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미혼모 ‘애떼는’병원 많다

2004-12-16     이수향 
지방 및 도심 변두리의 개인병원에서 미성년자의 불법 낙태가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양에 중절 수술 잘하는 산부인과 추천바랍니다’, ‘임신 5개월인데 미성년 중절수술 해주는 병원 좀 알려주세요’한 유명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위와같이 낙태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이들의 글이 500건 이상 올라와 있다. 이러한 글을 올리는 이들의 대부분은 부모의 동의없이 비밀리에 낙태를 원하는 미성년자들이다. 기자는 모 포털 사이트에 중절 수술에 대한 글을 올려놓은 박슬기(17·가명)양과 이메일 연락 끝에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미성년자의 낙태를 쉽게 해준다는 병원에 대해 박양은 “변두리이다보니까 아무래도 시설이 후지고 수술비가 훨씬 싸죠”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서울의 모 여상 2학년에 재학중인 박양은 한눈에 보기에도 소녀티를 벗지 못한 앳된 얼굴이었다.작년 여름 남자친구와 부산 해운대로 놀러갔다가 일명 ‘바캉스베이비’를 갖게 됐다는 박양은 임신인줄 모르고 있다가 올 초 임신 5개월이 넘어서야 부랴부랴 중절수술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혹시나 상처를 건드리지나 않을까 했던 우려와는 달리 정작 박양은 대화내내 침착했다. “친구들 중에도 낙태수술을 한 애들이 여럿 있다. 그 병원도 친구들 소개로 가게 된 것이다.”5개월이 넘은터라 병원측에서 수술을 거부할까봐 내심 걱정했다는 박양은 “괜한 걱정이었다”고 말했다.“미성년자인데 부모의 동의없이도 수술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오히려 그녀는 “찾아보면 해주는 곳 많다. 부모에게 알리는 애들이 있겠는가 ”라고 반문했다.박양은 이어 “임신 16주전에는 미성년 상관없이 당일 수술이 행해지고 16주가 넘더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놀라운 사실은 상담 과정에서 수술비용에 대한 협상(?)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부모의 동의서가 없어 처음에는 안된다고 하다가도 조금만 사정하면 못 이기는 척 ‘수술날짜 잡으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미성년자들은 임신인줄 모르거나 알고서도 하루하루 숨기다보면 4~5개월을 훌쩍 넘겨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이렇게 시기를 놓치다보면 수술비가 엄청나게 비싸지고 돈을 구할 수 없는 미성년자들이 찾아갈 곳은 변두리의 낡고 노후된 개인병원밖에 없다.” 박양은 미성년자들에게 중절수술을 해주는 이런 병원들이 서울과 근교만해도 수 곳 있으며 의사에게 말만 잘하면 6개월 이상의 경우에도 낙태가 가능하다고 전했다.박양이 알고 있는 곳은 서울의 D동과 Y동 일대를 비롯해서 수원과 인천, 안양 등지에 있는 개인병원 대략 5곳 정도로 학생들이 소문을 듣고 알음알음 찾아간다고 전했다. 박양에 따르면 낙태비용은 병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그들의 사정을 잘 아는 의사들은 일선 병원에 비해 상당히 낮은 가격으로 수술을 해준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수술 후에 맞는 영양제도 싸구려로 맞아서 그런지 12주였는데 다 합쳐서 20만원에 합의본 친구도 있다”는 박양의 얘기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다.박양이 작년에 중절수술을 받은 곳은 변두리에 속하는 서울의 Y동에 위치한 모 산부인과였다.

정작 문제는 병원측에서 수술을 해준다쳐도 5개월 이상된 산모의 중절수술이 생각만큼 간단하지가 않다는데 있다. 많은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5개월만 돼도 이미 태아의 형체가 형성된데다 크기도 제법 커진 상태라 수술과정에서 위험이 따를 뿐 아니라, 그 고통 역시 출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충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양에 따르면 병원측에서는 미성년자의 위험한 낙태를 묵인하더라는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안된다고 하는 곳도 있지만 대개 이런 병원들은 수술비를 알려준 뒤 날짜 잡으라는 말을 하기 마련”이라며 “수술에 대한 설명은 일체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박양은 “당시에는 너무 경황이 없어 부모 동의서없이도 수술을 해주는 싼 병원을 찾기에만 급급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위험한 수술인지 알고 나니 도저히 두 번 할 짓이 못되더라 ”며 고개를 내저었다.

무시와 경멸은 기본
한편 박양은 병원측의 태도에 대해 얘기하면서 무척 흥분했다. 변두리에 위치한 것을 감안, 낡고 노후된 시설과 장비 등은 그런대로 참을만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절수술을 받으러 가는 미성년자들을 이루 말할 수 없이 무시한다는 것이다. 그녀는“한심스럽다는 말투는 기본이고 경멸스런 눈초리로 쳐다보는데 그들 앞에서 나는 완전 ‘죄인’이었다”며 “무척 수치스러웠다”고 당시 기분을 표현했다.특히 두려운 나머지 수술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볼 때 그들은 ‘그렇게 겁나면 그냥 낳지 뭐하러 왔냐’며 대놓고 면박을 주는가하면, 명령투로 반말하는 것은 기본이었다는 것이다.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런 병원들은 간호사들부터 다르다고 한다. 병원에 들어가는 순간 굳이 임신 얘기를 꺼내지 않아도 간호사들은 ‘척보면 아는’눈치였다는 것. 병원측에서는 낙태하기 위해 수소문끝에 일부러 먼 동네까지 찾아온 ‘속사정’을 너무도 훤히 꿰뚫고 있었다고 한다. 박양은 “생리가 없어서 왔다고 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해준다”며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밝혔다.“부모 동의서도 찾지 않을 뿐 아니라 의료보험카드에 기재하지 말라고 하면 눈치껏 알아서 해준다”는 것이 정양의 말이다. 서류상 기록은 ‘감기’ 등으로 해주더라는 것. 의사 역시 환자가 미성년인 것을 안 이상 굳이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혼 여부와 생리 마지막 날짜 정도가 전부다.

출산과 다름없다
대화내내 담담하던 박양도 구체적인 수술과정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사실 이번이 두 번째 수술”이라 고백했다.박양의 첫 중절수술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박양은 “임신 8주째였는데 너무 겁이 나서 수원까지 가서 수술받았다”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16주전까지는 미성년자라도 상관없이 수술을 해준다”고 말했다.의사 역시 “금방 끝난다”는 말로 안심시킨 뒤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박양에 따르면 마취가 풀린 후 아랫배에 통증이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수술은 20분 정도로 생각보다 너무도 ‘간단했다’는 것이다. 가격도 영양제를 맞은 값을 포함해 25만원 정도였다.그러나 임신 5개월이 지난 올해 초의 수술은 달랐다.박양은 “임신초기 흡입하는 수술과 다르다. 약을 투여해서 출산과정과 비슷하게 아기를 빼내는 것”이라며 “생각하기도 싫을만큼 정말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놨다. 100만원에서 80만원으로 ‘합의’를 봤다는 박양은 “5개월이 넘어가게 되면 부르는 게 값이라고 들었다. 아는 언니도 5개월후반까지 버티다 겨우 수술받았는데 120만원이 넘게 들었다”고 말했다.


박양 낙태수술 수원 모병원 미성년자 가장 전화상담
“17살에 임신 5개월 넘었는데 …” “일단 와보세요”수원의 모 산부인과는 박양이 임신 5개월이 넘어서 중절 수술을 받은 곳이다. 박양은 그 병원이 자기 친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이라 귀띔했다. 가격도 서울에 비해 쌀뿐 아니라 5개월이 지난 상태여도 까다로운 절차없이 수술을 해주기 때문이다. 통화결과 병원측에서는 처음에는 단호히 거절하다가 절박한 사정을 얘기하자 “당장 와보라”는 말만 반복했다.

- 17살이다. 5개월이 좀 넘었는데 수술이 가능한가.▲안된다. 미성년자는 부모님 동의가 있어야 된다.

- 얼마전에 내 친구도 여기서 했다고 들었는데.▲(말을 바꾸며)원장님이 결정할 문제니까 와보라.

- 부모님 몰래 하는거라 동의서가 없는데.▲일단 와서 원장님과 얘기해보라.

- 보호자는 꼭 성인이어야 하는가.▲아무나 상관없다.- 돈은 얼마나 드나.▲5개월이면 좀 많이 생각해야한다.

- 학생이라 돈이 별로 없는데.▲원장님이 조절해주실 것이다. 시간이 더 지나면 힘드니 일단 와보라.

- 수술은 간단한가.▲5개월이 넘었다면 흡입술이 불가능하다. 수술전날 약을 넣어야되니까 이틀 잡아야된다.

- 무슨 약인가.▲자궁을 열리게 하는 약이다.

- 의료보험카드에 기록이 남으면 곤란한데….▲우리가 알아서 해주니 걱정안해도 된다.

- 병원갈 때 준비해야할 것은.▲일단 진료후 수술날짜 잡고 속옷이나 양말같은 것은 입원할 때 싸오면 된다.

두차례 낙태수술 경험 있다”
임신 5개월째 수술땐 큰 고생

두 번의 낙태경험을 갖고 있는 박양에게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주위에 낙태를 한 사람들이 많은가.▲ 요즘은 다들 남자친구가 있다보니 낙태를 한 애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임신사실을 부모에게 알리는 애들은 거의 없다. 여차저차해서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고….

- 보통 수술 과정은 어떤가.▲ 8주째 수술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자궁이 쉽게 벌어지는 약을 투입하고 한시간정도 기다린다. 그리고 수술실로 들어가서 팔에 링거를 꽂는데 그때 팔과 다리를 끈으로 살짝 묶는다. 마취액을 놓는 동시에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보니 수술은 끝나있더라. 회복실에서 1시간30분 정도 링거 맞으면서 쉬다가 집에 왔다.

- 5개월이 넘었을 때 수술은 어땠나.▲ 그때의 일은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 하루전날 자궁에 사산하는 약과 자궁문 열리는 약을 넣고 다음날 오전에 병원에 입원해서 링거를 맞았다. 나같은 경우 아침 9시 30분부터 저녁 7시너머서까지 진통하다가 수술실에 들어갔다. 거의 10시간 진통끝에 수술한거다.

- 돈은 얼마 들었나.▲ 첫 번째는 25만원에 했다. 올 초의 수술은 많이 깎았다. 하루 입원비, 좌약비, 영양제, 항생제 처방 등으로 80만원 들었다.

- 상담할 때 병원측에서 부모 동의서에 대한 얘기를 했나.▲ 부모 몰래 왔다는 것은 그들이 더 잘 안다. ‘집에서 모르지’라는 말로 대신했다.

- 미성년자 불법낙태를 하는 병원에 대한 생각은.▲ 우선 잘못은 나한테 있고 그 당시에는 수술을 해준다는 병원찾기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기에 딱히 할말은 없다. 그러나 그 고통스러움과 위험함에 대해 병원측에서 뻔히 알면서도 수술을 하는 것은 돈 때문이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