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오리온’ 살리기 시나리오

이관희 이사장 대여금 동양재기에 도움되나

2013-11-25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사위 경영으로 주목받던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 오너 일가가 재차 주목받고 있다. 사재출연을 약속한 동양그룹 현재현-이혜경 부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아우성이 한창이고, 등기이사를 사임한 오리온그룹 담철곤-이화경 부부에 대한 눈총도 따갑다. 아울러 장모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 이사장의 입김에 동양과 오리온의 앞날이 좌지우지된다는 이야기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장모와 지분 대결을 보인 현 회장이 악재에 놓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친족간 돕지 않은 담 회장 부부에게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는 후문도 있다. 그 내막을 들여다본다.

오리온 주식 무상 대여로 회생절차 가능성 시사
친족기업 이미지 무너트린 자매에 불편한 심기


동양과 오리온은 고 이양구 회장이 1956년 세운 동양제과와 동양시멘트가 모태다. 이 회장은 슬하에 딸만 둘을 두고 있어 사위에게 그룹을 물려줬다. 현재현 동양 회장이 큰사위이고 그의 부인은 이혜경 부회장이다. 차녀 이화경 부회장과 결혼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둘째 사위다. 이 회장 부인은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다.

그런데 지난 9월 동양그룹 투자자 피해가 불거지면서 오너 가족 간 묘한 기운이 흐른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동양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손을 잡아주지 않은 오리온에 앙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장모 이 이사장도 이 일과 관련해 “친족기업의 이미지가 퇴색됐다”며 동생부부에게 서운한 속내를 드러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울러 이 이사장이 좌초 위기에 빠진 동양그룹을 살리기 위해 오리온 주식을 동양네트웍스에 무상 대여키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 이사장의 입김을 가늠케 한다.
이 이사장이 동양네트웍스에 무상 대여한 오리온 주식 2.66%(15만 9000주)를 지난 추석 때 증여하기로 결정했는데 공교롭게도 동양네트웍스 대표를 맡은 김철이 장녀 이혜경 부회장 측 인사라는 점이 알려진다.

사실 동양과 오리온 그룹의 여성파워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이사장은 서남재단을 이끌며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한때 시멘트 부문을 접고 금융에 집중해야 한다는 그룹 내 일부 주장이 있었지만, 이 여사가 이를 눌렀다는 후문도 있다.

또 이화경 부회장은 이미 잘 알려진 여성 경영인이다. 이 부회장은 오리온이 동양그룹에서 분리되기 전부터 부사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뛰었다. 분리 이후에는 부회장으로서 경영을 최일선에서 챙겼다. 특히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이 부회장과 결혼 전 처가의 반대가 컸던 데다 화교 출신이어서 그룹 내 기반도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분도 이 부회장이 14.5%, 담 회장이 12.92%로 차이가 있다. 동양네트웍스에 빌려주기는 했지만 이관희 여사의 오리온 지분도 2.66%나 된다. 오리온은 여전히 이씨 회사다.

최근 오리온그룹의 최대주주인 담 회장과 부인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도 주목된다.
오리온은 담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오리온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이 부회장도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오리온은 2010년부터 담 회장과 함께 대표이사직을 맡아 온 강원기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오리온 측은 “국내는 물론 해외 사업이 성장하는 데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잡아 현 전문경영진의 의사결정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기업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법적ㆍ사회적 책임이 강화되는 분위기인 데다 동양그룹 사태 등으로 부담감을 느낀 데 따른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선 장모인 이 이사장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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