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제계 원로의 제언>동남아 통상정책…포괄적 협력 늘려야

2013-12-02     이범희 기자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로존의 붕괴,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경제국의 부상으로 세계경제 질서가 긴박하게 변화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와 자원 고갈,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인구 변화 등 미래를 전망하기 어렵게 만드는 다양한 문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중국경제의 판도에 따라 심각하게 영향을 받는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대응 마련 노력이 시급하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다양한 지표를 통해 한국경제의 문제점과 동남아 경제협력 강화 방안 등을 살펴보고 경제계 원로의 제언을 듣는 기획을 2회에 걸쳐 마련했다. 그 마지막 시간으로 동남아 경제협력 강화 방안의 전략방향과 정책방안 등을 살펴보고 경제계 원로의 제언 세 가지를 들어본다.

통상위주에서 벗어나 이해관계까지 고려
정부-기업 공동 참여하는 협력으로 전환

동남아를 전략적 파트너로 격상시키고 좀더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통상위주에서 벗어나 국제정치 차원의 이해관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경제 만연에 동남아를 저임금 생산기지로 인식하고 있음을 꼬집은 것으로 이 단계에서 벗어나 중국발 정치적·경제적 리스크(영토분쟁· 성장률 둔화 등)를 분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갈음한다.
특히 동남아가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데다 한국으로 중화경제권에 맞서 공동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성장공간으로서의 의미도 있음을 각인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강대국의 동남아에 대한 경쟁판도가 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발언권을 강화할 수 있는 지금이 동남아의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동남아에 대한 통상정책도 포괄적 경제협력 차원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교역 및 투자 위주에서 각국의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협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과 동남아 경제협력 정책은 교역 및 투자의 애로와 장벽 해소 중심으로 진행돼 왔던 터라 KOTRA(코트라), 대한상의 등 중요 기업활동지원 기관의 상시적 교역 및 투자환경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정보 제공과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정책 이슈 발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는 동남아 국가별로 차별화된 맞춤형 종합전략도 함께 필요하다. 일례로 인도네시아와 협력의 발판이 된 중장기 경제개발 마스터플랜 참여(2010년), 경협위원회 설치(2012년) 등을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필요한 30여 개의 주요 투자프로젝트에 합의한 것을 꼽는다. 또 태국 경협위원회 설립에 합의(2013년)하면서 양국은 태국의 핵심 개발 부문인 수자원, 농업, 철도 등의 부문의 협력에 초첨을 맞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내수시장화 통한
경제영토 확장

이에 따라 재계 원로는 세가지 제언을 내놓았다. 첫 번째는 동아시아 지역 통합과정에서 중재로서 인식되도록 포지셔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통합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의 주도권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과 맞물려 한국은 동남아와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지역의 중재자 역할을 맡기에 유력하다는 것이다. 이는 미·일·중 등 주요국들이 동남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적극적 통상정책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들의 접근방식은 동남아가 추구하는 ‘ASEAN 중심주의’ 원칙과 충돌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반면 동아시아 통합의 역학 관계를 고려하면 한국은 동남아 국가들과의 ‘신뢰와 협력’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미국·일본·중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형태로 접근이 가능하다. 특히 동남아는 정치적으로 한국과 청산해야 할 과거 유산이 없고 산업화, 정보화의 성공 경험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어 한국의 입지가 넓다. 통상전략에서는 동남아와 다자간, 양자간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이와 더불어 소지역 전략 등 다양한 협력 패키지 개발도 확대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한다. ASEAN과 다자간 협상의 틀을 기반으로 하되 양자간 협상도 좀더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신뢰관계를 더욱 공고히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콩강 유역개발과 같이 ASEAN 역내 소수 국가들만이 참여하는 소지역 개발 사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영향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동남아의 내수시장화를 통한 경제영토 확장에 노력해야 한다는 두 번째 제언을 하기도 한다. 최근 일부 동남아국가들이 누적 경상적자 등에 따라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 확대가 상당 기간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 내수시장에 대한 기업 진출은 글로벌 변동성 확대위험을 극복하고 안정적 수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강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높은 기술력이 있지만 시장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 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현지 정보는 물론이고 자금, 마케팅 등 포괄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한 종합적인 전략도 병행해야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국에 대한 동남아인의 인식이 일본과 중국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며동남아 국가 간 격차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한국이미지 제고를 위해 한류를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한국문화원 설립 ▲한국학과 설치 지원 ▲청소년 교류확산 등의 정책 추진 필요성을 강구한다.

마지막으로 정부 간 협력에서 정부와 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협력으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제언한다. 지난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동남아 방문을 계기로 가속화될 정부 간 협력고도화가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위급 채널의 다변화를 통해 정부 간 협력고도화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된 상황에서, 앞으로는 정부 간 협력을 민간협력으로 확대하는 단계로 발진시킬 필요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정부 간 협력과 민간기업간 협력이 병행 추진되는 경우 개별 국가의 수요 판단 등에 대한 기업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맞춤형 종합전략을 추진함에도 실직적인 기여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대외원조 등 공적사업의 경우에도 민간기업과 공동사업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정착시킴으로써 물량원조 위주인 중국, 일본의 협력 모델과 차별화된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로도 2008년 경제개발협력기금(EDCF)을 통해 베트남에 차관이 제공된 이후 한국기업이 수도 하노이와 북부 최대 항구인 하이풍 간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하며 이후 베트남 각 지역이 고속도로 사업에 한국 기업 참여가 확대된 선례도 있다.

경제계 원로는 “새마을운동(잘 살아보세)에 대한 관심이 높은 동남아에서 기업 간 협력을 통한 생생한 성장 경험 전수는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함은 물론이고 사업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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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