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대통합이 불러올 파장은?
통신사 ‘잠잠’ 소비자만 ‘발 동동’
한시적 번호 이동 종료, 2일 기점으로 자동변경
일부 서비스는 사용자가 직접 재가입·등록 해야
해당 이용자 전체 5401만 명 중 132만 명이나
주파수 사용 기한 전 어떤 변수 생길지가 관건
3G나 LTE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도 011·016·017·018·019 번호를 유지하던 가입자들은 이달 2일을 기점으로 010번호 통합이 시작됐다.
[일요서울]이 010번호 통합을 앞두고 방문한 휴대전화 대리점들의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번호 통합에 따른 영향으로 생길 번호이동 마케팅 열전이 한창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12월 초에 있을 방송통신위원회의 보조금 제재와 단말기 유통법 논의가 심화되면서 기존의 보조금 수준도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들은 저마다 ‘고객님의 01X휴대폰 번호는 01X한시적 번호이동제도 종료로 인해 올해 12월 2일 이후 010번호로 자동 변경될 예정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하며 한시적 번호이동 제도의 종료를 알렸다.
이통사들이 열흘가량의 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가입자의 번호를 변경하는 이유는 통화량이 급증하는 연말에 번호 변경을 시행하다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혼란이 가중되는 것을 막고자 함이다.
이통사들은 3G와 LTE서비스에 가입돼 있는 가입자 132만 명의 번호를 가입자의 본인 동의에 근거해 사전 공지 후 010 번호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 5월을 기준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5401만 명 중 3G나 LTE로의 한시적 번호이동을 선택한 이용자는 약 132만 명이다. 통신사별로는 SK텔레콤 94만, KT 38만, LG유플러스가 12만 명이다.
다만 2G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들은 한시적 번호이동 종료와 관계없이 기존의 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지만 3G나 LTE가 가능한 휴대전화로 교체할 수는 없다.
010으로 바뀐 번호는 본래 번호의 4번째 자리가 이동통신사별 번호테이블에 따라 새로운 숫자로 부여됐고, 그 외의 번호는 그대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011-XXX-XXXX 였던 번호가 010-4XXX-XXXX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번호 변경 없이도 3G나 LTE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었던 ‘한시적 번호이동제도’가 종료되고, 내년부터는 010번호로만 사용하게 된다. 이는 정부가 3G 이동통신과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되면서 010으로 휴대전화 번호를 통합하고자 했고, 그에 따른 논란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시행된 제도였다.
이에 가입자들은 어차피 바뀔 번호라면 빨리 바꾸는 게 낫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제도 도입 후 2G에서 3G나 LTE서비스에 가입하는 이들은 번호통합을 전제로 대리점들로부터 혜택을 받기도 했다.
직장인 A(52)씨는 2G 휴대전화 고장으로 휴대전화 교체를 하고자 대리점을 방문했을 당시 “01X번호를 버리고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면 기계 가격 할인 혜택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자동변환 불가 경우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번호가 변경되면 서비스 중 일부는 이용 제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번호가 바뀌면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하는 일부 서비스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사용자가 직접 서비스에 재가입하거나 재등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전화번호 기반의 모바일 메신저는 번호가 바뀔 때 상대방은 이를 다른 사람으로 인지한다. 따라서 지인들에게도 바뀐 번호를 알려줘 다시 등록하게 해야 한다.
전화번호 기반의 대표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은 공지사항을 통해 번호 통합으로 인한 번호 변경이 이뤄지더라도 그대로 카카오톡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공지해 혼란을 예방하고 있다.
OTA 방식(Over The Air·무선)으로 자동 전환된 경우에는 변경 후 사용자가 본인 ID로 로그인하면 친구 목록은 그대로 확인되지만 대화내용이 사라질 수 있다. 중요한 대화 내용이 있다면 번호변경 전에 반드시 저장·백업해야 한다.
기존 번호로 다운받은 콘텐츠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해당 콘텐츠를 계속 이용하려면 다시 내려받아야 한다. 특히 무단복제를 막기 위해 DRM 암호화가 적용된 콘텐츠는 번호 변경 후 이용이 불가해 삭제 후 다시 다운받아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각지대에 속하는 가입자들이 시일 내에 번호변경을 하지 못할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발신이 전면 정지돼 통신 대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일부 구형 휴대전화 기종은 자동 번호 변경을 할 수 없는 대표적인 대상 중 하나다. 또 자의적으로 개인정보 잠금 설정을 하거나 서비스 가입은 돼 있지만 휴대전화 이용정지 상태일 경우나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을 경우 자동 번호변경이 어려운 대상에 속한다. 해외 방문으로 로밍 중인 가입자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이통사가 해당 가입자를 일일이 찾아가 010으로 번호 변경을 해야 한다. 그러나 132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 중 특정 수만 명을 따로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이통사들은 미래부에 긴급통화(112 ·119·114 등)와 응급상황 시 중요 전화는 일정 기간 가능토록 하자는 대안을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 공지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자사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010 번호변경에 따른 재등록/재다운로드 및 재가입 서비스 안내’라는 제목으로 번호변경 후 정상적인 서비스를 위해 진행해야 할 사항을 설명해뒀다. 항목별로 나눠 재등록과 재다운로드가 필요한 서비스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표도 첨부돼 있다.
또 현재 89만 명의 010 자동 번호변경 고객을 대상으로 주로 야간에 전환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 SK텔레콤은 변경 1일 전에 1회, 1주일 전 1회에 걸쳐 사전 안내할 계획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01× 사용자들은 번호를 변경해야 하며 추가적인 변경 사항이 따른다는 공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통 3사 모두 공지가 자사 홈페이지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고, 가입자가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는 점에서 차후 통신 대란이나 서비스 먹통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받았다.
2G 서비스 종료되면 안보문제 우려도
한편 한시적 번호이동 제도가 종료돼도 2G 서비스에 가입한 01X번호 사용자의 경우 번호 변경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KT의 경우 2G 서비스를 종료한 만큼 2G 주파수 종료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현재 2G 01X번호 이용자의 비중은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5%인 272만 명으로 적지 않은 수다. 2G 서비스를 종료한 KT를 제외하고 SK텔레콤이 212만 명, LG유플러스는 60만 명에 이른다.
아직 양사는 “2G 종료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지만 주파수 사용 기한 전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예측할 수 없다.
만약 양사가 2G 서비스를 종료한다면 국가 정보 보안도 취약해질 수 있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는 017로 시작되는 피처폰을 업무용을 지급했다. 피처폰은 대부분 2G 성능에 머물러 있다.
스마트폰은 휴대용 컴퓨터·이메일·사진·녹음·SN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스마트폰은 증가한 기능만큼이나 해킹에 취약하다. 따라서 국정원의 경우 피처폰만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미래부는 “앞으로 2G서비스를 종료하는 사업자가 있을 경우 종료 시점으로부터 2년간 한시적 번호이동을 추가로 허용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 경우에도 변경될 010번호를 미리 부여받고, 유예기간이 종료되기 전 번호를 010으로 변경하는 것에 사전 동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