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보이콧 당한 동아제약…대체 왜?
밥줄 날린 의사들 “강신호 일가, 우리를 기만했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회장 강신호)의 계열사, 동아제약이 시련의 계절을 맞았다. 동아제약은 지난 47년간 제약업계 부동의 1위를 고수해 왔지만, 리베이트 파문과 개원의(병원을 세워 처음으로 일을 시작한 의사)들과 대립 등의 여파로 왕좌를 위협받고 있다. 끝도 없는 리베이트 파문은 업계 전반을 집어삼켰고 개원의의 불매운동 본격화는 동아제약을 사지로 몰아넣을 기세다. 그런데 왜 업계 전반을 휩쓴 리베이트 파문에 동아제약만 이토록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개원의들은 대체 왜 동아제약을 향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개원의와 동아제약 사이의 갈등은 지난 9월 말 법원이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으로 기소된 의사 18명에게 유죄판결을 내리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동아제약 영업사원이 의사들에게 동영상 강의를 소개했던 것이 발단이었다. 그리고 동영상을 찍은 의사들에게 강의료 명목으로 지급된 돈이 리베이트로 지목돼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검찰 조사 과정에서 동영상을 찍은 개원의들은 자신들이 받은 돈이 단순한 강의료였다고 진술한 반면 동아제약은 불법 리베이트가 맞다고 진술하는 등의 태도를 보여 개원의들의 공공의 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상황은 동아제약이 양측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는 꼴로 리베이트 쌍벌제가 성립됐고, 동아제약은 벌금 3000만 원, 의사 18명에 대해서는 800만~3000만 원의 벌금형과 최대 1년간 진료를 볼 수 없는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이것이 전국의사총연합, 대한의원협회 등 의료계가 조직적인 동아제약 불매 운동을 펼치게 된 배경이다. 더욱이 앞서 동아제약 영업사원이 초반엔 “동영상 강의 섭외 당시 의사들에게 이는 동아제약과 무관하며 단순한 동영상 강의료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설명했다”고 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태도라 파장이 컸다.
대한의원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이 불법 리베이트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에 통분을 금할 수 없다”며 “의사를 기만한 동아제약과 근본적으로 인연을 끊는 것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의사협회 관계자도 “개원의만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리베이트 쌍벌제의 입법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것이다. 쌍벌제 자체도 의사들만 생계를 빼앗겨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동아제약이 개원의들을 기만하고 무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모든 대응을 불사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악화됐어도 동아제약은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항소를 한 상태이긴 하지만 불같은 의료계의 반발에 입도 뻥끗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도 “조사 중이기 때문에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일 뿐이다.
그 때문에 의료계의 움직임은 동아제약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실제 동아제약에서 박카스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전문의약품인 위점막 보호제 스티렌 정 60mg은 의사들이 대체 의약품을 처방하면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6%나 감소하기도 했다. 업계는 의사들의 불매운동이 본격화되면 동아제약엔 연 1000억 원대 이상의 피해가 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동아제약의 타격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클 것”이라며 “복제약품을 팔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인 만큼 동아제약이 의료계를 잠재울 방법을 강구할 듯싶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또 “동아제약 사태가 안타깝기도 하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전혀 몰랐다는 의사의 말도 전부 믿기 힘들다. 제약업계와 의료계 모두 도덕적 해이를 점검해볼 시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리베이트 파문은 동아제약 외에도 제약업계 전반을 휩쓸고 있다. 동아제약에 이어 대웅제약이 리베이트 스캔들에 휘말려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아울러 일양약품·대화제약 등 대형·중소형 제약사 가릴 것 없이 리베이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리베이트를 하는 방법도 점점 진화하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은 의사들에게 자사 법인카드를 건네 문제가 됐고, 대화제약은 병원과 약국에 현금과 상품권을 제공한 혐의다. 삼일제약은 자사 의약품 처방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 일양약품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한 뒤 카드깡 전문 업체를 통해 현금화하고 이를 리베이트 자금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제약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 차원에서 나설 문제라고 본다”며 “복제약값의 정확한 책정, 개원의를 비롯한 학계와 약사 등 모두에 대한 수사가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약을 개발하는 등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면 리베이트가 필요 없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며 “모든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기로 약속하지 않는 이상 리베이트를 하는 기업만 이익을 보는 게 현실”이라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