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연예계 잔혹사 부른 ‘맞대기 도박’

도박 리스트 있다? “나 지금 떨고 있니…?”

2013-11-18     이지혜 기자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11월 연예괴담’은 올해도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연예인 불법 도박 소식이 속속 들려오기 시작했다. 예능프로그램 <1박2일>로 우리에게 친숙했던 이수근을 비롯해 탁재훈, H.O.T. 출신의 토니안이 불법 ‘맞대기 도박’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어 신화의 앤디, 붐, 개그맨 양세형까지 무더기로 적발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14일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6월 개그맨 김용만이 상습도박 혐의로 징역 8개월을 받은 이후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충격이 다소 배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단(찌라시) 형태로 몇 명의 연예인들이 더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휴대전화 이용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 ‘맞대기 도박’
가수 겸 배우 L씨, 가수 S씨, 배우 P씨 등 리스트 돌아

개그맨 이수근과 탁재훈, 그룹 H.O.T. 출신 토니안, 신화 맴버 앤디, 붐, 개그맨 양세형 등 연예인 7명이 불법 도박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축구동호회나 연예병사 시절 불법 스포츠토토 도박, 일명 ‘맞대기 도박’을 알게 된 뒤 1~2년 동안 적게는 2000만 원에서 많게는 17억 원까지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맞대기 도박’이란?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맞대기 도박이란 휴대전화 메시지를 이용해 해외에서 열리는 프로축구 등 경기의 승리가 예상되는 팀에 돈을 베팅한 후 그 승패에 따라 후불로 직접 배당금과 베팅금을 계좌로 거래하는 일명 ‘맞대기’ 방법으로 도박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도박 방법은 우선 도박장 개장자가 도박 참가자들에게 휴대전화로 해당 스포츠 경기를 지정하고 베팅을 권유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도박 참가자들에게서 경기 시작 전까지 승리 예상 팀에 일정한 금액을 베팅한다는 문자를 받은 후 승패 결과에 따라 예상이 적중한 경우 베팅금액에서 수수료 10%를 공제한 배당금을 도박참가자 관리 계좌로 송금하고, 예상이 틀린 경우에는 베팅금을 도박개장자 관리 계좌로 송금받는 것이다.

김용만의 경우는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 승패를 두고 10억 원에 이르는 돈을 베팅해 불법 도박을 한 혐의였다. 맞대기 도박은 인터넷 사이트가 아닌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검찰은 맞대기 도박에 대한 수사를 벌인 결과 39억~143억 원 규모로 도박을 개장한 도박장 개장자 2명을 구속 기소하고 다른 도박장 개장자 및 도박장 개장 가담자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한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에 참여한 도박 참가자 21명 중 연예인 7명을 포함한 18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3명을 약식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도박장 개장자들은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유흥주점에 근무하면서 알게 된 친한 동료, 친구와 축구동호회 활동을 통해 친분을 쌓은 사람들을 은밀하게 도박에 참가하도록 끌어들였으며 일부 도박 참가자들은 함께 축구동호회 활동을 하거나 같은 시기에 연예병사로 근무하면서 도박에 참가토록 했다.

실제로 김용만을 포함한 이수근, 탁재훈은 같은 축구동호회 회원인 도박장 개장자의 권유로 도박에 참여했으며 토니안, 앤디, 붐 등은 같은 시기에 연예병사로 근무하면서 휴가 중 알게 된 도박장 개장자의 권유로 영외행사 시 일시적으로 지급받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은밀히 도박에 참가했다.

수억 원 베팅
“왜 하필 지금?” 의문제기

개그맨 공기탁은 2008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17억9000만 원을 베팅했으며 토니안은 2009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4억 원, 이수근은 2008년 1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3억7000만 원, 탁재훈은 2008년 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2억9000만 원을 베팅한 것으로 드러났다. 앤디는 2010년 6월부터 2011년 3월까지 4400만 원, 붐은 2010년 5월부터 2011년 3월까지 3300만 원, 양세형은 2010년 6월부터 2011년 7월까지 2600만 원을 베팅했다. 검찰은 베팅액 5000만 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인 공기탁, 이수근, 탁재훈, 토니안은 불구속 기소하고 앤디, 붐, 양세형 등은 약식기소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검찰 발표에 대해 “왜 하필 지금이냐”는 의문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수근, 탁재훈의 도박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날이 공교롭게도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난 날이기 때문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김 전 차관의 무혐의 논란을 덮기 위해 검찰에서 일부러 연예인 도박사건을 터트린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검찰에서 불법 도박 혐의로 신정환을 조사하다가 불법 도박 사이트 업주가 잡혔는데 이 업주가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김용만의 혐의를 알려줬고, 김용만 역시 다른 연예인을 말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이수근이 언론 보도 전 <1박2일>에서 하차하고, 토니안 역시 연인이던 걸스데이 혜리와 결별하고 스쿨스토어 대표직에서 사임한 것이 알려지면서 이들에게 정리할 ‘시간’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측은 지난 1~4월경 수사에 착수해 4월 김용만 등을 적발했으며 4~8월 도박장 개장자 및 도박 참가자를 조사하던 중 10월경 이수근을 비롯한 도박 참가 연예인의 혐의를 포착하고 기소했다고 밝혔다.

불법 도박
추가 연예인 있다?

불법 도박을 한 연예인이 더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고 있다. 가수 겸 배우 A씨를 비롯해 3~4명의 연예인 ‘리스트’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연예인도 포함돼 만약 사실로 들어날 경우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이미 도박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연예인의 이름도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인터넷에서는 ‘이수근, 토니안 등이 도박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옛날 글이 주목을 받고 있다. 언론 보도가 되기 전 올라온 글이다 보니 ‘성지순례’를 오는 누리꾼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해당 글에는 지석진, 정준하, 문희준 등의 이름도 거론돼 있어 해당 연예인을 향한 누리꾼들의 비난이 이어졌지만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추가 도박 연예인 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검찰에서는 지속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황기순부터 김용만까지… 연예인 도박의 역사

연예인 불법 도박의 역사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개그맨 황기순은 환치기(불법 외환거래) 수법으로 9000만 원 상당을 밀반출한 뒤 필리핀의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탕진했다.
2002년 개그맨 주병진은 필리핀과 사이판의 호텔 카지노에서 8차례에 걸쳐 15억 원으로 도박을 한 혐의로 구속됐으나 보석금 1억5000만 원을 내고 석방됐다. 2003년에는 가수 신정환이 강원랜드에서 1억8000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피소된 데 이어 2005년 상습도박 혐의로 입건돼 각각 벌금 500만 원과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또 신정환은 2010년 필리핀 세부의 호텔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가 적발되자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한바탕 ‘쇼’를 벌인 바 있다. 징역 8월을 받은 신정환은 지난해 12월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2009년에는 개그맨 김준호가 마카오 원정 도박 혐의로 적발됐다. 김준호는 2년 동안 8차례에 걸쳐 도박을 했으며 모두 9600만 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그룹 NRG 출신의 이성진이 필리핀 마닐라와 마카오 카지노에서 2억 3000만 원으로 도박을 했으며, 그룹 신화 멤버 신혜성과 가수 이지훈은 2007년부터 마카오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 2010년 상습도박혐의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개그맨 김용만은 2008년 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해외 프로축구 승패를 걸고 베팅하는 사설 스포츠토토 등에 판돈을 걸고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지난 4월 불구속 기소됐으며 6월 법정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김준호와 신혜성, 이지훈 등은 복귀에 성공했지만 신정환의 경우 방송 복귀가 불투명하다.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 그러다 보니 이수근, 탁재훈, 토니안 등 이번에 도박 혐의가 적발된 연예인들이 방송에 복귀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