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롯데 가더니…자금조달은 일본, 매출은 한국?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하이마트가 롯데그룹으로 인수된 후 시너지 효과가 예상보다 미미할 뿐 아니라 자금 뿌리가 국내에서 일본으로 점차 바뀌고 있어 우려된다. 롯데그룹은 그 토대가 일본이냐 아니냐를 두고 매번 홍역을 치르는 탓에 롯데하이마트 역시 이러한 논란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롯데하이마트가 일본에서 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던 것도 롯데그룹의 후광 덕인 것으로 분석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더불어 베일에 싸여 있던 일본 롯데홀딩스가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초로 기업현황이 공개돼 롯데가 ‘사실상 일본기업’이라는 갑론을박이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채권은행 농협-산은 찍고 미즈호 등 일본 은행으로
롯데 후광에 힘입은 저리 자금 조달로 리파이낸싱 가능
가려졌던 홀딩스, 최초 기업현황 공개…뿌리 재조명도
현재 롯데쇼핑에 속해 있는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73% 늘어난 9443억5800만 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9.71% 줄어든 604억900만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롯데쇼핑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6% 오른 7조2480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6% 올라간 3430억 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생각보다 롯데쇼핑과 하이마트의 시너지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품은 이후 하이마트는 매출액이 증가해도 이익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CEO스코어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의 올해 3분기까지의 실적을 모두 더하면 지난해 동기보다 매출액은 10%, 영업이익은 19.1% 늘어났다. 그러나 2011년 동기와 견주어보면 매출액은 2.3% 증가, 영업이익은 25.6% 감소로 눈에 띄게 저하됐다.
애초 하이마트가 롯데그룹에 인수된 이유는 선종구 전 회장과 유진기업 등 주주 간 갈등 및 경영권 분쟁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탓이다. 유통업계에서는 하이마트의 저력과 롯데그룹의 유통망이 결합되면 단기간에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까지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실제로 롯데하이마트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 역시 6.4%로 지난해 동기 7.2%, 2011년 동기 8.7%보다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반대로 롯데쇼핑의 실적은 하이마트 성수기 수익이 반영되면서 크게 올라갔다. 다만 하이마트를 제외하면 이번 분기 영업이익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지나지 않아 ‘반짝’ 효과라는 평이 나온다.
이에 증권가는 하이마트의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는 한편 롯데쇼핑에 대해서는 성장 동력을 우려하는 추세로 흘러갔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롯데하이마트의 전분기 대비 성장성이 둔화된 것은 전년 동기의 높은 베이스와 신규 출점 비용 급증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이번 분기에 둔화된 이익 성장 모멘텀은 소비 회복, 기저 효과, 신규 출점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다음 분기에 다시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또 김기영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에서 하이마트 인수에 따른 효과를 제거하면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정체되거나 하락해 여전히 소비 위축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비용 줄이려
일본에 눈 돌려
종합해보면 결국 하이마트가 당분간 롯데쇼핑 전체 실적을 끌어올려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탓인지 롯데하이마트가 비용을 조금이라도 절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중에서도 차입금에 대한 이자 등 금융비용이 일차적인 타깃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롯데하이마트의 연간 이자비용은 700억 원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차입금을 줄이면서 400억 원으로 감소했다. 또 자금조달 금리를 낮추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해 국내 은행에 있는 여신을 상환하고 일본 은행과 손잡기도 했다.
기묘한 점은 롯데그룹이 ‘사실상 일본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마트 역시 인수되자마자 일본계 자금으로 사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롯데그룹에 인수된 직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자사 여신을 만기 도래 전에 갚아나가고 있다.
본래 하이마트의 주채권은행은 농협ㆍ산업은행 등 모두 국내 은행이었다.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보유하고 있을 때는 유진의 주채권은행인 농협을 따라갔으며, 이후 기업공개로 차입금을 줄이면서부터는 산은과도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하이마트는 롯데그룹에 인수된 후 급격한 리파이낸싱을 거듭하며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하이마트가 롯데의 옷을 입은 것은 지난해 10월, 리파이낸싱 착수는 같은 해 11월로 바로 직후다. 롯데하이마트는 산은 등과 신디케이티드론 리파이낸싱 약정을 통해 9000억 원 중 8500억 원의 차입금을 4.3%의 금리로 조달했다.
뒤이어 롯데하이마트는 같은 해 12월과 지난 3월 각각 3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해당 신디케이티드론을 다시 한 번 리파이낸싱 했다. 회사채 발행 금리는 12월 3.22%, 3월 2.9~3.04%였다. 이 과정에서 롯데하이마트는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으로 산은 등에 흩어져 있는 여신을 갚아나갔다.
“AA-급 아닌데…”
제로 금리 수혜?
롯데하이마트의 회사채를 사들인 것은 다름 아닌 일본계 기관투자가들이다. 당시 하이마트의 신용등급은 롯데에 인수된 직후 한 달 만에 ‘A-’에서 ‘AA-’로 크게 올라갔다. 이는 3노치 상향으로 상당히 놀라운 일인 까닭에 신용평가사들의 입장과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반응이 갈리기도 했다.
신용평가사들은 하이마트의 신용등급 상향을 두고 기존 유진그룹 시절 디스카운트 됐던 부분에 롯데그룹 편입 효과가 겹치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국내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아직 AA-급 회사 레벨이 아닌 하이마트가 롯데그룹의 후광을 지나치게 많이 받은 게 아닌가 싶다며 우려했다.
다른 관점에서 롯데그룹에 인수된 하이마트라는 타이틀에 이끌린 것은 일본계 기관투자가들이었다. 이들은 일본 현지에서의 롯데 위상을 믿으며 회사채를 사들였고 하이마트는 그 자금으로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국내 차입금을 상환했다. 놀란 국내 은행 기업금융 부서들이 하이마트 재무 담당을 여러 차례 찾아갔다는 후문이 돌 정도다.
또 롯데하이마트는 일본 미즈호코퍼레이트 은행에서 1000억 원을 2.3%의 금리로 장기 차입했는데 이 역시 롯데그룹과 일본 은행들의 돈독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롯데쇼핑이 하이마트 인수대금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미즈호 등 일본 은행 덕분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롯데쇼핑이 해당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 미즈호 은행은 미리부터 대기 중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미즈호은행 서울지점이 국내에 투자하는 유가증권 중 절반이 롯데그룹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미즈호 은행은 이미 2011년에 4조8206억 원의 유가증권 투자 잔액 중 약 2조 원을 롯데쇼핑ㆍ롯데제과ㆍ호텔롯데 등 롯데 계열사에 투자했다. 현재는 하이마트 등이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며 그 비율이 점점 높아져가는 추세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명마저 일치한
계열사 쌍둥이들
이처럼 롯데하이마트의 자금은 일본에서 조달되는 반면 매출은 대부분 국내에서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롯데하이마트 측에도 국내 여신에 등 돌린 데 대한 항변은 있다. 일본의 초저금리 기조 덕에 일본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연간 160억 원가량의 금융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대기업의 경우 일본에서 저리의 자금 조달이 어려운데 유독 롯데에만 일본 은행과 기관투자가들이 호의적인 것도 의문을 사고 있다. 더불어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의 재무현황이 롯데그룹 창립 이래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다시 한 번 롯데가 일본기업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그룹과 한국 롯데그룹의 실질적 최대주주인 일본 기업이다. 최초 공개된 전체 자산은 연결기준으로 5조8353억 엔, 매출은 4조2872억 엔으로 각각 약 60조 원, 46조 원에 달했다. 그동안 롯데홀딩스는 공시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기업정보를 일절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호텔롯데의 무보증사채 발행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정보공개 요구를 받아들여 이를 공시하게 됐다.
이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 외에도 일본 내 38곳, 해외 16곳의 계열사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 내 계열사 중 롯데상사ㆍ롯데물산ㆍ롯데리아 등은 국내 계열사와 사명마저 일치해 주목 받았다. 국내에서는 호텔롯데ㆍ부산롯데호텔ㆍ롯데물산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며 한국롯데 계열사 대부분의 뿌리 역할을 한다. 이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좀더 이해하기 쉬운 상황이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을 정점으로 한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 호텔롯데가 계열 관계 최상위에 위치한 실질적 지주회사라면 롯데쇼핑은 롯데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에 서 있다. 호텔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지휘하는 일본계로 불린다. 또 롯데쇼핑은 신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담당하는 한국계로 여겨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의 경우 일본에서는 자국 기업이라고 여기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하이마트가 일본 자금을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박스]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
중간 지주회사 생성 예상도…일본ㆍ한국계 나뉘나
기존 핵심인 롯데쇼핑 제치고 호텔롯데가 정점 될 것
제과·칠성 등은 징검다리…주가 영향 줄 가능성 농후
롯데그룹이 향후 1~2년 내에 지배구조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동부증권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바뀌면 비상장사인 호텔롯데가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했다. 또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바뀌면 롯데쇼핑ㆍ롯데제과 등 중간 지주역할을 맡을 기업의 주가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차재현 동부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변화되면서 호텔롯데ㆍ롯데쇼핑ㆍ롯데제과ㆍ롯데칠성 등 다수의 중간 지주회사가 생길 것”이라며 “또 일본계와 한국계로 계열사가 분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차 연구원은 “최근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세제혜택이 종료됨에 따라 중견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데다 롯데정보통신의 기업공개(IPO)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또 호텔롯데의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롯데 계열사 간 지분이동ㆍ합병 등이 빈번해지는 등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다양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현재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은 롯데쇼핑이지만 실질적 지배구조의 정점은 호텔롯데”라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롯데의 주요 계열사 지분은 큰 차이가 없는데, 호텔롯데의 보유 지분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자연스레 후계구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내년부터 내수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지배구조 변화가 진행되면서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며 “롯데쇼핑ㆍ롯데제과ㆍ롯데칠성 등 예비 중간 지주회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