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유상증자만 바라보는데…주가는 배신
예상했던 유입자금 2400억, 3개월 새 900억 줄어
갚아야 할 CP는 대기중…1년내 무려 1조8400억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현대상선이 대대적인 유상증자를 앞두고 주가 등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는 현대상선이 발행했던 기업어음의 만기도래물을 차환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유상증자 발행 결의 후 3개월 만에 주가가 떨어지면서 당초 예상했던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지는 상황이다.
애초 현대상선이 이사회에서 유상증자를 결의했던 지난 8월만 해도 현대상선의 주가는 2만1837원에 달했다. 이 기준주가에서 할인율 25%를 반영한 예정반영가는 1만6000원이었다. 그러나 1차 발행이 이뤄진 지난 9월 중순에는 주가가 1만9500원으로 떨어지면서 발행가도 1만4300원으로 내려갔다.
최근 현대상선의 주가는 11월 첫날부터 1만3800원을 기록하며 최종발행가가 1만 원대 내외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이렇게 되면 반토막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장 자금조달에 크게 문제가 생길 수밖는 노릇이다. 2차 발행가가 산출되는 4일 주가도 장담할 수 없지만 비슷한 사정일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게다가 확정발행가는 1차 발행가와 2차 발행가 중 낮은 쪽으로 결정된다.
결국 유상증자 대상인 1500만 주는 당초 짐작했던 2400억 원이 아닌 1500억 원으로 가치가 내려앉을 공산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현대상선은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 2500억 원을 갚는 계획이 틀어져 다른 방도를 함께 찾아야만 한다.
이번 현대상선의 주가 하락은 같은 선두업체인 한진해운의 자금난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해운업계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 한진해운, 현대상선, SK해운, STX팬오션, 대한해운 등으로 이중 1위가 한진해운, 2위가 현대상선이다.
최근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으로부터 1500억 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았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현대상선도 정부 지원을 받아 만기 회사채를 상환하고 있는 처지다. 여타 기업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은데,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은 이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실제로 해운업계에서는 ‘적자 전환’이라는 말이 실종된 지 오래다. 1, 2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3년 연속 영업적자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조선 발주를 한 척도 하지 못했으며 현대상선은 벌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손실이 지속됐다.
게다가 그룹에서 파생된 문제도 이들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진해운은 그룹 지주회사 제도 도입으로 계열 분리에 잡음이 일고 있다. 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해운의 계열 분리가 필수인데 그룹이 해운의 지원군으로 나서면서 지연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현대상선 역시 범현대家 전체의 지분 경쟁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몸살을 앓았다. 지난 3월 현대상선 주총에서 우선주 발행 한도 확대를 놓고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이 표 다툼을 벌였던 것이 바로 그 예다. 현대상선 지분은 현대그룹 쪽이 우호 지분을 합해 45%가량, 범현대가 쪽이 35%가량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업황 개선과 유동성 확보가 가장 시급한 일”이라면서 “각 해운사에 그룹 문제까지 겹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