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빼빼로데이의 허와 실

매출 올리기 화려한 상술…불량제품 판쳐

2013-11-04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11월 11일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또다시 유충이 등장한 빼빼로 과자의 영상이 페이스북에 게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통기한, 성분 등이 표시되지 않은 불량제품 거래가 온라인을 통해 속출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각종 ‘데이(Day)’가 일반화 된 행사로 자리 잡으면서 이러한 논란이 일어나더라도 화려한 상술에 소비자들의 경각심은 쉽게 느슨해지고, 특정한 날 응원과 사랑을 전달한다는 목적은 이미 상실된 지 오래다. 기업들 역시 올해에도 대목 매출이 기대되는 11월의 반짝 매출을 올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유통기한 무시·성분 미표시 당당한 업체들
문제 발생해도 대목 잡기 경쟁에만 집중

#사례 1.  B씨는 지난해 빼빼로데이를 맞아 여자친구에게 빼빼로를 선물했다 낭패를 봤다. 함께 먹으려고 개봉해 보니 빼빼로 과자를 감싸고 있는 초콜렛 위에 하얀 곰팡이 같은 것이 피어 있었기 때문이다. B씨는 “선물로 준비한 제품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당황스럽고 여자친구에게도 미안해 어쩔 줄 몰랐다”며 “먹지는 않았지만 찝찝한 마음에 과자 종류의 제품을 선뜻 사먹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고 물품들을 대목에 다 쏟아내 붓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곧 있을 빼빼로데이에는 기업들의 상술에 놀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근 휴지 위에 잘게 부서진 빼빼로에서 여러 마리 유충이 기어 다니는 동영상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게시돼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A사는 이미 지난해에도 빼빼로에서 유충이 등장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A사는 지난해 빼빼로 제품에서 화랑곡나방이 나오는 등 다른 제품에서도 이물질이 잇따라 발견돼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과자에서 발견된 유충은 예민한 사람의 경우 알러지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 수시렁이의 유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 측에서는 “화랑곡나방 유충이며 보관의 문제로 발생한 문제이지 제조과정의 문제는 아니다”고 항변했다. 원료를 끓일 때 200도가 넘기 때문에 살아있는 유충이 제조과정에서 존재할 수가 없다는 것. 과자의 유통기한이 1년이다 보니 수개월 간 보관하다보면 벌레가 들어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대형마트와 소매점 등의 판매점을 상대로 ‘권유’ 정도의 조치 외에는 특별한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상술에 선물용 세트 제품의 가격이 높아지자 직접 빼빼로를 만드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DIY 패키지’의 인기에 대한 우려도 크다.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일부 제품이 유통기한과 성분 등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온라인 판매 제품도 유통기한을 필수로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법을 위반한 판매자들이 규제를 받은 바가 없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단속이 없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식약처는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빼빼로와 빼빼로를 만들기 위한 재료 세트에 유통기한이 없다면 표시기준 위반이다”며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이런 문제점이 지적돼도 식약처 내부에서는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식품 중 유통기한 표시와 과대광고에 관한 책임을 전가하다 비난을 사기도 했다.

‘Day 이벤트’
 포기 못하는 기업들

빼빼로데이뿐만이 아니라 각종 데이(Day)들은 하나의 일반화된 이벤트가 됐다. 2월의 발렌타인데이, 3월 화이트데이, 4월 블랙데이, 9월의 구구데이까지 매달 ‘데이’가 없으면 서운할 정도다.

이렇다보니 빼빼로 뿐만이 아니라 사탕, 초콜렛 류의 제품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 소비자는 “화이트데이를 준비하려 백화점에서 의심없이 사탕을 구매했는데 두 달이나 지난 제품이었다”며 “항의하러 다시 백화점을 방문했을 때 똑같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들을 버젓이 판매하는 것을 보고 기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매년 이맘 때 쯤이 되면 꼭 벌레 먹은 과자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 불안하다”면서 “하루빨리 조치를 취했으면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해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져왔어도 기업들에게 11월은 여전히 ‘매출의 달’에 지나지 않는 모습이다. 오는 7일 대학수학능력시험과 11일 빼빼로데이가 있는 11월마다 반짝 수익을 올려왔기 때문. 그러다보니 논란이 불거져도 대목의 매출 극대화를 위한 마케팅에 더 힘을 쏟아온 행보로 눈총을 받기도 했다.

올해 역시도 상술 마케팅은 지속될 전망이다. 선물용으로 포장된 빼빼로는 차별성을 두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잡다한 불량식품과 인형 등이 추가되는 등 다양한 종류로 판매가 된다. 제품의 가격은 5000원 대부터 많게는 10만 원에 다다르기도 한다. 때문에 이를 두고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경제관념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매년 나오고 있다.

또 11일은 국가에서 지정한 ‘지체장애인의 날’인만큼 빼빼로데이보다 장애우를 향한 관심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편의점 점주는 “빼빼로데이가 11월 매출의 대부분을 채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곧 빼빼로데이와 관련된 제품들을 따로 진열할 계획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비자보호원은 “불량 제품을 발견했을 시 먹지 않은 상태이더라도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도록 소비자분쟁해결기준으로 정해져 있다”며 “음식물 섭취로 부작용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치료비와 경비, 피해로 인한 소득상실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배상이 가능하다”며 유통기한과 제품 상태 확인 등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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