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홍준표 협공 ‘늪’에 빠진 박지원
민주당 우제창 삼화저축 은행 불법자금 폭로, “박지원이 검은수첩 가져와 지시”
박지원 측 “그런 사실 없다” 정보제공자 여당 소장파?
안대희 동서 이영수 회장, 朴 ‘명예훼손 교사죄’ 고소
“정보를 좋아하는 사람 정보로 죽는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국정원을 빗대어 한 말이다. 정작 이 말은 부메랑이 돼어 본인이 화를 자초할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자신과 한솥밥을 먹던 전직 동료의원에게 배반을 당했다. 배반의 시작은 우제창 전 의원이 명예훼손 소송 사건에 휘말리면서부터다. 소송의 발단은 우 전 의원이 2011년 국회에 설치된 ‘저축은행 비리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간사로 임명돼 가진 기자회견 때문이다.
그는 국조특위 간사로서 2011년 7월 14일 국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전 한나라당 청년위원장인 이영수 KMDC 회장이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전달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면서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통틀어 24억 원이 전달된 것으로 들었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또 우 의원은 “이 24억 원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관련된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사실일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불 내용이었다.
“깨알 같은 내용이 적힌 수첩을 보면서…”
특히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가 민주당이 제출한 증인 목록에 홍준표 당시 대표가 포함됨으로써 사실상 불법자금이 이영수 회장을 통해 홍 대표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나라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이에 이 회장과 홍 대표는 우제창 의원을 ‘명예훼손’에 따른 고소, 고발을 하게 됐고 결국 지난해 11월 1심 재판에서 우 전 의원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우 전 의원이 10월 14일 법정에 제출한 법정진술서에서 책임을 박 전 원내대표로 돌리는 진술을 했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진술서에 따르면 우 전 의원은 “2011년 7월 초순경, 박지원 의원은 피고인의 국회 의원회관 514호 사무실을 친히 방문했다. 정치권에서 정보가 많기로 소문난 박지원 의원은 피고인의 사무실에서 특유의 깨알같이 내용이 적혀 있는 검은 수첩을 꺼내들고 그 수첩을 보면서 피고인에게 ‘저축은행 비리 의혹의 핵심에 있던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회장이 한나라당 청년위원장을 지낸 적이 있고 2007년 대선 당시 ‘국민성공실천연합’이라는 외곽조직을 꾸려 이명박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였던 이영수라는 사람을 통해, 시내 신라호텔에서 24억 원을 홍준표 의원에게 전달되었고 그 돈이 2010년과 2011년에 개최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사용되었다는 제보를 본인이 받았는데, 제보 내용이 신빙성이 있으니 이영수를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해 파헤쳐 봐라’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우 전 의원은 “당시 박 의원은 민주당 내 모든 결정에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분이었고 위 내용은 곧 당의 결정이 되어 간사인 피고인에게 지시되었다”며 “피고인은 이영수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이영수씨와 그 어떠한 사적인 감정도 없었는데, 다만 당의 지시가 있었고 또 당시 국민적 최대 관심사였던 저축은행 비리 의혹을 규명한다는 공익적 차원에서 위 제보내용을 의혹제기라는 형식으로 야당 측 국조특위위원 전원의 동의를 받아 간사인 피고인이 대표해 발표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박지원 안대희 '악연' 속 이 회장 '희생량'?
맺음말에서 우 전 의원은 “기회가 되어 이영수씨를 대면하게 되면 진심으로 사과할 것이며, 이영수씨가 받아 주신다면 좋은 인연으로 만나면서 그분 인생에 꼭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이영수 KMDC 회장은 11월 4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우 전 의원과는 만나서 자초지종을 다 들었고 사과를 받았다”면서 “그러나 박 전 원내대표는 명예훼손교사죄로 고소할 수밖에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박 전 원내대표는 나보다는 나와 동서지간인 안대희 전 대법관과 악연이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회장 본인보다는 안 전 대법관을 곤혹스럽게 만들기 위한 제보였다는 시각이다.
박 전 원내대표와 안 전 대법관 악연이란 2003년 안 전 대법관이 중수부장으로 있던 시절 박 전 원내대표를 현대비자금 150억 원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한 사건을 말한다. 이후에도 안 전 대법관은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한 박 전 원내대표를 반대하는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고 무죄 판결이 나자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에게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을 정도다.
또한 이 회장은 본인 스스로도 정신적 물질적으로 피해를 심하게 보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 전 의원의 폭로 이후 미얀마 자원외교에 박영준 연루 의혹부터 디도스 배후설, 유비컴 우회상장 의혹까지 계속 몰아세워 자원외교도 사실상 포기해 물질적으로 150억 원 상당의 피해를 보았다”며 “무엇보다 청와대 민정이나 국정원 사정기관에서 ‘요주의 인물’로 찍혀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를 받았고 위험인물로 낙인 찍혀 기업활동뿐만 아니라 사회활동도 위축돼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다행히 우 전 의원이 법정에서 사실을 밝혀 가족간의 관계가 서먹하다 최근 들어 화해를 하게 됐다”면서 “하지만 정치권에 ‘카더라식’ 음해성 소문으로 나 같은 피해자가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박 전 원내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홍준표 도지사 측에서도 그나마 사실을 밝혀 ‘다행’이라는 반응 속에 억울했던 심경을 토로했다. 홍 전 대표실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우 전 의원의 폭로 이후 당 대표직을 수행하는 데 사사건건 발목이 잡혔고 그 이듬해(2012년) 총선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했다”며 “자고로 스나이퍼는 한 발에 한 명을 쏴야지 여러 발을 쏘면 자신이 죽게 되어 있다”고 우회적으로 박 전 원내대표를 공격했다.
박지원 정보 제공자가 새누리당 소장파?
한편 박 전 원내대표와 우 전 의원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일요서울]은 각각의 입장을 자세히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도 남겼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다만 박 원내대표실에서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고 말을 아끼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11월 8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박 전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면서 “우제창 의원이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진술서에 ‘신빙성이 있으니 파헤쳐 보라’는 문구를 이용해 “만약 박 전 원내대표가 제보를 했다면 본인이 사실 확인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우회적으로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우 전 의원 ‘탓’으로 돌리는 모습도 내비쳤다.
결국 정치권에선 박 전 원내대표와 안대희 전 대법관 그리고 홍준표 전 당대표 등 거물급 인사들의 얽히고설킨 다툼 속에 우제창 전 의원과 이영수 회장은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 된 게 아니냐는 평도 나오고 있다. 또한 홍준표 경남 도지사는 8일 트위터를 통해 박 전 원내대표에게 정보를 준 인사로 한나라당 소장파 중진 의원을 지목함으로써 사실일 경우 또 다른 뇌관이 될 전망이다.
mariocap@ilyoseoul.co.kr
2011-11-12 12:24분 최종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