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포스코 CEO 마타도어

A씨 내정·B씨 면담 등 흠집내기 ‘혼탁’ 과열

2013-12-02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사퇴 의사를 밝힌 KT(회장 이석채)와 포스코(회장 정준양) 주변이 시끄럽다. 후임 CEO 인선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두 회사가 CEO추천위원회와 임시이사회를 각각 열고 후보등록을 시작하기가 무섭게 ‘청와대 실세 면담설’, ‘내정설’ 등의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일각에선 경쟁후보 간 마타도어(흑색선전)가 시작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면서 해당기업 대외협력부서가 긴장한다는 후문이다.

현 정부 기업 개혁한다면서…고질병 된 낙하산
권력 입김·경영 추락 악순환 끊는 계기 돼야

“윗선에서 A씨를 내정했다고 하더라. 다른 공기업 문을 두드려보자”, “현 정부 실세와 B가 접촉중이라더라. 두 사람의 친분관계가 두터워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낙하산 인사는 시끄럽다. 한 타임 쉬고, 내부인사를 승진시킨 후 외부결탁 세력을 몰아내고 새판을 짜자.”
영화 시나리오에나 나올 법한 일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그것도 과거 정권 교체 시기마다 논란이 됐던 KT와 포스코 주변에서 이 같은 말들이 퍼지고 있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두 수장이 마지막까지 “(더는) 낙하산 인사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다.
실제로도 두 기업의 수장 하마평에 오른 인사 10여 명 중 일부가 자신이 차기 회장이 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고, 정치권이나 청와대에서도 이미 낙점이 끝났다며 절차는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떠들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탄생에 기여한 일부 인사들이 노골적으로 KT·포스코에 낙하산 타고 내려가려는 욕심을 내비친다는 말도 숱하게 들린다.
특히 KT는 이 회장이 떠나는 과정부터 많은 의혹이 제기된 터라 이 같은 루머가 더욱 짙게 그려지고 있다.

당분간 혼탁양상 계속될 듯

KT는 지난달 25일 첫 CEO추천위원회 회의를 갖고 오는 4일까지 후보자를 공모한다. 후보자들 본인의 지원서 접수는 물론이고 외부 전문기관들로부터도 추천을 받아 풀(pool)을 구성한 뒤 주주총회에 추천할 계획이다.
일반 기업의 CEO공개후보등록과 같은 절차여서 문제는 없는 듯하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혼탁양상이 될 것이란 지적이 들끓는다. 
이미 외부인사의 후보 공모를 두고 논란이 시작됐다. 김동수 전 정통부 차관 내정설과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정권 실세와의 면담설이 대표적인 예다.

이 전 부회장 측 한 관계자는 의혹과 관련해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거짓 정보를 인터넷 언론 등에 흘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KT 인선을 두고 논란이 거듭되자 이번 인사에서만큼은 내부인사를 중용해 한 차례 태풍을 피하고 다음 인선에서 낙하산 인사를 중용할 것이란 루머도 퍼지고 있다. 당장 내리는 비를 피하고 한 숨 고른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은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현재 포스코 CEO 후임에는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박기홍 포스코 사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김준식 포스코 사장이 경합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인사는 이 부회장이다. 기획통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은 정 회장을 대신해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을 수행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과거 정 회장에게 밀려 절치부심해야 했던 윤석만 포스코건설 상임고문도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등 친박계 원로들과 접촉 빈도를 늘리고 있다는 소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외부 인사의 낙점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비롯해 김원길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진념 전 부총리의 이름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중 한 명은 이미 청와대 실세와 면접을 통해 당선이 확실시 됐다는 루머가 돌고 있기도 하다. 또한 명예회장인 고 박태준 회장 시절 함께한 정치권의 인사가 포스코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포스코 근무 경력이 있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역시 철강 사업에 전혀 무지한 정치권 인사들보다 더욱 비중 있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KT·포스코 측이나 하마평에 오른 당사자 중 일부는 “근거 없는 헛소문이며 무슨 의도로 이 같은 말들이 떠도는지 모르겠다”고 발끈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KT와 포스코를 논공행상 차원에서 장악하려는 것은 정권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글로벌 철강산업의 현재와 미래가 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포스코 지배구조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은 포스코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흔드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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