게 신용카드 빚이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채로 눈을 돌린 것.B양은 “사채업자들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도와준다며 안심하고 돈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듯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이자를 꼬박꼬박 갚아도 이자는 점점 늘어나고 그 이자를 갚아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B양은 “처음부터 갚을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단 하루도 빠짐없이 입금을 해도 그 사람들은 늘 어떻게든 뭔가를 만들어내서 빚을 불렸다. 처음에 돈 빌릴 때는 갚을 자신도 있었고 계속 갚으면 빚이 없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이자가 붙어서 눈덩이처럼 커질 줄은 정말 몰랐다” 며 “400만원을 빌려주는데 상환기간은 100일이었다. 이자는 100만원당 30만원이었고, 매일 5만2,000원씩 일수로 갚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갚아도 빚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늘어만 갔다. 100일이라는 기간 안에 금액을 다 갚지 못하면 남은 금액에 또 이자가 붙어 원금이 돼버렸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되자 B양은 “어쩔 수 없이 가족들에게 고백했다. 알려지는 것이 두려웠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모르는 사람과 성관계를 갖는다고 생각하니 막막했다” 고 밝혔다.

빚 갚으려다 협박당해
이처럼 빚에 허덕이는 여성들이 성매매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금전적인 어려움 때문. 대부분 100만원대 이상의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데다 높은 이자로 인해 자신의 수입만으로는 빚이 줄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또, 빚을 갚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돈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목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성매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다.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도 크다. 잦은 성관계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기 때문이다. 또, 사채업자와 성관계를 맺었던 여성들의 경우 대부분 성관계 맺은 사실을 약점 잡히며 빚 독촉 이외에 또다른 협박에 시달리기도 한다.한편, 경찰은 사채업자들의 불법 행위와 일부 여성들의 성매매를 적발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수치심으로 인해 신고를 꺼리기 때문이다.모 경찰서 여성 청소년계에 근무하는 경찰관계자는 “인터넷에서 성매매를 한 여성의 경우 대부분 애인관계로 위장하기 때문에 적발하기 어렵다. 무리하게 수사할 경우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어 조심스럽다” 는 반응을 보이며 “사채업자가 먼저 성관계를 강요하는 경우는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지만 여성이 먼저 사채업자에게 접근한 경우 대부분 성관계 사실을 숨기기 때문에 사채업자들을 체포해서 추궁하지 않는 한 적발해내기 어렵다” 고 밝혔다.그러나, 빚에 허덕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고수입’ 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을 뿐더러 적발해내기도 어려워 여성들의 ‘몸’을 이용한 빚갚기 전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채빚 지게 된 B양
“성매매 유혹 벗어나기 힘들어”사채를 지게 된 B씨는 “사채업자들에게 빚을 진 대부분의 20, 30대 여성들의 경우 성매매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며 사채업자들과 여성들간의 성매매에 대해 입을 열었다.
- 사채를 쓰는 여성들이 많은가.▲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상담을 위해 인터넷 채팅방에 들어갔을 때에도 언제나 20,30명 이상은 있었다.
- 빚을 지게 되는 주원인은.▲ 주로 카드빚 때문이다. 등록금이나 생활비 등 생계형 카드빚도 있지만 대부분은 유흥비나 쇼핑 중독으로 인한 빚이다.
- 윤락에 대한 실태는.▲ 사채를 진 대부분의 여성이라면 윤락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성관계에 대한 협박을 받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 제안하는 사람이 더 많은가.▲ 그렇지 않다. 먼저 제안하는 사람들보다는 강요받는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더 많다. 그러나 이전에 비해 먼저 제안해오는 사람들이 늘었다.
- 윤락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정말 어려운가.▲ 그렇다. 목돈을 마련하지 않는 한 빚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자들의 성관계 요구를 받아들이거나 먼저 제안할 경우 빚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