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금융권 인맥 대해부

모피아 지고 연피아 뜬다

2013-11-18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금융권에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의 합성어)’가 장악했던 금융권에 ‘연피아(금융연구소+마피아의 합성어)’인사들이 주요 직책을 꿰차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이 금융위원회 등 정부기관에 연구용역 등을 통해 정책적 지식을 제공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이 직접 정책을 집행하고 금융회사를 경영하고 싶은 의지가 컸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연구원의 세력화 내지 정치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건호 행장·정찬우 금융委 부위원장 등 등장
정책적 지식 풍부 vs 낙하산·관치 논란 


대표적인 연피아 출신은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정 부위원장은 미국 퍼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금융연구원에서 연구 생활을 했다. 전남대 경영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금융연구원에 복귀한 뒤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금융위에는 정 부위원장 외에도 이상제 상임위원과 임형석 전 국제협력관이 금융연구원 출신이며, 금융감독원에도 서정호 금융자문관이 자리를 잡았다.
서 자문관은 한국은행, 금감원, 딜로이트컨설팅, 하나은행,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등을 두루 거쳤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서근우 금융연구원 기획협력실장의 차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내정설이 나오면서 금융연구원의 막강한 파워를 새삼 느끼게 했다. 서 실장은 금융감독위원회 자문관,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등을 지낸 바 있다.
은행권에 진출한 금융연구원 출신 중 대표적인 인물은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장 출신으로 예금보험공사 자문위원,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올해 은행장으로 선임됐다. 금감원 부원장을 지낸 이장영 금융연수원장과 지동현 KB국민카드 부사장의 친정도 금융연구원이다.

 잠시 주춤하는 모피아
“꺼진 불은 아니다”

모피아로 불리는 금융권 수장들 중에서도 금융연구원을 거친 인물이 많다는 점도 흥미롭다. 현직에 있는 인사 중에선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역시 퇴임 후 금융연구원에 합류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KDI 원장이었다. 정치권 인사 중에도 연피아 출신이 있다.
KDI 연구본부장이던 고영선씨는 이번 정부 들어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차관급)이 됐다.
새누리당의 유승민·이종훈·이만우·이혜훈 의원이 KDI 연구위원 출신이고 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일을 도왔던 유일호·김현숙 의원도 KDI에서 일했다.

박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산업연구원(KIET)에 몸담았었다.
그렇다고 모피아 인맥이 금융권에서 죽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잠시 주춤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다.
일부 금융권 공공기관장에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고, 현재 공석이거나 현직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5개 공공기관자리를 두고 뭍밀경쟁이 한창이다.
특히 이 중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이미 모피아 인사인 홍영만 금융위 상임위원이 후임 사장으로 내정됐다. 홍 위원은 행시 25회 출신으로 재무부와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등을 거쳤다.
또한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자리에는 역대 9명의 기획재정부 출신이 왔었던 만큼 이번에도 기재부 출신이나 금융위 출신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반면 한국정책금융공사, 기술신용보증기금, 한국예탁결제원, 한국투자공사 등과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코스콤은 모피아와 연피아의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공기업 교체 과정에 잡음이 일고 있는 가운데 후임 CEO들도 모피아, 연피아 출신들이 거론되면서,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이 다시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금융연구원 출신들의 현장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실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논란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기사>> 주목받는 금융연구원은 어떤 곳

국내외 금융제도, 금융정책, 금융기관 경영 등 금융 전반에 걸친 과제를 체계적으로 연구·분석해 금융산업 발전과 금융정책 수립에 기여하고자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약칭은 KIF다. 1990년 12월 21일 국내 32개 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설립 발기인총회를 개최한 뒤 1991년 4월 9일 사단법인 한국금융연구원 설립인가(재무부령 1653)를 얻어 4월 25일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이에 따라 은행 출연금을 받아 살림을 꾸린다. 2011년에는 은행으로부터 160억 원의 분담금을 받았다. 이 중 106억 원을 인건비로 썼다. 전체 직원이 109명이므로 1인당 평균 인건비가 1억 원에 이른다. 비서나 일반 사무직을 제외한 박사급 연구원의 경우 1억 원을 훌쩍 넘겨 2억 원에 가까운 인건비가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하는 일은 국책연구기관에 가깝다.

조직은 원장·부원장·감사(감사실)가 있고 그 아래 실무 연구부서(연구조정실장·은행팀·비은행금융기관팀·거시금융팀·국제금융팀)와 지원부서(행정실·정보실·기획자료실)로 구성된다.
주요 활동은 ①국내외 금융경제 동향에 대한 연구·분석 ②금융제도 및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연구 ③금융기관의 경영 효율성 및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사·연구 ④금융 부문에 관한 정부·금융계·학계와 의견 교환 및 수렴 ⑤국내외 주요 연구기관과의 연구 협력 및 공동 연구사업 추진 ⑥국내외 최신 금융경제정보의 수집 및 분석 ⑦금융정책에 관한 정부의 연구용역 수행 ⑧금융기관의 연구용역 수행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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