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이중고 시달린다…수익성ㆍ차입구조 개선 언제쯤

2013-11-04     김나영 기자

실적 추락…시장 기대치 30%나 밑돌아
영업이익률은 마지노선 아래서 ‘허우적’

수주, 뺏기거나 영양가 없는 상선이거나…수익은?
고개 드는 유동성 우려…단기 차입구조 개선해야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현대중공업이 3분기 영업 실적 부진에 허덕이며 우려가 일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3분기 매출액은 13조1384억 원, 영업이익은 2224억 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이 문제였다. 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무려 63%나 급감한 수치로 시장 전망치보다 26% 떨어졌다.

주력사업별로는 현대중공업 조선 부문의 매출이 3조8685억 원, 엔진기계와 건설장비는 각각 4050억 원과 6756억 원, 플랜트가 2360억 원으로 작게는 7%대부터 많게는 33%대까지 하락한 모습이다. 조선업황 침체로 저가 수주 물량이 투입되면서 조선 부문의 수익 축소는 이미 예견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나마 정유와 해양 부문에서는 매출이 늘어났지만 정유의 경우 정제 마진 악화로 수익성은 감소했다. 현재 현대중공업에서 조선ㆍ엔진 부문은 전체 매출의 31.8%를 차지하고 있으며 정유 부문은 45.7%, 해양ㆍ플랜트 부문은 10.2%다.

또 당기순이익은 125억 원 손실로 지난해 4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축소되고 지분법 손실은 증가하면서 순손실로 내려앉은 것이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의 3분기 잠정 실적이 반영되면서 손실이 더욱 커진 상황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상선의 영업손실이 480억 원, 당기순손실이 162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 중이다.

이 외에 기타영업외 손실은 예멘 광구 철수가 반영된 1조452억 원으로 나타났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2007년 석유공사 등과 예멘 광구에 투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가치가 없다는 내부적인 판단으로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3’ 중
가장 낮은 이익률

이미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률은 마지노선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다.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6.63%에 이어 올해 상반기 3.85%로 추락했으며 3분기에는 1.7%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12.95%와 크게 비견되는 수치다.

물론 조선업황이 아직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도 문제다. 같은 ‘빅3’인 삼성중공업도 3분기 영업이익률이 5%대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동기 영업이익률이 7.98%, 2011년 동기 6.82%, 2010년 동기 12.59% 등으로 다소 높은 편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 부문이 올해 상반기 5.4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전체 사업부를 합하면 같은 기간 2.64%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다소 힘든 상황일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상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근 선가 상승에도 과거 수주분들의 소진시점까지 현대중공업 실적은 당분간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2014년 상반기까지 저가성 선박 투입이 지속되면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정동익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중장기 관점에서 상선시황 개선은 긍정적이지만 3분기 실적부진과 4분기 수주모멘텀 둔화, 주가의 장기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욕구 증가 등은 단기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증권사별로 전망치 조정도 있었다. 삼성증권은 현대중공업의 부진한 실적을 반영해 올해와 내년 수익추정치를 각각 20%, 15%씩 낮춘다고 밝혔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시장의 기대치를 30%나 밑돈 것은 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과 엔진부문의 부진한 실적이 원인”이라며 “이번 분기 실적이 암시하는 것은 현재의 선가에서 창출할 수 있는 상선 및 선박 엔진에서의 수익성이 시장의 기존 예상치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큰 건은 뺏기고
작은 건은 돈 안 돼

반면 수주가 개선되면 나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박민 한투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부터 일부 기대되는 중견 컨테이너사들의 발주가 시작되면 수주 경쟁력을 갖춘 현대중공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이강록 KTB증권 연구원은 “조선소들에게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연말과 내년으로 갈수록 수주와 선가 인상 속도는 더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실적보다 수주에 포커스를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광식 LIG투자증권 연구원도 “2015년까지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지 않는 가운데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인 2014년 수주 전망은 가격과 수량 두 측면 모두 낙관적”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지금까지 다 잡은 수주를 뺏기는 굴욕을 여러 차례 겪어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조선업계의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은 같은 빅3 조선사와 나란히 참여한 입찰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미끄러지거나 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최종 낙찰에서 제외되곤 했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자마자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현대중공업을 누르고 거의 승자가 된 분위기를 만끽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야말 프로젝트 발주사와 슬롯 레저베이션 협약을 체결한 사실이 러시아 현지를 통해 알려졌다. 전 세계 조선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꼽히던 야말 프로젝트는 러시아 영토인 시베리아 서북쪽의 야말 반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당시 입찰에 참여한 후보 7개사 중 국내 조선업체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으로 절반이 넘는 비율을 자랑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현대중공업은 일찌감치 마음을 접어야 했다.

삼성중공업도 비슷한 시기 나이지리아 에지나에서 대형 해양플랜트 사업을 따내면서 여기에 공들인 현대중공업을 허탈하게 했다. 이는 에지나 유전 개발에 투입되는 부유식 원유생산ㆍ저장ㆍ하역설비(FPSO)를 건조하는 내용의 사업으로 FPSO 사상 세계 최대 규모 및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입찰기간만 5년이 걸릴 정도로 치열한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현대중공업은 이미 나이지리아에서 육상플랜트 경험이 있는데다 발주사인 토탈에서 두 척의 FPSO를 수주해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그럼에도 막판뒤집기에 나선 삼성중공업이 현지화 전략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수주에 성공했다고 밝혔고 우선협상이 무색해진 현대중공업의 체면은 여지없이 구겨졌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 현대중공업 수주 목표액의 10%가 넘는 큰 건이었던 탓에 아직도 현대중공업 내부에서는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조달 호흡 짧아
안정성 흔들려

수주의 양보다 질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반기 현대중공업이 빅3 중 가장 많은 물량을 수주했더라도 경쟁사에 비해 상선 비중이 높아 수익성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연간 수주 목표액의 절반을 선방했음에도 아쉬운 마음을 남겨야 했다.

한편 실적뿐 아니라 자금조달 방식 역시 우려를 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초 만기 35일 내외의 기업어음 3000억 원어치를 발행했다. 또 지난 9월 말에는 만기 21일에서 74일에 이르는 기업어음 5000억 원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보름 새 단기성 자금 8000억 원을 끌어들인 것이다.

차입구조가 단기화되면서 불거진 이 문제는 현대중공업의 유동성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5월 장기 기업어음의 증권신고서 제출이 의무화되자 현대중공업은 만기도래물을 막기에 바빴다. 그러더니 지난 9월부터는 장기가 아닌 단기채 중심으로 대량의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기업어음 잔액은 지난달 기준 2조4500억 원으로 민간기업 중 최상위권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의 기업어음 잔액이 지나치게 많을 뿐 아니라 장기가 아닌 단기 자금이라는 점에서 다소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단기로 끌어들인 돈이 단순히 만기가 도래한 채권 상환에 쓰인 것이 아니라 운영자금 등으로 쓰였을 개연성에도 주목했다. 당장 차입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자금조달의 안정성이라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현대중공업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아지면서 실적을 발표하면 예상치보다 나쁜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라며 “수익성 개선 외에도 차입구조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다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