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옷 젖는’ 김한길 ‘손’ 내미는 손학규

반전노릴 ‘카드’ 없고…당 불만에 ‘해법’없고…

2013-11-18     박형남 기자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민주당 내부가 심상찮다.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 초강수를 띄웠던 김한길 대표의 꼴이 말이 아니다. 장외투쟁에서 빈손으로 들어왔던 김 대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가기관 대선 개입 정황’ 등을 밝혔지만, 오히려 ‘대선 불복 프레임’에 갇혀 힘겨운 싸움에 휘말리게 됐다. 그 싸움 상대는 여당인 새누리당 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 내부에서 김한길 체제를 흔들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김한길 체제로는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손학규 당대표론’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 “패배 위험 크지만 사퇴 명분 없다” 지방선거 김한길 체제로
- 당내 입지 구축하려는 손학규…3·4월 조기전당대회 거론되기도


민주당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시점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 눈이 쏠려 있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들은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민주당은 사라질 수도 있다”며 “굳이 김한길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러야겠느냐”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한다. 현 상태로 지방선거를 치르면 ‘필패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큰 실수한 것 없다”김한길 체제로 쭉~

그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를 두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현 김한길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를 것이냐,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지도부 물갈이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비주류 측에서는 “공천권 때문에 조기 전당대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우선적으로 현 김한길 대표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 체제를 바꾸기 위한 명분이 없지만, “김한길 대표로는 약하다”는 게 큰 고민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김한길 대표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은 무리”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김한길 교체카드를 꺼내든다고 해서 마땅한 해법이 있는 건 아니다. 김 대표에 대한 불안 심리가 높다고 해도 새로운 지도부가 등장해 여당이 쳐 놓은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얘기인 셈이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이렇게 말했다.

“김한길 대표 체제가 위기인 것은 사실이다. 이대로 지방선거를 치르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내 의원들이 개개인적으로 김 대표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도 당내 분위기는 김한길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왜일까. 정치적 상황이 좋지 않을 뿐 김 대표가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포착했고,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여권이 쳐 놓은 ‘대선 불복 프레임’ 덫에 걸려 동력을 상실했다. 여기에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해 예산 투쟁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 프레임에 벗아날 만한 카드가 없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교체할 명분이 없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김한길 교체론을 들고 나온다면 계파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김 대표 체제로 치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어찌됐든 김 대표 체제는 지방선거를 통해 심판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치른 뒤 성적표를 보고 바꿔도 나쁘지 않다. 지방선거 이후에는 지도부의 교체 여부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민주당-안철수 제3지대 신당 창당, 안철수 민주당 입당론 등을 통해 야권 진영이 개편될 수 있기 때문이다.  

安과의 관계 등으로 손학규 카드 급부상

일각에서는 현 김한길 대표 체제로 가면 “희망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참패가 예상된다”는 쪽에서는 조기 전대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인적쇄신만이 살 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구체적인 시점도 나오고 있다. 내년 3~4월에 조기 전대를 치르자는 것.

특히 차기 당권 주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한길 대표 체제를 흔들기에 나섰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대표가 한·러시아 정상회담 청와대 오찬에 불참한 데 대해) 한·러 의원친선협회 회장으로서 외교 행사에는 참석했어야 했다”며 “국내 문제에선 대통령과 얼굴을 붉히더라도 외교에선 야당도 협력해야 한다. 내가 당대표였다면 참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민주당이 11~13일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국회 일정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의원총회도 없이 또 3일간 보이콧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손학규 상임고문을 거론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과의 단일화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고,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친노와 초·재선 강경파들은 김한길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손 고문이 설 자리가 없다. 일부에서는 ‘손학규 왕따론’을 설파할 정도다. 더 나아가 당이 불리할 때마다 ‘손학규 차출설’이 흘러 나왔다. 일부에선 내년 7월 재보선에 ‘김문수 대항마’로 손 고문을 거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손 고문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한나라당 출신(현 새누리당)’이라는 꼬리표로 인해 떨어졌다.

때문에 지방선거 전 당권 장악을 통해 당내 지지기반 확보와 손학규 사람들을 대거 전진 배치시켜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안철수 의원과의 단일화도 이뤄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도 ‘손학규 카드’가 급부상하는 이유다. 실제 손 고문은 자신의 최측근인 조정식 의원에게 경기도지사 출마를 권유하는 등 당내 세력을 키우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손 고문 측과 가까운 한 의원실 관계자도 “조기 전당대회를 하면 출마하지 않겠느냐”며 “친노에서는 문재인, 범친노에선 정세균, 정동영 전 장관 등도 출마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 고문이 거론되는 것은 문재인, 정세균, 정동영 등은 안철수 세력과의 융합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기 전대로 누구 밑에 서려는 사람들로 인해 당내 분열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에 대해 비주류 측 한 관계자는 “손 고문이 화성 불출마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쳐, 김한길 대표 체제와 각을 세우려 하는 것”이라며 “지방선거 공천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체제와 새로운 지도부로 지방선거를 치르자는 견해를 놓고 당내 이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선 어떤 방향으로 흘러나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한길 체제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쪽에서는 안철수 신당과의 단일화 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퇴 명분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방선거를 통해 패배한 뒤 더 이상 깨질 것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깨진 뒤 대안을 찾자는 말도 나온다.

또 손학규 카드를 띄우자는 쪽에서는 지방선거만큼은 꼭 이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권이 분열되면 필패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안 의원과 호남에서는 경쟁, 수도권에서는 연대를 한다면 지방선거에서 승산이 있다. 야권의 표 분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안 의원 측과 교감이 있는 손 대표를 띄우고 있다.

리더십·전략 부재로 김한길 체제 불안감 가중

그렇다면 민주당 내에서 왜 이러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일까. 올해 5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김 대표가 전병헌 원내대표와 투톱체제를 이뤘지만 6개월 동안 큰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9월 정기국회 회군을 두고 “최소한 국회 내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도 보장받지 못한 채 갑자기 들어왔다”는 비판과 함께 문재인 의원의 성명서 발표로 ‘대선 불복 논란’이 불거졌을 때 지도부가 똥볼만 찼다는 평가다.

여기에 지난해 총선과 대선, 4월 재보선에 이어 10월 재보선에서도 민주당은 패배했다. 경북 포항 남·울릉과 경기도 화성갑 모두 여권 표밭이라 패배할 것이란 여론이 높았지만 적절한 후보 검증과 후속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선거 다음날 김 대표는 선거 패배와 관련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또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으로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기 위해 장외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국정감사를 이유로 원내외 병행투쟁을 강행하겠다며 원내 진입했지만 여권의 ‘민생프레임’ 덫에 걸려 빈손으로 들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더 나아가 여권의 공안 드라이브에 걸려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최근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이 1000억 원대 횡령 혐의를 받고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에게 금품수수를 한 혐의로 긴급 구속됐다. 여기에 민주당 수도권 중진인 L의원이 연루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의 배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KT 계열사 운영에 정치권 인사가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KT 자회사이자 뉴미디어 광고·마케팅 서비스 업체인 M사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인 A사의 거래 과정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A사가 경영악화로 결제대금 5억 원을 M사 측에 제때 지급하지 못해 거래가 끊길 상황이었는데 이 회장이 M사 대표와 직원 등에게 압력을 넣어 미납 대금을 분할 납부로 돌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핵심인 J 의원이 연루됐다는 얘기가 서초동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의 실체를 밝혔고, 박근혜 정부가 기초연금 대선 공약을 파기했다.

따라서 여당의 지지도는 내려가고 민주당이 대안세력으로 부상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지 못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은 오르고, 민주당 지지율은 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당내 인사들 사이에서는 인적 쇄신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며 ‘지도부 흔들기’와 함께 ‘손학규 카드’를 조금씩 꺼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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