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코닝 위로금 싸움 내막

삼성 이름 떼어내는 값, “5억 달라” “ 너무 많다”

2013-11-25     강휘호 기자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삼성코닝정밀소재(대표 박원규)가 잔류하는 직원들에게 줄 위로금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앞서 삼성은 삼성코닝의 보유 지분 전량을 미국 코닝에 팔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삼성은 삼성코닝의 직원들에게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거나 위로금을 받고 삼성코닝에 잔류하는 선택권을 부여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잔류 직원들은 노조까지 새롭게 설립하며 5억 원에 이르는 위로금을 요구하고 있어 사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더욱이 사측이 제시한 위로금 5000만 원과의 간극이 너무 커 협상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왜 이렇게 위로금에 대한 온도 차가 뚜렷한 것일까. 혼탁양상으로 치닫는 이들 사이엔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일요서울]에서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미국 회사로 매각 결정하면서 대립 ‘혼탁양상’
연이은 파동 우려 높아…노조의 괜한 떼쓰기인가

지난 20일 노동부 천안지청에 따르면 삼성코닝 노동조합(위원장 신영식) 설립신고 필증이 교부됐다. 노조는 본사가 있는 충남 아산 탕정 사업장에 노조 사무실을 설치했고 조합원 가입 신청을 받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는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 중인 삼성코닝 지분(43%)을 미국 코닝사에 전량 매각하는 대신 미국 코닝사의 전환우선주(7.4%)를 사들이기로 하려는 계획의 대응으로 풀이된다. 삼성코닝 최대 주주인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 지분 전량을 미국 코닝사에 매각한다는 것은 내년부터 삼성코닝이 삼성그룹에서 떨어져 나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은 앞으로 삼성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는 삼성코닝의 임직원 4000여 명 중 원하는 이에 한해 26개 삼성 계열사 중 5곳을 골라서 이직 할 수 있도록 했다. 반대로 삼성코닝에 남을 때는 위로금을 주기로 했다.

그러자 삼성코닝 노조(당시 비상대책위원회)는 회사의 이익 잉여금 6조 원과 올해 이익 규모 1조5000억 원 등을 고려해 당초 1인당 5억2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임직원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해도 4000명의 평균을 따지면 2조 원에 이르는 액수였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삼성코닝이 미국 코닝에 편입됨에 따라 고용보장 등 안정성이 불투명해졌다”고 주장한다. 미국 코닝이 기존 삼성코닝 직원들의 고용보장과 처우 유지 등을 약속했지만 직원들 로서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위로금 액수로 ‘3000만 원+기본급 800%’를 제안한 사측과의 차이는 상당했다. 당초 20일까지 이동 신청을 받을 예정이었던 사측은 5억 원이라는 액수에 놀라 위로금을 먼저 정한 다음, 3일 뒤 마감하기로 결정하고 이동 신청을 무기한 연기했다.

현재 노조는 위로금치고 5억 원이라는 액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위로금을 낮춰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낮춘 액수는 3억3800만 원이다. 이에 삼성 측은 당초 제안한 3000만 원+기본급 800%를 4000만 원+기본급 10개월로 높였다.

거듭되는 지적
내부 혼란 가중

그러나 협상 타결을 이끌어 내기엔 아직도 양측의 요구가 너무 판이하다. 또 노조가 위로금을 수억 원씩 요구하는 것은 너무 무리라는 목소리가 높아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여타 회사들의 매각과 위로금을 살펴보면 삼성코닝이 처음 주장했던 5억 원은 SK하이닉스·롯데하이마트 등 과거 기업 매각 시 직원에게 주던 위로금의 50~100배나 된다. 노조가 위로금을 책정하는 근거로 제시한 삼성물산이 삼성플라자 등 유통부문을 애경그룹에 매각한 사례를 살펴봐도 당시 개인당 8000만 원에서 1억 원을 받고 3년 뒤 임금 20%를 감소한 것이 전부였다. 

한 재계 관계자도 “기업 계열사를 매각할 때 위로금을 지급해 상실감을 줄여주는 건 옳은 제도라고 본다”면서 “다만 이번 삼성코닝 노조의 5억 원 요구는 다른 사례와 비교해도 너무 높아 당분간 시끄러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코닝 임직원은 매년 연봉의 50%에 해당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을 받는 등 대우가 좋았다”며 “고용보장, 처우 유지 등이 모두 약속된 상태에서의 위로금 액수로 5억 원은 높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들 위로금으로 인해 발생될 문제들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2조 원이 넘는 위로금을 두고 갈등이 심화되면 삼성과 코닝이 체결한 매각 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화두로 떠올랐다.

또 이러한 문제가 심각해지면 매각 자체가 무산될 소지도 제기된다. 잉여금을 매각 완료 전 주주들이 나누기로 했는데 위로금으로 2조 원가량을 쓰게 되면 받을 돈 3분의 1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협상 중인 사안이므로 정확한 답변은 어렵지만 양측의 제안에 격차가 커 계속 지켜봐야 한다”며 “이번 상황을 어느 쪽이 더 답답하게 느낄지는 모두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에둘러 말했다.

고용보장 등 약속된 사안들이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노조의 태도에 대해선 “일어나지도 않은 가정에 의한 불안감까지 고려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일축했다. 

한편 내부적인 혼란이 가중되는 것도 이번 사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데 ‘노조의 의견이 직원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신입 직원들의 처지가 곤란하게 됐다’라는 것이다.

일부 직원들은 자신들이 바라는 위로금은 5억 원이 아닌데 이 액수가 전 직원의 요구사항으로 비쳐 오히려 더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언론을 비롯한 다수가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어 상황이 더 안 좋게 흐를 수 있다는 압박과 노조의 대표성에 대한 의문이 그것이다.

또 지난 22일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합격 통지를 받은 구직자들에게는 삼성코닝이 내년부터 삼성그룹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이 청천벽력으로 다가가고 있다. 입사 지원 당시 고민 끝에 삼성코닝을 선택한 지원자는 본의 아닌 곤경에 처하게 됐다.

결국 위로금 논란의 여파는 임직원뿐만 아니라 새로운 삼성의 얼굴들인 미국코닝 주주들, 신입 사원들마저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